2021. 7. 4. 16:22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6장
청커는 쟝위둬가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천칭도 다리를 휘저으며 뒤를 따라 나갔다. 그가 한시름 놓으려던 참에 천칭이 문으로 "쾅" 하는 소리를 내서 그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가 한참을 앉아서야 정신을 차렸다.
사실 천칭이 문을 닫는 소리는 조금 울렸지만 그가 완전히 무방비일 때 달려든 건 아니었다. 소리가 작지 않았어도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반응했는지 모른다.
아마 불안 때문일 것이다.
껍데기가 하나라도 어쨌든 껍데기이고, 잃어버리면 안전한 척할 여건마저 갖추지 못한다.
청커는 안전감에 관한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자신에게 이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직면"할 필요가 있을 때, 무엇을 직면하든 막론하고 그랬다.
그가 집을 나올 때는 맨몸에서 옷만 더 입었을 뿐이었다. 나올 때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라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되었다.
생각도 매우 간단했다.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 아무 집에나 가서 며칠 있다 다시 얘기하자, 일이 눈앞에 닥치면 다시 얘기하자......
결국 그가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닥쳤고 모두 영문 모를 돌발 사건이라 그는 대응할 겨를이 없어 막막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가 처리했던 가장 큰 일은 청이와 싸운 일로, 잘못 처리해 청이는 그의 머리를 깨고 먼저 고자질을 했다. 그는 화가 나서 아버지 앞에서 청이를 걷어찼다가 아버지에게 2층에서부터 마당까지 가며 얻어맞았다.
...... 어리석다.
청커는 일어나 문으로 가서 외시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복도에 이미 사람이 없어 문을 열었다.
쟝위둬가 그에게 준 열쇠는 너무 귀여웠다. 위에 고양이 모양 열쇠고리가 걸려 있다. 그는 열쇠를 꺼내어 자물쇠를 시험해보고 문을 걸어잠갔다.
열쇠를 한참이나 들고 있으며 어디에 둬야 할지 떠올리지 못했다. 그는 열쇠를 갖고 다닌 기억이 없었다.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았고, 그의 방에도 필요 없었다. 가족들은 어느 문에 들어가든 먼저 문을 두드렸다. 서랍장 같은 데는 더더욱 필요 없었다.
결국 청커는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지금 쉬딩의 방으로 돌아가 열쇠를 부동산에 돌려주고 그가 사둔 물건들을 다시 챙겨 가져오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물건들을 보자 다시 조금 포기하고 싶어 졌다.
그는 욕실의 문틀에 기대어 선반 위의 물건을 보고 있었다. 그날 이 물건 더미를 어떻게 들고 들어왔는지 그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몇 분을 쳐다보다가 주머니를 하나 들고 물건들을 모두 집어넣었다. 그는 짐이 거의 없어서 옷 몇 벌을 샀다. 물건이 너무 적으면 "오늘부터 집을 나와 혼자 산다"는 불안감을 가중시켜, 그는 짐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죽도록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방문을 나섰지만 무슨 편안함, 후련함은 느끼지 못했고 가방 손잡이가 그의 손가락을 아프게 조이는 것만 느껴졌다.
가방을 들고 부동산에 가서 열쇠를 돌려주고, 다시 가방을 들고 단지 밖으로 나갔다. 다시 가방을 들고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5분 정도 잡히질 않자 그는 가방을 발치에 던져놓고 두고 나오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택시 한 대가 다가와서 청커가 이제 막 손을 들어 부르려는데 옆에 있던 두 소녀가 휴대전화를 보며 번호판을 확인했다. "이 차야."
청커는 그 두명이 차에 타는 것을 보고, 또 차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
아, 시발 휴대전화로 부른 차구나.
청커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는 여태 각종 택시 앱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사용할 줄도 몰랐고 휴대전화 결제도 그는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가 임의로 택시 앱을 다운로드하여 어떻게 사용할지 연구하고 막 택시를 부르려 할 때 빈 택시가 그의 앞을 지나갔다.
그가 택시를 타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차는 속도를 줄여 그가 택시를 탈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청커는 멀어지는 차를 보며 크게 감개하여 말했다. "시발."
기사가 요청을 승인했다는 알림을 보고 기다리는 동안 청커는 묵묵히 다른 차가 지나가지 않기를 빌었다. 아마 불운이 거의 다 지나갔는지 지도 상 이미 그가 탈 차는 길목에 있었고 더 이상 그의 앞을 지나가는 택시는 없었다.
