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4. 15:10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4장
청커는 지하철역 지도 앞에서 대체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자신이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 분을 사용했다.
이는 그가 난생처음 지하철을 타보는 것이다. 사람이 정말 겁이 나게 많아 감탄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자신이 쉬딩의 그 집 근처 지리의 특징을 알고 있어서 다행일 뿐이었다. 아니었으면 그는 자신이 어느 역에 내려야 할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사람들이 차 안으로 밀려들 때 청커는 그대로 밀려 기둥에 붙어 섰다. 배 쪽에는 한 누님의 손이 기둥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는 분노한 누님의 "넌 왜 이렇게 소질이 없어 기둥을 끌어안고, 다른 사람 손이 너한테 눌리는 데도 물러설 줄을 모르느냐"는 눈빛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자신의 몸을 뒤로 움직여 기둥에서 떨어지려 했다.
오랜 시달림 끝에 역에서 내릴 때가 되자 마침내 승차하는 사람이 줄었다.
청커는 지하철역을 나서면서 고개 숙여 옷을 잡아당겼는데, 작은 털 뭉치 두 개가 바람에 휩쓸려 그의 눈앞으로 날아갔다.
이제야 그는 자신이 찢어진 옷을 입은 채 다니고 있는 데다 패딩 한 칸의 깃털이 이미 다 날아가고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방금 그 두 뭉치가 아마 최후의 두 뭉치였을 것이다.
청커가 찢어진 곳을 누르자 허리에 난 칼자국이 다시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쉬딩의 이 집에 청커는 사실 단 두 번 밖에 가보지 않았고, 전부 잠깐 들렀던 것에 불과했다. 부동산에 열쇠를 받으러 갔더니 다소 처참해 보이는 옷 때문인지, 중개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쉬딩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열쇠를 받아갈 사람임을 확인했다.
청커는 열쇠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외투를 벗고 소파에 쓰러지자 곧 움직이기 싫어졌다.
그는 20년 넘게 살며 비록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먹고 마시는 걱정이 없었고, "돈이 없다"는 것은 경험은커녕 개념조차 생각해본 적 없었다.
혹은 그는 돈이 이정도로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현재 그는 도시락 하나 사 오지 못했다.
시발!
그렇다고 도시락을 먹고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이 앞으로 해야할 일을 궁리하며 잠시 쉬고는 쉬딩의 외투로 갈아입고 문을 나서서 카드를 보충하고 휴대전화를 사려했다.
하지만 지금 밖에 나가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버스와 지하철뿐이라는 생각에 그는 꼼짝도 하기 싫었고 매우 짜증이 났다.
도대체 어째서, 왜 일이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
청커는 이런 무의미한 문제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머릿속을 시종일관 휘저으며 떠나질 않았다.
소파에서 멍한 채로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그는 천천히 일어나 천천히 욕실로 가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았다.
정신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다. 너무 우울하지 않았다. 어쨌든 요 며칠 동안은 정신병과 씨름해왔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오른팔을 들어 옷에 난 칼자국을 보았지만, 상상했던 핏자국은 없었다. 다시 옷자락을 들어 올리자 겨우 두세 치 길이의 검붉은 상처가 보였다.
청커는 수도꼭지를 틀고 손에 물을 묻혀 상처의 이미 말라버린 피를 닦아냈다. 상처에서 다시 조금 밖으로 새어나왔지만 장면은 온화하고 조금도 잔인하지 않았다.
청커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쟝위둬에게 느닷없이 베인 것을 그는 기억했다.
반드시 되돌려 줄 것이다.
쟝위둬는 침대에 모로 누웠다. 얼굴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곤히 잠든 고양이는 너무 작아서 키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쟝위둬는 그것의 이름을 짓지 않고 그냥 야옹喵이라고 불렀다.
수많은 떠돌이 고양이 중 최후에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이름은 그들에게 필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살아있는 것뿐이다.
이름.
쟝위둬는 줄곧 이름이라는 게 매우 신기한 것이라고 여겼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XX 씨가 죽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이름이란, 사람이 죽었을 때 그가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존재일 것이다.
