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7. 13:07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12장
청커는 자신의 눈앞에 내동뎅이쳐진 문을 노려보며, 무언가를 말해야할지, 아니면 조용히 기다려야할지, 아니면 돌아서야 할지 잠시 반응이 헷갈렸다.
"잠시만." 안에서 쟝위둬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오." 청커가 대꾸했다. 쟝위둬의 목소리는 아까의 전화 속 목소리와 거의 비슷했고 심지어 더 잠긴 것 같았다. 병이 난 것일까?
청커는 그의 안색에 병색이 있었는지 떠올리기 위해 머릿속 쟝위둬의 알몸 장면을 지우려 애썼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라 충격이 다소 컸던 듯하다. 그는 몇 번이나 노력했지만, 여전히 눈앞에 쟝위둬의 알몸이 아른거렸다.
심지어 그가 미처 통제하지 못한 탄막까지 흘러나왔다.
몸매 좋네.
아, 네 엄마한테 꺼져!
청커는 눈썹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마음을 추스르려 했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
그 이후 5초도 되지 않았는데, 팔다리에 부목이 있는 사람치고 옷 입는 속도가 좀 초자연적......
시발?
"너!" 청커는 여전히 문 안에 서 있는 쟝위둬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도 그는 쟝위둬의 안색이 어떤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쟝위둬의 가슴 위 흉터였다.
...... 이 사람의 몸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흉터가 있는 것인가?
앞뒤 모두 있다니.
"옷 입기가 힘들어." 쟝위둬가 말했다. "먼저 한마디 묻겠는데, 너 시발 가스 카드 어떻게 충전하는지 모르는 거 아니지?"
"아니야!" 청커는 빠르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쟝위둬의 몸에 집어던졌다. "시발 벌써 충전했거든!"
"그럼 여긴 뭐하러 뛰어왔어?" 쟝위둬는 그의 옷을 받아 몸 앞을 가렸다.
"네가 급사한 거 아닌지 보러 왔다!" 청커는 기가 막혔다.
"아직이야." 쟝위둬는 몇 걸음 떨어지더니 문을 조금 더 열었다. "들어와."
들어가긴 뭘 들어가!
청커는 전혀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는 자신이 동정심이 넘쳐 이곳까지 달려와 이런 자극을 받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 이웃집 문에서 갑자기 소리가 났다.
청커는 화들짝 놀라 집안으로 뛰어들더니 손을 뒤로 해 문을 팽개쳐 닫았다.
이 장면이 이웃에게 보여진다면 그는 황하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태평양에 뛰어들어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이웃이 그가 누구인지 모를지라도.
쟝위둬는 그의 옷을 소파에 던지고는 몸을 돌려 느릿느릿 침실로 걸어갔다.
이 속도는 앞서 문을 열고 닫았다가 다시 열었던 것에 비하면 오천칠백 배 이상 느렸다. 청커는 쟝위둬가 다리를 다친 상태라 그런 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너무 다가가서 그를 밀어넣고 싶었다.
"천칭인줄 알았어." 쟝위둬는 마침내 침실에 한발짝 진입한 후 말했다.
"귀가 막혔어? 내가 청커라고 말했잖아!" 청커는 소파에 앉은 채 이 신기한 이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쟝위둬가 이런 모습으로 총호법을 만날 수 있다니.
"네가 말 하는 거 들었어, " 쟝위둬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천칭인줄 알았어. 이해가 안 돼?"
"난......" 청커는 당연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청커 두 글자를 들었는데도 여전히 천칭으로 알 수 있다니, 이런 뇌 주름에 콩 낀 듯한 사유를 듣고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손에 갑자기 털이 보송보송한 무언가가 부딪혔다.
쥐!
청커는 순간적으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튀어올랐을 때 비로소 쟝위둬의 고양이일 것이라는 게 떠올랐다.
소파 위를 돌아보니 과연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그의 번개같은 속도에 놀랐을 것이다.
"난 쥐를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는 사내놈은 처음 봐."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뭐가 무서워?" 청커가 고개를 돌리더니 또 재빨리 되돌아갔다. 쟝위둬가 침대에 앉은 채 뜻밖에 여전히 벌거벗은 채로 팬티를 다리에 걸치고 있었다. 그는 정말이지 참을 수 없어 또 고개를 돌려 쟝위둬를 가리켰다. "너 옷을 도대체 언제 입을 거야?"
"바지부터 입어야하지 않겠어?" 쟝위둬가 그를 보더니 갑자기 실눈을 뜨고 웃었다. "부러워서 더 많이 보고 싶지 않아?"
"나 간다." 청커는 외투를 집어들고 떠나려 했다.
외투를 손에 쥐었더니 무게가 조금 이상해서 그는 고개를 숙여 살펴 보고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고양이가 소매를 끌어안고 올라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려가." 청커는 옷을 털었다.
"너 아직 말 안 했잖아, 너......" 쟝위둬는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 건지, 아니면 순간 목이 너무 잠겨선지 목소리가 빨리 나오지 않았다. "뭐하러 왔는지."
"너 스스로 네 목소리를 들어봐." 청커는 옷을 털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를 끊지도 않고, 소리도 내질 않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보러왔어. 죽었으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쟝위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커는 한참을 털었지만 고양이를 털어내지 못했다. 또 고양이가 낯을 가려 그를 할퀼까봐 손으로 잡지도 못했다.
잠시 후 쟝위둬가 뒤에서 말했다. "고마워."
청커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이미 팬티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게 보였다. 상반신은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시각적으로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진심을 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청커는 조금 말을 잇지 못했다.
쟝위둬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옷에서 고양이를 집어들어 소파에 던졌다. 그리고 한마디 물었다. "밥 안 먹었지?"
