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제7장

2021. 7. 4. 16:55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7장

 

자신의 가족들에게 폐물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청커는 대부분 시간에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조금 불만을 견딜 수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자신이 폐물이라는 것에 대해 참신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새로 산 침대 시트를 위에 깔아놓는데 이미 15분이 걸렸다. 왼쪽을 당기면 오른쪽이 짧고 오른쪽을 당기면 왼쪽이 짧았다. 게다가 중간에는 영원히 파도처럼 주름이 졌다. 어떻게 잡아당겨도 적어도 세 번의 좌절을 겪고 온몸에 땀이 나도록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허리의 베인 상처가 조금 아프기까지 하는데도 평평하게 펴지 못했다.

결국 그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불 커버를 들어 보더니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 채 침대 위로 이불을 한번 털어 덮은 후 다시 이불 위에 깔았더니 아주 좋았다. 베개도 똑같이 조작해 베갯잇을 베개 위에 깔고 이후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사실 쉬딩의 그 집에 살 때도 그는 매일 샤워를 했는데 어째선지 몰라도 지금 옷을 벗으니 집을 떠난 이후 한 번도 씻은 적이 없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마 이제서야 그는 비로소 이곳이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곧 쟝위둬 그 미친놈이 열쇠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물쇠도 바구지 못하도록 한 것이 떠올라 순식간에 한바탕 불쾌해졌다. 비록 그는 자물쇠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모르지만.

직접 사서 직접 바꾸는 건가?

자물쇠 파는 사람이 바꿔주나?

아니면 부동산을 불러야 하나?

부동산이 이 일을 관리하는 게 맞을까?

부동산 전화번호는 뭐더라......

내가 시발 허리가 굵냐고!

 

청커는 거울 속 자신의 벗은 상반신을 보았다. 오른쪽 옆 허리에 원래 이미 다 나았던 것 같은 칼자국이 지금은 땀에 의해 미세하게 붉어져있었다.

보아하니 그는 쟝위둬가 칼을 다루는 수준을 높게 평가한 듯했다.

쟝위둬는 원하는 곳을 원하는 만큼 찌르는 칼의 달인이 아니며, 이 한 칼도 쟝위둬가 계획한 것은 그에게 상처를 내 위협하려던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시발 쟝위둬의 수준이 떨어져서 제대로 가늠을 못한 것이다!

그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침대 시트를 깔면서 발생했던 열량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기준점이 조금만 더 치우쳤더라면 그의 배를 직접 찔렀을 수도 있다.

쟝위둬는 분명히 미친놈이다. 이런 기술을 가지고 감히 그렇게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이다니, 만에 하나 배를 찔렀다면 맞구멍을 내줬을 것이다.

청커는 눈살을 찌푸리고 상처를 누르며 나무아미타불을 세 번 외웠다.

왜 이것을 외워야 하는지 그는 모른다. 아무튼 어머니는 언제나 외우셨다.

청커는 한숨을 내쉬며 수도꼭지를 틀더니 잠시 후 샤워기 아래 서서 눈을 감았다.

요 며칠간 답답했던 마음을 씻어내야...... 시발!

 

청커는 샤워기의 차가운 물에 격렬하게 물러나서 서너 번 껑충껑충 뛰다가 욕실 문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왜 찬물이야!

물을 반나절이나 틀어놨는데도 아직도 차가워!

그는 목욕 수건을 잡아당겨 자신을 둘러쌌다.

욕실 안에 온수기가 보이지 않았다. 온수기가 없는 건 아니겠지?

그가 문을 열고 나가니 욕실 밖에 온수기가 벽에 걸려 있었고, 위에는 즉열형 온수기라고 쓰여 있었다.

다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고 다시 나왔더니 온수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코드가 빠졌나? 청커가 고개를 들어보니 플러그가 콘센트에 잘 꽂혀 있는 게 보였다.

그럼 가스가 안 켜진 건가?

그래서 그는 다시 찾아보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 온수기에는 아예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시발." 청커는 격분하여 목욕 수건을 둘러싸고 거실로 달려들어가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쟝위둬의 번호를 눌렀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쟝머리가비정상"에게 전화 중이라고 표시되고 있다.

쟝위둬 쪽은 전화를 매우 빨리 받는 편인데, 듣기에 매우 예의가 없었다. "누구."