코가 조금 간지러웠다. 고양이 털 때문인지 쟝위둬는 고개를 돌릴 겨를도 없이 눈앞의 고양이를 향해 재채기를 했다.
한창 자고 있던 고양이는 놀라서 거의 깨어나는 과정도 없이 바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옷장 아래로 달려들어갔다.
"이 쫄보 녀석아." 쟝위둬는 코를 문지르며 몸을 뒤척여 똑바로 눕고는 눈을 감았다.
햇볕이 뜰 담벼락에서 침대로 내리쬐자 그의 얼굴은 온통 밝은 빛무리 속에 덮였다. 눈앞에는 반짝이는 광반과 광반 뒤의 진홍빛으로 가득했다.
쟝위둬는 손을 들어 눈앞에서 흔들었다. 손이 햇빛을 가릴 때 광반은 천천히 사라지고, 다시 위치를 옮기면 광반은 도약하며 되돌아온다. 또 가리면......
광반은 점차 흐려지고 배경의 진홍빛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핏빛을 띠었다.
쟝위둬는 눈을 홱 뜨고 빠르게 일어나 앉았다.
이제 막 침대 시트를 붙잡고 침대 가장자리로 기어올라온 야옹은 그에게 놀라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옷장 아래로 도망쳐 들어갔다.
쟝위둬는 책상 옆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 휴대전화가 한참 울리고 나서야 집어 들어 받았다.
"요 며칠은 임대료 받으러 2호 건물에 갔었지?" 루첸卢茜의 목소리는 조금 짜증을 띠고 있었다. "1호 건물 2층, 4층, 5층, 그 세 집 멍청이들도 집세를 못 내겠대."
"지난달에 안 낸 것 같은데." 쟝위둬는 담배를 꺼냈다.
"2층은 이미 두 달째 안 내고 있어, 이번 달에도 안 내면 나가라 그래!" 루첸이 말했다. "내가 그 가족이 불쌍해서 천천히 내랬더니 잘하는 짓이야, 누가 젠장 나도 좀 불쌍히 여겼으면."
"내가 불쌍하게 여기잖아." 쟝위둬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침대 머리맡의 작은 자명종을 보았다. "내가 좀 늦게 사람 데리고 가볼게."
"2층은 너무 살벌하게 안 해도 돼, 죽어도 돈을 짜낼 수가 없거든. 애도 아직 어리고." 루첸이 설명했다. "4, 5층은 네 맘대로 해, 5층 그 둘은 내가 다 지겨워, 안 되면 쫓아버릴 거야."
"그냥 바로 쫓아내." 쟝위둬가 말했다.
"그건 안 돼!" 루첸은 목소리를 높였다. "쫓아내더라도 돈은 받고 쫓아내야지!"
"알았어." 쟝위둬는 웃었다.
"이따 와서 밥 먹어, " 루첸이 말했다. "내가 탕수 갈비 한 솥 했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 올 때 술 좀 가져와."
"응." 쟝위둬가 대꾸했다.
오후 5시가 넘어 쟝위둬는 천칭에게 몇 사람을 부르게 해서 함께 1호 건물로 갔다.
1~4호 건물은 모두 루첸의 성중촌 임대주택으로, 각 7층짜리 건물이다. 임대료는 대다수가 현금으로 월말에 내며, 쟝위둬가 받으러 다녔다.
그는 루첸을 10년 동안 누나로 부르며 1호부터 4호 건물까지 짓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는 몇 년 동안 1호 건물에 살았는데, 루첸이 집을 산 이후 이전 집에 그를 살도록 했다. 그는 이사 나올 때 아직 조금 아쉬웠다.
처음에는 세를 받으러 갈 때마다 괜히 고향에 돌아간 것처럼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필경 1년에 수십 번을 가는 데다, 매달 그렇게 순조롭지 않아서 짜증이 난 것이다.
"완강하게, 아니면 무르게?" 천칭은 그의 곁을 따라다니며 패기 있게 걸었다. 쟝위둬가 피하지 않으면 천칭은 열 걸음에 여덟 걸음은 그의 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곧게." 쟝위둬가 말했다.
