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9. 01:27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10장
청커가 담벼락에서 길가로 돌아왔을 때도 저쪽에는 아직도 웅성거리며 적잖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원래 쟝위둬의 그 동료들은 어떻게 됐는지 다시 보고 싶었지만, 그는 또 쟝위둬의 그 말을 떠올렸다.
누구 하나 자기를 사람으로 여기질 않는다.
이 누구 하나 안에 그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재미가 없어진 청커는 돌아서서 마트로 천천히 걸어갔다.
몇 걸음 걸은 후 그는 다시 한 번 이전에 쟝위둬가 사라졌던 그 길을 돌아보았는데...... 지금 각도가 바뀌고나서 보니 그곳은 전혀 길이라고 할 수 없고, 건물과 담 사이의 좁은 통로일 뿐이었다. 게다가 아주 어두워서 쟝위둬가 그곳에서 걸어 나온 것을 몰랐다면 그는 애초에 거기에 통로가 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쟝위둬는 틀림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악질 토호로 보였다. 머릿속에는 아마 이 지역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도망 전용 통로 지도가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지도가 아니라도 여러가지 다른 전문기술이 있을 것이다.
가령 지금 청커는 자신의 머릿속에 집안일에 대한 기능도가 갖고싶었다.
집안일의 각종 절차와 그에 맞는 도구.
마트의 진열대 앞에 선 그는 새로운 삶이 그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걸레, 그냥 대걸레잖아.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와 모양이 있는 건데?
이전에 그는 자신이 대걸레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집안에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그의 차례가 오진 않았지만 그는 적어도 평평한 타입과 통통한 타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평평한 타입에도 둥근 것과 네모난 것이 있고, 통통한 타입에는 바구니에 담아 물을 짜내는 것과 팽팽하게 당겨 비틀어 짜내는 것이 있고......
거기다 소재도 다 달랐다.
원래 쉽게 고를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매우 복잡해졌다.
결국 그는 평평한 사각형 타입을 골랐다. 보기에 몇적이 아주 넓어, 한 번의 움직임으로 많은 부분을 닦아낼 수 있어 괜찮을 것 같았다.
대걸레를 메고 집에 돌아온 후 그는 술기운을 빌려 바닥을 먼저 닦기로 했다.
한다면 한다.
대걸레를 적시고, 물을 짜내고, 닦기 시작했다.
겨우 두 평방미터 남짓한 면적을 닦은 후 그는 멈추었다. 가닥가닥마다 먼지와 털뭉치 같은 게 보여,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다. 빗자루를 사야 했다.
바닥을 밀기 전에 봤을 때는 별거 없어보였는데 왜 밀고나면 더러워지는지......
게다가 집주인은 빗자루 하나 놔두지 않았다!
온수기와 가스레인지가 새 거면 뭐해, 빗자루 하나 없는데!
방금 머리에 커다란 상처를 인 채 사람들과 싸운 후 자기는 사람도 아니고 개만도 못하다고 말한 집주인을 떠올리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됐다. 그냥 이렇게 닦자.
한 시간 후 땀범벅이 된 청커는 욕실로 들어갔다.
바닥을 미는 건 끝냈지만 효과가 어떤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단지 현재 마루 위는 온통 물 투성이일 뿐이다.
이 대걸레는 안 되겠다. 물을 짜고 닦으면 얼마 안 가서 말라버리고, 짜지 않고 닦으면 또 물난리가 나니, 못본척하고 강행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장갑이 없어서, 그는 또 손으로 걸레에 붙은 알 수 없는 먼지들을 뜯어내고 싶지 않았기에 먼지를 붙인 채 바닥을 두 번 닦고난 뒤 걸레는 버렸다. 어쨌든 교체하면 된다.
그는 옷을 벗고 뜨거운 물 아래 서서 물을 맞았다. 그처럼 손발 하나 까딱해본 적 없는 사람은 걸레질 한 번에 마치 싸우고 난 것처럼 몹시 지쳐버렸다.