"나, 청커." 청커가 말했다. "이 온수기는 가스 연결도 안 해놨어?"

"무슨 가스?" 쟝위둬가 물었다.

"온수기!" 청커는 욕실 문 앞으로 돌아와 온수기를 몇 번 두드렸다. "온수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씻으란 거야! 작동이 안 돼!"

"작동이 안 되는 건 가스 연결이 안 된 거랑 관계가 없어." 쟝위둬에게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가스 없이도 작동하고, 그냥 뜨거운 물이 안 나올 뿐이야."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묻는 건......" 청커가 반쯤 말했을 때 쟝위둬에게 빼앗겼다.

"온수기에 뭐라고 쓰여 있어?" 쟝위둬가 물었다.

"난......" 청커는 이 사람과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온수기를 살펴봤다. "그냥 모델명이잖아! 무슨무슨 즉열형 전기온수기!"

"그래!" 쟝위둬는 갑자기 고함을 쳤다. "그래 시발! 전기온수기야! 연결은 시발! 무슨 가스를 연결해!"

청커는 그의 고함 소리에 약간 현기증이 나서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떼어내 스피커폰을 누른 다음 온수기에 있는 글자를 다시 한번 보았다.

이것은, 확실히 전기온수기이다.

그러나.

 

"난 이게 전기든 가스든 상관없어!" 청커는 소리를 죽이고 자신이 미친놈과 함께 볼륨을 높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 작동을 안 하고, 뜨거운 물이 안 나오잖아!"

"선은 꽂았어?" 쟝위둬의 목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꽂혀 있어." 청커는 콘센트를 힐끗 보았다.

"누전 차단기는 켜져 있어?" 쟝위둬가 또 물었다.

"뭐?"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위쪽에 작은 상자가 있어. 작은 상자 위에 작은 뚜껑이 덮여 있는데 그 작은 뚜껑을 열면 안에 작은 스위치가 있어." 쟝위둬가 말했다. "작은 스위치를 밀어 올려."

청커는 아무 말 없이 쟝위둬의 작은 XX 시리즈 지시를 따라 했다. 온수기의 화면이 켜졌다.

 

"작동해?" 쟝위둬가 물었다.

"...... 작동해." 청커가 대답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매우 난처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대단해." 쟝위둬가 말했다. "옆집 세 살 반짜리 그 꼬맹이보다 훨씬 대단해. 꼬맹이는 어떻게 하는지 알지만 손이 닿지 않거든."

청커는 말이 없었다.

"3초 안에 네가 전화 끊지 않으면 내가 가서 패줄 거야." 쟝위둬가 말했다.

"너는 시발 손가락이 부러져서 전화 못 끊어?" 청커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뒤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휴대전화를 거실 소파로 홱 집어던졌다. 휴대전화는 두 번 튕겨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엿 먹어."

목욕 수건을 힘껏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다시 수도꼭지를 힘껏 켜고는 샤워기에서 수증기가 나길 기다린 청커는 힘껏 온수 안에 들어가 서서 힘껏 눈을 감았다.

잠시 뜨거운 물을 맞고 난 후 청커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가슴에 꽉 막혀 있던 숨도 점차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도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해서 그는 이마를 벽에 기대고 자신의 온몸을 따뜻한 물과 수증기로 감쌌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칭은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다리를 걸치고 5분이나 웃었지만 멈추지 못했다.

"아직 안 끝났냐?" 쟝위둬는 그를 보았다.

"아니, " 천칭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 예거는 외계인이야? 온수기도 쓸 줄 모르고?"

쟝위둬는 그를 무시한 채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며 청커의 연락처에 들어가 이름 사이를 몇 번 두드렸다.

청·저능아·커.

"그러고 보니, " 천칭은 다 웃고는 분석을 시작했다. "그는 정말 호강하며 자란 도련님인가 봐. 부잣집에서는 온수기를 쓰지 않고 직접 온천에서 씻나 보지."

쟝위둬는 허리를 굽혀 자신의 슬리퍼를 집어 들고는 천칭의 몸을 때렸다. "입 좀 다물어."

"나 잔다." 천칭은 하품을 했다. "내일 아침 일찍 가게에 가야 해. 그러고 나서 오후에 다시 장다치 쪽에 가서, 그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갈 거야."