"뭘 곧게 해?" 천칭은 바짓가랑이에 꽂힌 쇠파이프를 두드렸다. "쇠파이프는 매우 꼿꼿한데."
"걸음을." 쟝위둬는 그를 힐끗 보았다. 다른 동생들 눈에 보이는 천칭의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 그는 애써 화난 목소리를 억제했다. "곧게 좀 걸으라고, 다시 한번 빌어먹을 네 발을 내 앞으로 내밀면 내가 밟아 부러뜨릴 줄 알아."
천칭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즐거워했다. "내가 팔자걸음을 걷는 거 이제 안 것도 아니면서."
"너는 이걸 팔자걸음이라고 불러?" 쟝위둬가 말했다. "너 이건 다리 걸기라고 부르는 거야."
"내가 네 기세를 돋우는 거잖아" 천칭이 말했다. "기세, 알겠어?"
"넣어둬."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집세를 받으러 가는거지, 강도질하러 가는 게 아냐."
30분 후 쟝위둬 역시 오늘은 강도질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문 열지 않으면 부순다!" 천칭은 502호 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
"열쇠." 쟝위둬가 뒤를 향해 손을 내밀고 흔들자 뒤에 있던 사내 하나가 열쇠 한 뭉치를 그의 손에 쥐여주고는 502호 것을 골라냈다. 그는 이 사내를 힐끗 보았다. "이름이 뭐야?"
"다빙이라고 부르면 돼요, 삼형." 사내는 웃었다.
쟝위둬는 고개를 끄덕이고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었다.
두어 번 비틀어도 잠금장치가 반응이 없는 게 아마도 역으로 잠긴 듯했다.
"너 앞으로 10초 줄 테니까 문 열어." 쟝위둬는 열쇠를 다시 다빙의 손에 던져주고 주머니를 뒤져 영수증 한 권을 꺼내 위에 있는 클립 두개를 뽑아 천천히 구부러진 걸 폈다. "내가 이 문을 열게 되면 더 이상 이렇게 간단하게 세를 받지 않을 거야."
안에서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리며 혀를 찼다. 클립 두 개를 자물쇠 구멍에 찔러넣어 손가락으로 가볍게 몇 번 비틀자 문이 열렸다.
"시발!" 천칭이 문을 확 밀어 열었다.
문 안의 광경은 놀라웠다. 이미 발을 들여놓은 천칭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502호의 세입자는 커플 한 쌍으로, 여자는 마르고 작은 편이고 늘 짙은 화장 때문에 쟝위둬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남자는 매우 건장하고 수염이 가득하며 아무 이유 없이 웃통 벗기를 좋아했다. 목 아래와 허리 위는 모두 문신이었고, 엉덩이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망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건장한 남자는 웃통을 벗고 문과 마주 보고 있는 의자에 앉아 손에 칼을 들고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고, 옆의 침대에는 그의 가녀린 여자 친구가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천칭은 매우 놀랐지만 기세를 잃지 않고 놀라움 끝에 한마디 덧붙였다. "시발 놈이 진짜!"
"돈은 없어도, " 장정은 낮고 꿋꿋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숨 걸 능력은 있어!"
쟝위둬는 아무 말 없이 바로 몇 걸음 다가가더니, 장정이 천칭을 보던 시선을 그에게 돌림과 동시에 장정의 팔꿈치를 밀었다.
장정은 그에 의해 한 손으로 자신을 껴안는 자세로 바뀌었고, 목에 걸린 칼도 위치가 바뀌었다. 쟝위둬는 그의 팔꿈치를 누른 힘을 빼지 않고 손을 뻗어 칼을 그의 손 안에서 비틀었다.
매우 거뜬했다.
거뜬함에 쟝위둬는 장정의 체격에 의문이 생겼다.
"너 이 근육 네 마누라 아이섀도로 그린 거지?" 그는 칼을 뒤에 있는 천칭에게 넘겼다.
"이 칼은 진짠데." 천칭은 손에 쥔 칼을 던졌다.