샤워를 한 뒤 그는 거울을 보고, 또 자신의 허리에 난 상처를 보았다. 그런대로 괜찮다. 딱지가 앉기 시작한 것 같다. 쟝위둬 머리의 그것처럼 몇 시간 째 피가 새어나오는 상처와 비교하면 아주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샤워를 끝낸 청커는 시간도 보지 못한 채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 이불과 이불커버를 한참이나 잡아당겨도 가지런히 정리하지 못하자 그는 아예 침대 밖으로 걷어차버렸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언제 그랬는지 베개 커버도 혼자 내동뎅이쳐져 있었다.
그냥 쓰지 말자. 이불과 베개가 더러워지면 바로 빨아야 한다. 그는 발코니에 세탁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10여분을 침대에서 멍하니 있다가 그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또 새로워진 생활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그는 양치질을 할 때도 조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거실에서 울린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듣고 가서 집어들었다. 류톈청이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일어났어?" 류톈청이 저쪽에서 물었다.
"이제 막." 청커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고 우유 한 팩을 꺼내어 마시려 했는데 컵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너 일찍 갔더라, 내가 나올 때 홀을 봤는데 너희 테이블이 이미 비어 있더라고." 류톈청이 말했다.
"응, 먹고 바로 나왔어." 청커는 팩을 들고 직접 우유를 들이켰다. 이 우유는 집에서 마시던 맛이 나지 않았고, 너무 차가워서 그는 덜덜 떨었다.
하지만 집에서 어떤 우유를 마셨는지 그는 기억나지 않았다. 팩 모양에 신경쓴 적이 없는 것 같다.
"너 어제 샤오이에게 너무 했어. 어찌됐든 친동생인데, " 류톈청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식사 내내 기분이 답답해 보였어. 말도 없었고."
"걔는 원래 말수가 적어." 청커가 말했다. 청이는 정말 말이 많지 않다. 그와 청이는 어렸을 때부터 대화를 나눈 것이 싸울 때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말보다도 적었다.
류톈청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밥 먹을 때는 그도 이렇게 말이 없지는......"
"너 예전에 걔랑 몇 번이나 밥을 먹었는데?" 청커는 그의 말을 끊었다. "마지막으로 같이 먹은 게 1년 전 아니야?"
"에이, 너 이 사람,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 류톈청은 조금 난처해했다.
청커는 사실 이렇게까지 류톈청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화가났다. 어제 밥을 먹은 그 사람들 중 절반은 그의 이전 친구들로, 청이와의 관계는 그와 쉬딩만큼도 가깝지 않았다. 류톈청도 마찬가지다. 현재 류톈청의 "사실 나는 너희 둘 다 친구"라는 말투에 그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기억이 나서." 청커가 말했다.
"어제 잠 잘 못 잤어?" 류톈청은 웃으며 말했다. "2차 갔던 거 아니야?"
"아니." 청커는 우유를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 너무 차가워서 그는 조금 속이 울렁거렸다.
"안 갔어? 내가 보기에 네 그 몇 명...... 친구들, " 류톈청이 말했다. "좀 아니던데...... 새로 사귄 친구야?"
"응." 청커가 대꾸했다.
"정말 의외야, 네가 그런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다니." 류톈청은 웃기 시작했다.
"난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어." 청커가 말했다. "예전에 같이 어울리던 것들보다 나아."
"에이, " 류톈청은 한숨을 쉬었다. "좀 봐줘, 너 요새 화가 너무 많아."
"나한테 볼일 있어?" 청커가 물었다.
"없으면 전화 한 통 못 해?" 류톈청이 말했다. "우리 예전에는 자주 통화했잖아."
"지금은 예전이 아니야." 청커가 말했다. "나 바빠."
"뭐하느라?" 류톈청이 바로 물었다.
"마트에 컵 사러 가야해." 청커가 대답했다.
"뭐라고?" 류톈청은 어리둥절해지더니 미처 알아듣질 못했다.
"끊어." 청커는 전화를 끊었다.