"응, " 쟝위둬는 대꾸했다.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앉아 있으면 돼. 그와 충돌하지 말고. 늙은 놈 속이 시커매."

"시커매?" 천칭은 잠시 생각했다. "요 몇 년 동안 그도 아무 짓도 안 했잖아, 그냥 얼굴만 좀 사납지, 보기에 예전 같이 껄렁하지도 않아."

"너는 장님이잖아. 네가 봐서 개뿔이나 알아낼 수 있겠냐, " 쟝위둬는 일어나서 침실로 들어갔다. "너는 소파 펼쳐서 자. 좀 넓게."

"됐어, 난 이렇게 좁은 걸." 천칭은 소파 위로 쓰러졌다.

쟝위둬는 침실 문을 뿌리치듯 닫았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쟝위둬는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 침대 머릿장 위의 달력을 보았다. 이번 달에 잠을 못 이룬 횟수가 조금 많았다. 그는 달력을 집어 오늘 날짜에 체크 표시를 했다.

최근에는 별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잠을 못 잘까?

그는 고개를 돌려 베개 옆에서 자고 있는 야옹을 보았다. 꽈배기처럼 꼬인 채 매우 달게 자고 있었다. 그는 야옹의 배를 콕콕 찔렀다. 정말 부러웠다.

 

아침에 천칭은 여섯 시 반에 일어났다. 정말 훌륭한 청년이다. 이렇게 오래 출근했는데 지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늘 고객의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천칭이 나가는 소리에 쟝위둬도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날은 아직 어두웠고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쟝위둬가 창가에서 20분 가까이 서 있자 야옹이 그의 바지를 타고 올라가더니 그의 어깨에 엎드려 귓가에서 야옹야옹 울었다.

"에이, 됐어됐어, 너 아침 먹을 시간인 거 알아." 쟝위둬는 그것을 잡아당겨 소파위로 던졌다. "말해두는데, 너 적당히 하는 게 좋아, 언제 내가 싫증이 나서 널 내보내 쓰레기를 주워먹으라고 할지 모른다고."

 

고양이를 모신 뒤 소파에 앉아 한 시간 넘게 TV를 보던 쟝위둬는 나가서 맞은편 아침 노점에 가서 앉았다.

벽에 기댄 채 얼굴은 거리를 향하고 있다. 그는 이 습관이 언제 생겼는지, 또 몇 년째 계속됐는지 이미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자세가 아니면 그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밤새 잠을 못 자서 이때는 이 자세라도 그는 식욕이 없었다.

그는 순두부 1인분과 빠오즈 한 시루를 시켜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다 먹기를 강요했다.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는 한 입도 모자라선 안 되고, 입맛이 없더라도 먹어야 한다. 몸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다 먹고 거리를 몇 바퀴 돌아보았다. 바로 앞에 루첸의 임대주택이 있었다. 쟝위둬는 시간을 보고 집세를 걷으러 가기로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 세대가 미루면, 두 세대가 따라서 미룬다.

막 길목에 도착했을 때, 2층 그 집에 사는 남자가 아침 포장마차를 끌고 돌아오는 게 보였다.

이 길은 다소 험하다. 쟝위둬가 이 길을 이렇게 여러 해 걸었지만 아무도 고치는 사람이 없었다. 아침 포장마차의 바퀴는 매우 작아서 길에서 껑충껑충 튀어올라 매우 걷기 어려웠다.

그는 걸어가서 차 손잡이를 잡고 이 남자가 차를 구덩이에서 밀어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천만에." 쟝위둬가 말했다.

남자는 멍해지고는 얼굴 표정이 순식간에 감격에서 놀람으로, 다시 당황으로 바뀌더니 이내 무너져 슬픔으로 바뀌었다.

"삼형, " 그는 차를 밀며 반쯤 몸을 기울였지만 차는 앞으로 나가질 않았다. "그 집세는......"

"오늘 반드시 내야지, " 쟝위둬가 말했다. "당신도 하루하루 또 하루거리지 마, 이게 몇 번째야."

"난 지금 수중에 돈이 정말 없어." 남자가 말했다. "너도 봤잖아, 우리 집은 지금 이 아침 차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데, 지금 성에서 막고 있어서 펼쳐놓지도 못하고, 난 오늘도 몰래 갔다 왔는데 얼마 팔지도 못하고 서둘러 돌아온 거야."