"왜!" 장정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격분했다. "돈을 뺏을 생각이냐!"
쟝위둬는 그의 얼굴에 칼을 대더니 다시 관성에 따라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침대 위로 눌렀다. "너 나랑 영화라도 찍자는 거야?"
"너......" 장정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곧 움직임을 멈췄다.
쟝위둬의 소맷자락에서 칼이 미끄러져 나오더니, 그가 손가락으로 받아 칼끝을 가볍게 장정의 구레나룻 속으로 찔러 넣었다.
수염이 두툼해서 살에 닿지 않았을 텐데도 장정은 곧바로 잠잠해졌다.
"돈 찾아." 쟝위둬가 말했다.
"찾아!" 천칭이 손을 흔들자 몇 사람이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줄곧 옆에서 훌쩍이던 그 여자 친구가 이때 마침내 훌쩍임을 멈추고 눈물을 흘렸다. "돈이 어디서 나와! 돈이 있었으면 당신들이 이렇게 괴롭히겠냐고!"
"누가 누굴 괴롭혀?" 천칭이 그를 노려보았다. "시발 너희들이 임대료를 두 달을 안 내놓고 누가 누굴 괴롭힌다는 거야?"
"돈이 없어!" 여자 친구는 발을 차올리고 침대에 드러눕더니 쟝위둬를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너 나랑 자! 몸으로 갚을 테니까!"
방안의 몇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
쟝위둬는 한참을 멍해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 생각하는 꼴이 정말 아름답구나."
사회적으로 보이던 장정에 비해 이 여자 친구는 훨씬 까다로웠다. 천칭이 동생 둘을 데리고 집 안에서 돈을 찾는 동안 쟝위둬는 온 집안을 빙빙 돌며 억지를 부리고 몸으로 갚겠다는 여자 친구를 피해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가녀린 여자친구를 번쩍 들어 장정의 품에 던졌다. "안고 있어. 놓치면 거세해버릴 줄 알아."
장정은 여자 친구를 꽉 끌어안았다.
천칭은 장롱을 몇 번 뒤지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삼형!"
쟝위둬가 다가가니 그의 손에 밀폐된 작은 병 하나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실담배처럼 생긴 것이 반 병 정도 들어 있었다.
"경찰에 신고해." 쟝위둬는 깔끔하게 말했다.
그들이 뒤지는 것을 줄곧 아무렇지도 않게 꿋꿋이 지켜보던 장정은 마침내 가녀린 여자 친구를 침대 위로 내던지고는 달려들었다.
쟝위둬는 몸을 돌려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는 쓰러진 후 천칭과 다빙에게 제압당했고 다른 녀석은 가녀린 여자 친구의 스타킹을 집어 들어 그의 손을 단단히 묶었다.
"삼형, 삼형!" 장정은 다급하게 땅바닥에서 몸을 비틀었다. "그 물건은 내 것이 아니야, 지난번에 여기 세든 놈이 두고 간 거야! 신고하지 마, 신고하지 마!"
쟝위둬는 아무 말 없이 천칭을 힐끗 보았다. 천칭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돌아서서 나갔다.
일을 다 처리한 후 루첸에게 세 번째로 전화가 걸려오자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누나라고 부를 게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야 했어."
"첸 누나한테 맞는다." 천칭은 웃으며 말했다.
"어때?" 루첸이 전화기 너머에서 물었다.
"이제 밥 먹으러 가려고." 쟝위둬가 말했다. "다 끝났어."
"때려주지 그랬어!" 루첸은 목소리를 높였다. "내 집에서 이런 걸 갖고 놀다니 개자식!"
"때렸어." 쟝위둬가 말했다.
"그럼 됐어, 너 빨리 와, 바로 오면 돼. 술이고 뭐고 내가 다 사뒀어." 루첸이 말했다.
"응." 쟝위둬는 대꾸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밥 먹으러 갈래." 천칭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넌 걔네들 데리고 밥 먹으러 가." 쟝위둬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고생 많았으니까, 내일 아직 몇 집 더 있기도 하고."