원래 그의 오늘 계획은 집에 있는 것이었다. 비록 정말 싫고 갈피가 안 잡히지만 자신이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수중에 돈은 있다. 비록 격차가 좀 크지만, 돈 문제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았을 때부터 갑자기 진정한 자신만의 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게다가 그의 기준에는 모자란 돈이지만 정상적인 보통 생활을 하는 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가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문제다.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것. 쉬딩은 매번 그에게 합작을 요청할 때마다 계약서를 쓰고 돈을 지불했는데 그는 줄곧 매우 흥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노는 것일 뿐이니, 단지 그가 재미를 원할 때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쉬딩과의 합작은 그의 폐물 생활에서 유일하게 폐물 외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서 집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기왕 마트에 가서 컵을 사야 하니 다른 것도 필요한 게 있는지 보고 한 번에 다 사서 여러 번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나갈 때까지 그는 빗자루 하나 밖에 생각해내지 못했다.
마트에서 대충 유리컵과 못생긴 플라스틱 빗자루 하나를 골라 사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연 청커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발걸이를 하나 사야 했다. 예전처럼 신발이 많지는 않지만 슬리퍼까지 세 켤레나 쌓여 있어 문앞이 보기 흉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메모장에 신발걸이 네 글자를 썼다.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즉시 적자. 그러면 몇 번 덜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저녁에 마트에 갔을 때도 메모장에는 신발걸이 네 글자 밖에 안 적혀 있었고, 마트에는 신발걸이가 있지도 않았다.
이어지는 날 동안 그는 내내 뭔가 당장 필요한 것이 부족한 걸 발견할 때마다 마트와 집을 오갔다. 예를 들어 바닥을 쓸 때는 휴지통이 없었고 라면을 먹으려 할 땐 냄비만 있고 그릇이 없었고 빨래를 말리려 할 때는 옷걸이가 없었다......
평소 익숙하게 썼지만 지금은 손에 없는 물건이 크게는 컴퓨터부터 작게는 재떨이까지 있다.
그는 셋집에 인테리어와 전기제품을 갖추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초인종이 울렸을 때 청커는 거실에 서서 오늘은 마침내 나가서 물건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마침내 끝난 셈이다.
그가 외시경으로 밖을 내다보니 깜깜했다. 누군가가 외시경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초인종은 아직 울리고 있다.
청커는 눈썹을 찡그리며 먼저 문을 걸어 잠그고 물었다. "누구세요?"
"나." 밖의 사람이 대답했다.
이 소리는 조금 귀에 익지만 이 한 글자만 듣고 알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너 이름 없어?" 청커가 물었다.
"천칭." 밖의 사람이 말했다.
이 목소리는 확실히 총호법 대인의 것이었다.
"외시경은 왜 막고 그래." 청커가 또 물었다. 이 사람은 미친 놈 쟝위둬의 다운그레이드판 같아 그는 외시경이 막힌 상황에서 함부로 문을 열지 못했다.
"예절이야." 천칭이 대답했다.
"어디에 시발 문을 두드리면서 외시경부터 틀어막는 예절이 있어!" 청커는 차라리 탄복했다.
"안 막았어." 천칭이 말했다. "빨리 문 열어!"
청커가 외시경으로 밖을 내다보니 확실히 막히지 않았다. 문 앞에는 천칭만 홀로 서 있었는데, 창도 없는 복도 안에서 꿋꿋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천칭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세 받으러." 천칭이 말했다.
"...... 대단해." 청커는 문을 열어 천칭을 들여보내며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세 받으러 오는 사람이 110을 부르고 싶게 만들다니."
집에는 불을 켜지 않았고 커튼도 쳐져 있었다. 천칭은 집에 들어와 소파에 부딪히고 나서야 마침내 선글라스를 벗었다. "사실 아직 한 달 안 됐는데, 계약서에 매달 28일에 세를 낸다고 써놨으니까......"
"괜찮아. 계좌 이체?" 청커가 물었다.
"계좌 이체면 내가 뭐하러 와." 청커는 그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현금, 첸 누나는 현금을 좋아해."
"오." 청커는 지갑을 가지고 왔다. 돈을 찾아두어서 다행이지 천칭이라면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라고 압송 당할 수도 있다.
"여기 잘 꾸며놨네?" 천칭은 집안을 둘러봤다. "전기의자도 샀어?"
"전......" 청커는 어이가 없었다. "그건 전동 안마 의자라고 하는거야."