쟝위둬는 계속 그를 도와 차를 밀며 앞으로 걸었다. "이번 달 건 급하지 않아. 그 전 달 걸 내."

"삼형......" 남자의 목소리가 매우 슬프다. "우리 애들이 아직 어려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해서 아내도 출근을 못해, 지난달에는 고향에서도 일이 생겨서......"

"오늘 못 내면, " 쟝위둬가 그의 말을 끊었다. "사흘 안에 나가 살 곳을 찾아."

남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울적하게 차를 밀었다.

쟝위둬도 아무 소리 없이 그대로 차를 복도로 밀어 넣을 때까지 도운 뒤 다시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세 아이가 달려 나와 아빠를 부르며 문 앞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쟝위둬는 골치가 아파 얼른 집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근심 어린 얼굴로 의자에 앉아 콩을 따던 여인이 그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눈물을 쏟았다.

"좀 자제해 줘, " 쟝위둬는 그녀를 가리켰다. "울지 마, 나한테는 안 통해. 울면 울수록 짜증 나."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남자는 앉아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쟝위둬에게 건넸다. "삼형......"

"당신이나 피워." 쟝위둬는 자신의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몇 모금 피운 후 이를 악물었다. "삼형, 다시 3일만, 딱 3일만......"

"오늘." 쟝위둬가 말했다. "오늘 돈을 받지 못하면 3일 후 사람을 불러 이사를 도와줄게."

여자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봐봐." 쟝위둬는 등받이에 기댔다. "두 사람도 알잖아, 내가 당신들에게 3일을 더 줘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거."

"진짜 돈을 낼 수가 없어. 애들 키우는데 먹일 밥도 없게 생겼어." 여자는 울면서 말했다. "삼형,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이 돈 못 내. 좀 도와줘. 돈을 모을 시간 좀 줘."

"누가 누굴 도와, " 쟝위둬는 느릿느릿 말했다. "누가 누굴 도와? 누가 누구를 도울 수 있어? 이 세상에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애초에 당신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 알아들어?"

남자와 여자는 함께 그를 바라보았지만 잘 알아듣지 못했다.

이것이 천칭이었다면 쟝위둬는 바로 때렸을 테지만, 이 두 사람을 향해서는 조금의 성질도 부리지 않고 단지 어떤 저항이 섞인 짜증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신들은 이렇게 많은 집에 세를 놓고 그 많은 돈을 받으면서, " 남자의 목소리가 낮다. "진짜, 우리들 이 만큼의 몫이 부족하지도 않을 거잖아. 좀 늦으면 안 돼?"

"안 돼." 쟝위둬가 말했다. "너희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내가 10년을 늦춰줘도 이 돈을 내놓지 못할 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쟝위둬는 일어섰다. "오늘 돈을 만들어서 나한테 전화해. 12시까지 전화를 못 받으면 사흘 뒤 사람을 불러 이사시킬 거야."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쟝위둬는 2층에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는 울면서 아이에게 욕을 했고, 남자는 소리를 죽인 채 뭔지 모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다.

쟝위둬는 또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성가시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다빙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 이틀간 너 1호 건물 2층 그 집 좀 지켜봐.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라고 해. 그런데 집안에 있는 물건은 못 가져가게 해. 전자제품 같은 거."

"네, 삼형, " 다빙이 대꾸했다. "그냥...... 그들을 보내요?"

"안 그러면, " 쟝위둬가 말했다. "그 사람들 그 정도의 방세도 채우지 못하는데, 빨리 내보내고 사람을 바꾸는 게 나아."

"그럼 그냥 쫓아내면 되는 거 아니에요?" 다빙이 물었다.

"달라." 쟝위둬가 말했다.

"응, 알았어, " 다빙이 말했다. "이틀 동안 지켜볼게요."

 

청커가 깨어났을 때는 오후 3시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휴대전화에 찍힌 시간을 보았다. 잠을 너무 잘 잔 것 같다.

그는 일어나 앉아 이불을 끌어당겼는데, 이불 커버를 언제 침대 밖으로 걷어찼는지, 속 이불이 몸 위에 덮여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느릿느릿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하고 냉장고 앞에 서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제 그는 마트에서 많은 물건을 샀다. 일용품, 생활용품 외에 또 많은 음식을 샀다. 집에서 스스로 음식을 해먹을 생각이었다.