검은색 대중 한 대가 그의 옆에 서자 그는 옆으로 비켜섰다. 차는 경적을 한 번 울리고 창문을 내렸다.
"손님?" 기사가 그를 향해 외쳤다.
"네?" 청커는 기사를 쳐다보았다.
"차 부른 사람이죠?" 기사가 물었다.
청커는 어리둥절해했다. "내가 부른 건 택시인데."
"급행 부르셨어요." 기사가 말했다. "번호판이랑 차종 확인해보세요."
"...... 오." 청커는 휴대전화를 보고 차종과 번호판이 적혀 있었다.
차에 오른 그가 기사를 보니 웃고 있었다. "이거 잘 안 쓰시죠?"
"안 써봤어요." 청커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래요, " 기사는 조금 의외였다. "이게 얼마나 편한데요, 요즘 젊은 분들이 안 쓰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데."
"전 아마 젊은 분이 아닌가 보죠." 청커가 말했다.
청커는 그 죽도록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 열쇠를 꺼내다가 불현듯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문의 자물쇠를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 문에 귀를 대고 들었다.
쟝위둬는 그를 정신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그는 자물쇠를 바꿀 수 없는 데다 쟝위둬가 열쇠를 갖고 있는 집에 살고 있다. 문을 열면 쟝위둬가 소파에 앉아 있고 옆에 총호법이 서있을까 두려웠다.
문 안은 평온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커는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웃기지만, 문을 열 때는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또 안을 먼저 둘러본 다음에야 들어가서 문을 안에서 잠갔다.
청커는 손에 쥔 물건을 바닥에 던지고 소파에 쓰러져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운 지 얼마나 됐는지 등이 조금 저릴 때가 돼서야 그는 다시 일어나 앉아 시간을 보고는 자기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문으로 들어온 지 이미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배고프다.
청커는 일어나서 부엌에 들어가 한 바퀴 둘러보았다. 조리도구가 있었지만 그는 준비가 다 돼 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다시 자신의 물건을 욕실에 놓아두니 순식간에 선반이 가득 차서 마트 진열대 같았다.
한참을 노려보고 나서야 그는 이 물건들을 다시 꺼내서 수납장 안에 넣었다.
침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거실로 돌아왔을 때 청커는 갑자기 짜증이 났다.
몹시 초조하다.
그는 집을 이미 세 냈고 열쇠를 받았으며 몸도 들어왔으니 이제 다 끝난 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이불, 베개, 침대 시트, 이불 커버를 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에 들어와서 신발도 갈아 신지 못했다. 슬리퍼가 없어서......
"아!" 청커는 자신의 몸을 소파에 힘껏 내던지고는 또 팔걸이를 향해 두발로 매섭게 걷어찼다. "귀찮아 죽겠네!"
"이거 맛있어, 이 비빔밥 소스." 천칭은 병 하나를 집어 카트 안에 넣었다. "안에 고기도 들어 있는데, 엄청 커."
"고기가 먹고 싶으면 직접 고기를 사면 되잖아." 쟝위둬가 말했다. "비빔밥 양념 안에 든 그 작은 고기 하나 더 먹는다고 되겠어?"
"거의 되지." 천칭이 말했다. "난 입도 크지 않아."
"나 너랑 말하기 싫어." 쟝위둬가 말했다. "부탁인데 너 오늘 저녁때 너희 집에 가서 밥 먹어."
"집에 이모가 계셔서 가기 싫어. 진짜 짜증 나." 천칭은 눈살을 찌푸렸다. "속상하면 우리 집에 와서 내 흉을 본다니까. 어디서 나온 버릇인지 몰라."
"나도 널 보면 기분이 좋을 때가 없어." 쟝위둬가 말했다.
"저쪽에 고양이 사료 있다." 천칭이 앞을 가리켰다. "고양이한테 좀 사줄까?"
"걔는 밥 먹어." 쟝위둬가 말했다.
"고양이 사료가 있는데 왜 밥을 먹어?" 천칭이 물었다.
"안 사서 없어. 없어서 밥 먹어." 쟝위둬가 그를 보았다. "길고양이를 주웠는데 사료는 무슨, 그전엔 쓰레기를 먹었는데."
"그런데 너 통조림은 사줬잖아." 천칭이 말했다.
"너, " 쟝위둬는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가서 계산대 줄이나 서."