"나도 있어." 천칭이 그의 손을 눌렀다.
"됐어." 쟝위둬는 눈살을 찌푸렸다. "넌 부랑자 것도 뺏을 정도로 가난한 녀석이."
"...... 예거가 진짜 부랑자도 아닌데." 천칭은 그가 꺼낸 카드를 받아 들었다. "십수만 짜리 시계를 차고 있잖아...... 그래도 넌 아직 능력 있어, 이 시계를 기어코 뜯어냈으니."
"난 그의 시계를 갖겠다고 하지 않았어." 쟝위둬는 이를 물고 말했다. "빨리 꺼져."
루첸이 새로 산 집은 제법 컸다. 그녀는 말라뮤트 네 마리와 살고 있었다.
쟝위둬가 문으로 들어섰을 때 루첸은 이미 음식을 다 차려놓고 의자 여섯 개를 놓았는데 하나는 비어 있었다.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어." 쟝위둬는 자리에 앉아 양쪽에 있는 개를 가리켰다.
두 마리의 개는 말을 잘 듣고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내일 또 가야 하는 거 아냐? 오늘 5층 그 집만 처리했지?" 루첸은 그에게 국물을 한 그릇 떠주고 술도 따라주었다.
"응." 쟝위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에 나랑 먼저 집값을 내러 가." 루첸이 말했다.
"또 사?" 쟝위둬는 그녀를 힐끗 보았다. "벌써 하나 비었으면서 사기라도 당했어?"
"그건 세놓는 거고, 너 요 며칠은 다시 중개인 역 좀 해줘." 루첸이 그에게 갈비를 집어주었다. "어차피 다 고쳤으니까 세놓거나 팔아도 돼."
"응, " 쟝위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위치가 좋네."
"네가 중개인이랑 얘기해봐, 아무한테나 빌려주지 말고 깨끗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 난 어쨌든 오늘 그 5층 같은 집은 받고 싶지 않아.
"그런 사람이 동시에 누나네 건물에 들어올 리 없어. "쟝위둬는 웃었다.
청커가 쉬딩의 집에서 사흘을 머물렀을 때 류톈청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커는 휴대전화를 응시하다가 벨이 30초 가까이 울린 뒤에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어디 있냐?" 류톈청은 대뜸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굴다리." 청커가 말했다. "방금 먹다 남은 도시락을 주웠어."
류톈청은 웃기 시작했다. "됐어, 진짜 맨몸으로 출가한 것도 아니고, 네 아버지한테 돈 얘기도 묻지 마, 네가 가진 돈도 적지 않잖아."
청커는 피식 웃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어디냐, 이따 내가 데리러 갈게. 저녁때 애들 불러서 네 스트레스 좀 풀어줘야지." 류톈청이 말했다.
"청이한테 물어봤어?" 청커는 하품을 했다. "걔는 반대할 걸. 이 스트레스는 마음대로 풀 수 있는 게 아니야."
"너 이 사람, 이런 식으로 말하면 재미없지, " 류톈청은 헛웃음을 짓더니 웃음소리에 머쓱함을 띠었다. "그날 내가 전화 소리를 못 들었어, 이후에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나와서 다른 사람 전화를 빌려 썼어." 청커도 류톈청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저녁땐 너희들끼리 놀아, 난 안 가."
"그러지 마, 네가 안 오면 우리끼리 뭔 재미야." 류톈청이 말했다.
청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안 가. 난 아직 머물 곳도 찾아야 하고 요 며칠 진짜 바빴어. 피곤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
"그럼...... 그래, 많이 바쁘겠지. 가게도 이제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류톈청이 말했다.
가게? 청커는 어리둥절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나도 들은 얘기인데, 청이가 예전에 잠시 하던 가게 너한테 주지 않았어?" 류톈청이 말했다. "일단 해봐, 좀 작긴 하지만 이미 자리가 잡혔으니까 너 며칠만 익숙해지면 그 뒤로 신경 쓸 것도 없을 거야......"
"아." 청커가 대꾸했다.