비록 그다지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그는 꿋꿋이 냉장고에서 국수 한 통과 소시지 몇 개를 꺼냈다.

국수를 삶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일 텐데, 인스턴트 라면의 난이도가 만약 0.1이라면 국수를 삶는 것은 아마 0.5 정도 될 것이다.

 

조리대 위에 칼꽂이가 있었고 위에 세 자루의 칼이 꽂혀 있었다. 폭이 넓은 것, 좁은 것, 긴 것, 용도를 몰라서 그는 아무렇게나 긴 것을 꺼내 들고 소시지를 도마 위에 놓고 몇 초 동안 손짓으로 흉내 낸 후 소시지를 한 덩어리 잘랐다.

다음 순서는 그가 이해한 절차에 따르면 물을 끓이는 것이다. 면을 먼저 넣을지 소시지를 먼저 넣을지, 물이 끓으면 넣을지 끓기 전에 넣을지, 그는 인연에 따라 결정했다.

그는 작은 냄비에 물을 받아 조리대 위에 놓았다.

이것은 가스레인지이다.

인덕션이 아니다.

그는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살펴보니 작은 밸브가 있어 비틀어 놓았다. 아마 열렸을 것이다.

다음은 불을 붙일 차례다.

그가 다이얼을 한번 비틀자, 가늘게 따닥따닥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맞아, 이 소리야. 그는 즐겁게 불이 붙기를 기다렸지만, 따닥따닥 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불은 붙지 않았다.

그는 다이얼을 되돌리고 다시 한 번 비틀었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닥......

그는 가스 밸브를 잠그고 돌아서서 부엌을 나왔다. 엿 같은 국수 삶기.

그는 밖에 나가 음식점을 찾아 뭐든 먹고, 그 김에 주변 환경도 좀 익히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1층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리던 청커는 참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창에 몇 글자를 찍었다.

가스레인지에 불 붙이는 법

사실 그는 이 가스레인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온수기의 교훈이 있어 감히 쟝위둬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가스레인지가 고장 났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가스 밸브를 열고 다이얼을 안쪽으로 눌러 바로 왼쪽으로 돌리면 수평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스위치의 최대점이다. 점화 후 필요한 만큼 불 크기를 조절한다.

청커는 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조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냥 이 다이얼을 안쪽으로...... 안이 어디 안을 말하는 거야?

엘리베이터가 땡 소리를 내자 청커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따가 돌아와서 다시 천천히 연구해봐야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안에 사람이 서 있었다.

 

"...... 너?" 청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는 쟝위둬를 보았다. 하루 만에 임대료를 받으러 온건가?

"너 집에 있었어?" 쟝위둬는 무표정한 채로 말했다.

"아." 청커는 그를 보고는 갑자기 긴장했다.

그와 쟝위둬는 사실 몇 번 만난 적이 없지만, 만날 때마다 쟝위둬는 표정이 있었다. 오만하고, 조롱하고, 불쾌한 표정.

지금 전혀 표정이 없는 그의 얼굴을 보니 청커는 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옆에 있는 소방 도끼를 힐끗 보았다.

쟝위둬가 손을 들어 올려서 청커는 비켜주려 했는데 그가 단지 엘리베이터 제어판을 누르는 것을 발견했다.

문을 닫는 버튼을 눌렀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면서 겨우 한 줄기 틈새만 남았을 때 청커는 쟝위둬의 왼쪽 관자놀이 쪽 머리카락에서 피가 흘러나와 그의 얼굴에 있는 칼자국을 따라 아래로 검붉은 색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 왜 그래?" 청커는 깜짝 놀라 물었다.

쟝위둬는 대답이 없었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청커가 달려들어 버튼을 눌렀을 때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

"시발." 그 자리에 선 채 망연해진 청커는 무의식적으로 쟝위둬를 도우려다 곧 반응이 왔다. 이 사람은 "삼형"이다. 분명히 성가신 일을 마주쳤을 것이고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영문 모를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쟝위둬는 왜 상처를 입은 채 여기까지 왔는가?

이 집은 세 놓기 전에 그의 피난처였던 건가?

청커는 머뭇거리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쟝머리가비정상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쟝위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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