"네네." 천칭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쟝위둬는 카트를 끌고 분유를 파는 선반 쪽으로 걸어갔다. 고양이는 양유를 마셔야 하며,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나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컥, 이렇게 비싸." 그는 진열대 위의 각종 분유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양유 가루 두 팩을 집어 카트에 놓았다.
진열대 사이가 좀 좁아서 그는 카트를 끌고 후진하며 밖으로 나가면서 아기 분유 한 팩을 또 집어 들었다. 왜 사는지 모르겠는데 맛이 좋을 것 같았다.
통로를 나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쟝위둬는 뒤에 있던 한 사람을 들이받았다.
"죄송합니다." 그가 한마디 했다.
뒤에 있는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괜찮아요"란 말도 못 하겠냐!
그처럼 교양 없는 사람은 예의를 갖추기도 어려운데 뜻밖에도 대답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
교양은 무슨!
그는 머리를 돌려 노려보았다.
예거.
아니, 청커다.
청커는 바구니를 들고 뒤에 서서 놀람인지 짜증인지 당황인지 아니면 싫은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괜찮다는 말 몰라?" 쟝위둬가 그를 노려보았다.
청커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다가 복잡하던 표정이 충격으로 바뀌더니 몇 초 후에야 비로소 말했다. "괜찮기는 개뿔, 너 내 상처에 부딪혔어, 내가 널 안 때린 것만도 하늘을 감동시킬 만하다고."
쟝위둬가 그의 허리를 힐끗 보았다. 이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날 매우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단지 옷을 찢었을 뿐, 몸에는 닿지 않았을 텐데 뜻밖에도 상처를 입다니?
"너 허리가 그렇게 굵어?"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청커는 먼저 어리둥절했다가 곧 대화에 흥미를 잃은 듯 발걸음을 돌렸다.
"카트 놔두고, " 쟝위둬는 그의 바구니 속에 물건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 "왜 바구니를 들고 다녀?"
카트를 끌고 다니면 미행하기 어려워서?
바구니를 들고 미행하면서 눈속임으로 물건을 집어넣다가 실수로 가득 채운 건가?
청커는 몸을 돌려 그의 앞으로 돌아갔다. "종이랑 펜 있어?"
"있어." 쟝위둬가 말했다.
"좀 쓰게 줘봐."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머니에서 담뱃갑 종이 한 장과 볼펜 한 자루를 꺼냈다.
청커는 받아 들고 고개를 숙여 종이 위에 몇 글자를 쓰더니 종이와 볼펜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리스페리돈.
"뭐야?" 쟝위둬가 물었다.
"약국에서 살 수 있어." 청커가 말했다. "조현병 치료제."
"좆까 시발." 쟝위둬가 말했다.
"마음대로 해." 청커는 발걸음을 돌렸다.
바구니가 너무 무거워 청커는 손이 시큰거릴 정도였지만 쟝위둬가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어 그는 너무 초라하게 걸을 수 없었다.
그는 카트를 쓰지 않으려던 게 아니었다. 그는 카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 들어서서 진열대 옆에 있는 바구니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진열대 두 줄을 이동하고 나서야 그는 바구니를 바닥에 내던졌다. "시발."
더럽게 무겁다.
그가 옆을 힐끗 보자 마트 유니폼을 입은 한 소녀가 카트에 있는 물건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이거 다 올리실 거예요?" 그가 물었다.
"네." 소녀가 대답했다.
"이 카트 제가 써도 될까요?" 그가 또 물었다.
"아?" 소녀는 어리둥절해졌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 청커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여기 카트는 무슨 절차를 밟아야 나오나요?"
소녀는 웃기 시작했다. "카트는 입구에 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두 줄로 늘어서 있어요."
"...... 그렇구나." 청커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눈이 멀었나? 어떻게 못 볼 수가 있지?
"이거 쓰세요." 소녀가 마지막 물건을 꺼내놓았다.
"고맙습니다." 청커는 매우 감동하며 얼른 바구니 안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다음에 또 뭘 사야 할지 그는 하마터면 기억이 나지 않을 뻔했다. 다시 카트 안의 물건을 살펴보고 나서야 팬티를 사야 한다는 게 떠올랐다.
팬티가 어디 있는지 그는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이 마트는 매우 컸고 진열대가 끝도 없어 마치 미로 같았다. 그는 처음에 이 마트가 U 자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돌아다니다 보니 回 자 모양 같기도 했다. 다시 잠시 돌아다니자 또 어쩌면 凹 자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그가 두 개의 진열장 사이로 나온 후 쟝위둬와 다시 마주쳤을 때는......