류톈청도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몇 마디 대충 주고받은 뒤 전화를 끊었다.
청커는 일어나 앉아 한참 동안 창밖의 나무를 쳐다보았다.
류톈청이 말한 게 뭔지 그는 이제야 조금 반응이 왔다.
청이가 이전에 하던 펍인데 닫은 후 줄곧 정리하지 않고 간혹 친구 몇 명과 놀러 가기만 했다. 청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데다 주소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갑자기 그의 것이 됐다고?
문제는 이 가게를 그에게 준다는 말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커는 류톈청이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청이와는 20년이 넘게 함께 살았지만 아직도 그를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갑자기 등이 조금 시렸다.
쉬딩은 한밤중에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청커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정신을 놓고 있어, 무엇이 방송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쉬딩이 집안으로 들어온 후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너 이 밤중에 안 자?" 쉬딩이 놀라서 그를 보았다.
"깜짝이야, " 청커는 일어나 앉았다. "도둑이 든 줄 알았어."
"이 집에 훔칠 것도 없는데 뭘." 쉬딩은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진짜 도둑이 들었어도 넌 한두 명쯤 상대하는 건 문제없잖아."
"왜 집에 안 갔어?" 청커가 물었다.
"먼저 네가 어떻게 된 건지 보러 왔지." 쉬딩이 말했다. "어제 류톈청이 나한테 전화해서, 난 그제야 네가 집이랑 사이가 틀어진 걸 알았어."
"나 여기 있다고 그에게 말했어?" 청커가 얼른 또 물었다.
"아니, " 쉬딩은 짐과 외투를 바닥에 던지고 물을 한 잔 따라와서 그의 곁에 앉았다. "그리 간단한 일 같지 않아서 얘기 안 했어."
"고마워." 청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랑 사이가 틀어진 거야, 아니면 샤오이랑 틀어진 거야?" 쉬딩이 그를 바라보았다.
"다 똑같아." 청커가 말했다.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쉬딩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요 며칠 집을 보러 다니는 중이야." 청커는 소파 안으로 기댔다. "여기 며칠만 더 있을게."
"어떤 거 사려고?" 쉬딩이 물었다.
청커는 그를 힐끗 보았다. "임대."
"오, " 쉬딩은 웃으며 말했다. "좀 물어봐줄까?"
청커는 몇 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하면 돼, 별 일도 아니야."
"그럼 그래. 나 샤워하러 간다." 쉬딩이 말했다. "하고 집에 갈게."
"그러지 마." 청커는 순간 조금 미안해졌다. "한밤중인데, 네 방에서 자. 난 계속 소파에서 잤어."
쉬딩은 일어서서 그를 보았다. "너 말이야......"
말이야 뭐?
쉬딩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청커도 더 묻지 않았다.
이런 친구들은 친하든 친하지 않든 아마 전부 그가 매우 쓸모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집을 임대하는 간단한 일도 쉬딩은 습관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청커는 집을 세 내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다.
"욕실에 있는 건 다 네가 산 거야?" 쉬딩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벗은 채 머리를 닦으며 밖으로 나와 물었다.
"아, 응." 청커는 그의 몸을 힐끗 훑어보고 재빨리 TV로 눈을 돌렸다.
그는 쉬딩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라 평소 같이 놀지 않았다. 처음 쉬딩을 알게 된 것은 쉬딩이 류톈청을 통해 그를 찾아서 그에게 모래 그림 영상 촬영을 요청해서였다.
"아니면 내가 여길 너한테 세 놔도 되는데." 쉬딩이 말했다.
"무리야." 청커가 말했다. "너무 고급이야."
쉬딩은 한참을 웃었다. "이런 말이 네 입에서 나오니까 난 왜 이렇게 어색하냐."
"넌 신경 쓰지 마." 청커가 말했다. "난 여기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
쉬딩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실로 들어갔다.
청커는 계속 TV를 노려보았다. 그는 쉬딩 쪽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와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뿐만 아니라 쉬딩을 자신의 집의 이런 지저분한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중개인의 번호를 확인했다. 내일 바로 방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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