"줄여서 전기의자." 천칭이 말했다.
"그래." 청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건넸다. "세어봐."
천칭은 돈을 받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삼형 말이 틀리지 않았네."
"뭐가?" 청커가 물었다.
"너 진짜 얼빵하다." 천칭이 말했다.
청커는 멍해져서 한참동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심지어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껴야할지도 고르지 못했다.
"집은 그가 너한테 세를 준거야." 천칭이 말했다. "지금 내가 세를 받으러 왔는데 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한테 돈을 주네?"
청커는 말없이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가 나더러 올라가라길래 네가 돈을 안주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 천칭이 말했다. "삼형 말이 그럴리 없다, 그 얼빵한 건 당연히 묻지도 않고 줄거라더니, 너 진짜잖아?"
청커는 이를 악물고 지갑에 돈을 다시 넣은 뒤 소파에 앉았다. "쟝위둬 불러서 직접 받으라고 해."
"그는 바로 아래층에 있어. 믿지 못하겠으면 전화해." 천칭이 말했다.
청커는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쟝위둬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저쪽에서 쟝위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천칭과 비교해 알아듣기 쉽다.
"집세는 너 본인한테 줘야겠어." 청커가 말했다.
"천칭에게 주면 돼."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그에게 받으라고 보냈어."
"안 돼." 청커가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려고?"
"내가 책임질게." 쟝위둬가 말했다. "난 바로 아래층에 있어."
"그럼 와서 면책 동의서를 작성해." 청커가 말했다.
"무슨 장난질이야?" 쟝위둬가 멍해졌다.
"만약 천칭이 돈을 들고 잠적하거나, " 청커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아니면 그가 문을 나서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거나, 아니면 그가 돈을 너에게 건네려는데 바람에 날아가버리거나 해도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너 시발 어디 아프냐?" 쟝위둬는 깜짝 놀랐다.
"안 아파." 청커가 말했다. "그냥 얼빵해서 그래."
"시발." 쟝위둬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천칭이 너한테 뭐라 그랬어?"
"직접 올라와서 돈을 받든가, 아니면 직접 올라와서 면책 동의서를 써." 말을 마친 청커는 전화를 끊고 천칭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천칭의 얼굴에 많은 상처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된 거야?" 천칭이 그에게 물었다.
"삼형한테 물어봐." 청커가 거실 불을 켜니 확실히 천칭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선글라스 착용은 자신의 상하좌우 총호법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이제보니 너란 사람은, " 천칭이 의자에 앉았다. "성질도 대단하네."
"너는 매일 쟝위둬랑 있으면서 나보고 성질이 대단하다고? 팬 필터가 너무 두꺼운가봐." 청커가 말했다. "길은 보여?"
"그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아." 천칭이 말했다.
청커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비록 쟝위둬를 몇 번 본 적은 없었지만, 전 과정에서 화를 내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밥을 먹은 날뿐이었다.
"넌 그가 진짜로 화가 난 걸 본 적 없어." 천칭은 그의 마음 속 의문을 대충 알아차린 듯 설명을 덧붙였다. "진짜 화를 냈으면 너는 그날 쓰레기통을 걷어찼을 때 죽었을 걸."
"이 자식아, " 청커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너 IQ 측정해본 적 없어?"
"없어." 천칭이 대답했다.
청커는 이를 악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더 할 말도 없었다.
천칭과 몇 분동안 침묵으로 마주하며 그의 얼굴 곳곳의 멍을 완벽히 감상한 후에 초인종이 울렸다. 천칭은 바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삼형, 나는 나한테 돈을 달라고 말했는데......"
"너 한가하지?" 쟝위둬는 집으로 들어와 의자 하나를 꺼내어 앉더니 청커를 바라보았다. "나 데리고 노는 거야?"
청커는 원래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쟝위둬를 본 순간 그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너 이거...... 건물에서 뛰어내렸어?"
쟝위둬의 이마 위 거즈는 한 달이 되도록 아직 피가 배어나와 있었고, 얼굴에 상처 하나가 더 생겨 있었다. 오른쪽 팔은 매달려 있고, 왼쪽 다리는 바짓단을 걷어올리고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부목을 대고 있었다.