그는 이 마트가 아마도 빌어먹을 좆 자 모양일 것이라 생각했다.
쟝위둬는 그를 봤을 때 전혀 놀라지 않고 매우 평온해 보였고 심지어 카트에 팔을 기댄 채 그를 향해 웃었다.
청커는 입꼬리를 잡아당겼지만 웃지 못했다.
"뭐 찾아?" 쟝위둬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팬티." 청커가 대답했다.
"저쪽." 쟝위둬가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청커가 앞을 보니 벽면 가득한 브래지어가 보였다.
쟝위둬가 아마 그가 내심 분노한 것을 눈치챘는지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속옷 종류가 다 같이 있어. 그것도 모르는 건 아니지?"
"잘 가." 청커는 말을 마치고 카트를 밀고 갔다.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잠시 보면서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청커가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고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는 또 이런 사람을 예전의 그런 사람들과 연결 지을 수가 없었다.
만약 청커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틀에 박힌 방식을 벗어나서 정말 참신하고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청커가 진열대 사이로 사라지자 쟝위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갔다. 멀리서 천칭이 계산대 옆에 서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너도 참 너무 느리네, " 천칭이 말했다. "내가 먼저 보내준 사람이 축구팀 한 개 정도는 되겠어."
"내가 잘 골라야 하지 않겠어? 매일 먹어야 하는 건데." 쟝위둬가 말했다. "난 너처럼 미각이 없지도 않아."
"나 미각 있어." 천칭이 카트를 밀며 계산대 앞으로 가서 물건을 꺼내놓았다. "난 그냥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거야. 간단히 말해 너처럼 그렇게 편식을 하지 않는다는 거지."
"밖에서 기다린다." 쟝위둬는 지갑을 천칭에게 주고 마트를 나갔다.
요즘은 날이 일찍 어두워져 막 퇴근할 무렵인데 밖은 이미 화려한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쟝위둬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내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밤을 싫어하고, 흐린 날씨를 싫어하며, 안개가 끼는 것도 싫어했다. 어쨌든 모든 채도와 밝기가 부족한 공간을 싫어했다.
그는 두려워할 것이다.
비록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해도. 누군가는 말을 하고, 누군가는 웃고, 어떤 아이는 울고, 길 건너의 누군가는 싸우고, 눈길 닿는 곳마다 가득하다 해도.
그는 여전히 두려워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그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 자리에서 지퍼를 열고 길에다 오줌을 싼다 해도 그를 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심지어 오줌을 다 싸기도 전에 몇 사람은 이미 멀리 가버렸을 것이다.
쟝위둬는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여 물고 담뱃갑을 주머니에 넣다가 청커가 쓴 담배 종이가 만져져 꺼내서 한 번 보았다.
리스페리돈利培酮.
좆 까고 있네.
그는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이고 청커의 잘 쓴 글씨가 천천히 불빛 속에서 흔들리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酮 자는 어떻게 읽는 거람?
"삼형, " 천칭이 그를 불렀다. "가자."
쟝위둬는 담배를 끄고 뒤를 돌아보았다. 천칭은 커다란 봉투 두 개를 들고 걸어왔다.
"이렇게 많아." 그는 봉투 하나를 넘겨받아 들어보더니 무거워서 또 손을 뻗어 다른 봉투를 받아 들었다. 비교해보니 앞의 봉투가 가벼워서 다른 봉투는 다시 천칭에게 건네주었다.
"너무 티난다, 삼형." 천칭이 그를 보고 있었다.
"차도 없이 밥을 얻어먹으러 와놓고, "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하나 들어주는 것도 이미 내 원칙에 어긋나는 거야."
"맞다!" 천칭은 걸어가면서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너 내가 방금 계산 다하고 돌아보니까 누가 있었는 줄 알아?"
"알아." 쟝위둬가 말했다.
"예거!" 천칭이 말했다. "예거를 봤지 뭐야! 생각도 못했지!"
쟝위둬는 그를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 너 안다고 말했구나." 천칭은 어리둥절해졌다. "네가 어떻게 알았어?"
"네 놈 자식 때문에!" 쟝위둬는 억누른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천칭이 자신의 앞에 디딘 발을 걷어찼다. "그를 보기만 하면 흥분해서 석 장은 뛰어오르잖아! 너 시발 그놈한테 반했지!"
"에이!" 천칭은 옆쪽으로 펄쩍펄쩍 뛰었다. "차지 마 부러져!"
"그리고, " 쟝위둬는 그를 가리켰다. "다시는 그를 예거라고 부르지 마!"
"왜?" 천칭이 말했다. "내가 또 그 사람 면전에서 예거라 부른 것도 아니고."
"듣고 있기 무서워서!" 쟝위둬는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내가 시발 그를 만났을 때 예거라고 부를 지경이라고!"
"...... 오." 천칭은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해보더니 또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삼형,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왜 그가 보는 앞에서 예거라고 부르면 안 되는지. 별명이잖아, 우리는 개도 개라고 부르잖아?"
"쪽팔려." 쟝위둬가 말했다.
천칭은 아무 말 없이 아주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쟝위둬가 앞서 두 사람이 얘기하던 게 무슨 내용인지 거의 잊어버릴 무렵에야 허벅지를 탁 쳤다. "알았다, 그를 예거라고 부르면 마치 우리가 돈 많은 사람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낄까 봐, 맞지! 누가 고급 시계를 갖고 있다는 걸 늘 기억하고 다니는 게!"
쟝위둬는 한참을 버티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너한테 십몇만 짜리 시계가 없는 건 사실이잖아." 천칭이 보충했다.
쟝위둬가 고개를 돌리자 천칭은 재빨리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지랄을 한다." 쟝위둬는 화를 내며 웃었다. "너 전생에 목 매달았을 때 내가 네 의자를 걷어찬 거 아닐까?"
쟝위둬는 부엌에 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공간이 좁고 답답했다. 그래서 천칭과 밥을 먹을 때 그는 거실에 앉아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비록 천칭의 솜씨는 식재료에게 모욕이었지만.
"삼형!" 천칭이 부엌에서 외쳤다. "탕수 갈비 어때?"
"마음대로, 익기만 하면 돼." 쟝위둬는 손에 계약서를 쥐고 끝에 있는 청커의 신분증 사본을 보고 있었다. "갈비를 너무 어려워 하지 마."
청커의 이름은 확실히 청커였다. 쟝위둬는 생년월일을 잠시 뚫어져라 보며 속으로 청커의 나이를 계산해보았다.
시발.
스물일곱이다.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쟝위둬는 손가락을 이용해 청커의 사진을 두드렸다. 이곳에 있는 열일곱 살 아이 누구든 이 도련님보다는 생존력이 뛰어나다.
적어도 마트에서 팬티를 못 찾지는 않을 것이다.
창밖에서 고추 냄새가 흘러들어와 쟝위둬는 한참 동안이나 사레가 들려 일어나서 창문을 닫으려 했다. 막 걸어가는데 창밖에 누군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커튼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거실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밖에서는 그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기울여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비스듬히 마주하고 있는 두 건물 사이의 통로로 재빨리 들어가 사라졌다.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리고 소파에 돌아와 앉아 TV를 켰다.
"다 됐어. 먹을 준비해." 천칭은 탕 한 그릇을 들고 나와 탁자 위에 놓았다.
"너 오늘 밤 여기서 자라." 쟝위둬가 말했다.
"응?" 천칭은 그를 쳐다보더니 바로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누군가 봤어?"
"확실치 않아." 쟝위둬가 말했다.
"그럼 묵고 갈게." 천칭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몇 명 더 불러서 밖에서 지키라 할게."
"너 그냥, " 쟝위둬는 미간을 눌렀다. "그냥 현수막이라도 창문에 걸지 그러냐, '난 이미 널 발견했다'라고 써서."
천칭은 어리둥절해져서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시바, 넌 언제쯤 나한테 말을 곱게 할 거냐?"
"넌 언제쯤 머릿속에 네 지능지수가 활동하기 위한 자리를 좀 내줄 수 있을까!" 쟝위둬는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서 천칭이 모욕한 음식들을 내왔다.
"삼형, " 천칭은 탁자 옆에 앉았다. "내가 한 가지 미숙한 제안이 있는데."
"익숙해지면 다시 얘기하자." 쟝위둬가 말했다.
"너 혹시 예거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 천칭이 말했다. "우리한텐 열쇠가 있잖아, 그가 없을 때 들어가서 무슨 단서가 없는지 찾아봐."
쟝위둬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 천칭이 물었다.
"예거라 부르지 말랬지." 쟝위둬가 말했다.
"...... 오." 천칭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