그는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설령 싸웠다 하더라도 한 지반의 보스가 호법보다 심하게 다쳤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다 나 때문이야......" 천칭은 옆에 앉아 눈썹을 찌푸렸다. 매우 괴로워 보였다.
"신파 찍지 마." 쟝위둬는 그를 향해 손을 내젓고 다시 청커를 보며 물었다. "돈은?"
"영수증." 청커가 말했다.
천칭이 영수증과 펜을 꺼내 막 쓰려는데 청커가 쟝위둬를 가리켰다. "누가 받는데 누가 쓰는 거야."
"삼형은 손을 다쳤잖아!" 청커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 그는 왼손잡이야."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그를 몇 번 응시하고는 천칭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천칭은 영수증과 펜을 그의 손에 얹어주었다.
"오늘 청커에게......" 쟝위둬는 영수증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읊으면서 썼다.
"각수恪守의 각, 승객乘客의 객이 아니야." 청커는 그가 부적을 그리듯 글자를 쓰는 것을 보았다.
쟝위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청커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에서 펜을 꺼내 옆에 있던 메모지 위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너 내 신분증 사본 있지 않아?"
"누가 그걸 기억해." 쟝위둬는 펜을 빼앗아 객 자를 그어버리고 위에다 각 자를 쓰더니 또 그어버렸다. 그리고는 메모 위를 다시 한 번 보고 각 자를 썼다. "사진이랑 나이만 봤어."
청커는 영수증을 챙기고 쟝위둬에게 돈을 줬다.
곧이어 그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나왔다. 세 사람은 서로 입을 다물고 쳐다만 보았다. 청커는 원래 그날 함께 밥을 먹었으니 더 이상 어색하고 비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그는 아직 쟝위둬에 대해 잘 몰랐던 모양이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손님을 배웅하려 했는데 쟝위둬가 천칭을 향해 고개를 까딱이더니 천칭은 문을 열고 나가서 문을 다시 닫았다.
"왜?" 청커는 그를 보았다.
"888 마이바흐, " 쟝위둬는 한 손으로 느릿느릿 담배를 꺼내 물더니 또 느릿느릿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너랑 무슨 관계야?"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그건 내 동생 차야."
"넌 도대체 무슨 문제야?" 쟝위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 청커는 무슨 논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너희 둘 목적이 뭐야?" 쟝위둬가 물었다.
"...... 너 시발 뭐라는 거야?" 청커는 눈썹을 찌푸렸다. "888 마이바흐가 너한테 어쨌길래?"
"888 마이바흐가 오늘 이 주변을 돌아다녔어." 쟝위둬가 말했다. "몇 바퀴 돌더니 다시 떠났어. 와서 뭐 한 거야? 운전기사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왜 직접 운전을 안 해? 운전을 하면 빠뜨리고 못 보는 게 있을까봐서?"
"그는 어딜 가든 운전기사를 데리고 다녀." 청커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운전 면허가 없으니까!"
쟝위둬는 멍해졌다. "면허가 없다고?"
"그래, 그는 운전할 줄 몰라."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 쟝위둬가 뭘 지껄이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조금 막연했다. 청이는 이곳을 맴돌며 뭘 했을까?
"그거 네 친동생이야?" 쟝위둬가 물었다.
"응, 아빠도 같고 엄마도 같아."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그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또 나지막이 말했다. "너 진짜 입양된 거 아냐? 차이가 너무 크잖아."
"꺼져."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다 웃고 나서 그의 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네 동생, 좀 멀리 떨어져. 고대였다면 친형을 죽이고 태자 자리를 빼앗았을 상이야."
청커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와 청이의 관계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이 말을 듣는 것은 조금 불편했다.
"진짜야. 나는 한눈에 알았어." 쟝위둬가 말했다.
"관상도 볼 줄 아는구나." 청커가 말했다. "탄복했어."
"내가 본 나쁜 놈이, " 쟝위둬가 말했다. "네가 쏜 자손보다 많아."
청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쟝위둬가 이 말을 할 때의 눈빛은 이 말 자체의 저속함을 간과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