"아니, 계란 두어 개 삶으려 했는데 불이 안 붙잖아." 청커는 이 말을 하고 갑자기 후회했다.
과연 쟝위둬는 곧바로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들더니 번호를 누르며 말했다. "그럼 같이 먹어."
"아니야, " 청커는 거절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나 볼일 있어. 나가서 대충 먹으면 돼."
"무슨 일?" 쟝위둬가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그냥......" 청커는 갑작스러워 적당한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그는 쟝위둬처럼 인사치레마다 진지하게 대하고 장면을 민망하게 만드는 흉폭한 태도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볼 일은 개뿔이 있겠어." 쟝위둬는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터치했다. "매일 마트나 가고, 제일 멀리 나와봤자 내 지반이면서......"
"너 나 미행해?" 청커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눈알이 눈가죽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아니, "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여기는 내 지반이야. 너 같이 수상한 인물은 내가 미행하지 않아도 매일 누군가 나한테......"
쟝위둬는 애써 목을 가다듬으며 몇 번 기침을 했다. "보고해."
수상한 건 네 할아버지겠지!
청커는 말을 하기 싫어졌다.
"다빙, " 쟝위둬의 전화가 연결됐다. "너 복루에 가서 아침 두 개만 사다줘...... 난 괜찮아, 응, 우리 집으로...... 아무거나, 알아서 사."
쟝위둬는 통화를 마치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의자에 앉아 청커와 눈을 맞추고 노려보았다.
"난 정말 안 먹어." 청커가 말했다.
"그럼 내가 먹는 거 봐." 쟝위둬가 말했다.
"...... 넌 항상 이러냐?" 청커는 이미 화도 나지 않았다. 단지 쟝위둬의 미친놈 같은 상태에 탄복할 뿐이었다.
"어떤데?" 쟝위둬는 이 말을 할 때 소리가 사라라져 숨소리와 입모양으로 추측하는 수밖에 없었다.
"됐어, 너 말 하지 마."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듣는 내가 힘들어서 때리고 싶으니까."
쟝위둬는 웃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테이블 위로 뛰어오른 고양이를 잡아다 다리 위에 놓고 쓰다듬었다.
청커는 쟝위둬의 노출된 상반신을 보고싶지 않았지만, 그의 흉터가 마음에 걸려 눈을 떼기 어려웠다.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싸울 때마다 화장터로 질주하는 거 아니야?"
"응?" 쟝위둬는 멍해지더니 자신의 가슴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웃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40미터짜리 대검을 휘두른 거겠지."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흉터를 입은 쟝위둬가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정도, " 쟝위둬는 다 웃고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목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싸움에서 누가 날 이렇게 만들 수 있겠어?"
"정말 과장은, " 청커는 매우 무시했다. "내가 너의 그 부목을 보지 않았다면 믿을 뻔했지."
"그건 달라, 여긴 나한테 칼 휘두르는 사람 없어." 쟝위둬는 담배를 끄고 옆에 있는 티셔츠 한 장을 집어들고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이런 건 다 어릴 때 생긴 거야."
청커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쟝위둬는 한쪽팔로 옷을 입는 것이 좀 힘들어서 한참을 끼우고 발버둥쳐야했다. 팔을 다친 후 그는 매번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옷을 찢어버리고싶을 만큼 고생했다. 어제는 어떻게 옷을 벗었는지 모르겠다......
"이리 와서 좀 잡아줘." 그는 옷깃에서 한쪽 눈을 내민 채 청커를 바라보았다. "눈에 해야할 일이 좀 보이지 않아?"
줄곧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있던 청커는 눈썹을 찡그리며 일어나 그의 손을 잡고 옷을 끌어내려주었다. "옆에 아무도 없을 땐 어떻게 입었어?"
"너 지금 네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거면, " 쟝위둬가 말했다. "나 혼자 입을게."
청커는 멍해지더니 그의 손을 다시 잡아 이미 입은 옷을 다시 끌어올렸다. "나 사람 아니야."
"너 저리 가! 너 세살 반 짜리 어린애랑 같은 반이지......" 쟝위둬는 소리를 지르려했지만 목이 그다지 협력하지 않아 뒷마디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너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청커가 물었다. "병원 안 가봤어?"
쟝위둬는 뒤척이며 옷을 다시 입었다. "안 가."
병원엔 가지 않는다.
그는 병원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부목을 댈 때도 그는 몇 번이나 악몽을 꾸었고, 약을 바꾸러도 다시 가지 않고 줄곧 동네 진료소를 이용했다.
옷을 다 입은 후 그는 또 청커를 몇 번 주시하더니 청커가 더 이상 떠나기를 강행할 의도가 없어보이자 담배에 다시 불을 붙여 물었다.
"너 그 담배 피우는 빈도를 봐선, " 청커가 말했다. "수화를 배울 준비를 해야할 거 같다."
쟝위둬가 뭐라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곁눈으로 창밖에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 청커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세워 말하지 말라는 표시를 한 뒤 창문 쪽으로 뛰어가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지금 사람이 많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쉬는 사람들 모두 이제야 외출하기 시작했다.
쟝위둬는 자신의 시야에서 가장 먼 곳부터 재빨리 수색했지만,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는 통로로 잽싸게 들어가는 뒷모습만 보였다.
또 이 통로다.
두 번째다.
그가 천천히 창문에서 떨어진 뒤에야 청커가 나지막이 물었다. "네 다리, 부목은 장식이지?"
"아니야." 쟝위둬는 앉았다. 몇 번 뛰었을 때 종아리가 조금 시큰거렸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원래 며칠이면 뜯어내도 된다.
사실 그는 오늘 뜯어내도 되는데, 단지 부목을 끼우고 있는 게 심리적으로 조금 든든할 뿐이다.
다친 곳을 다시 다치기는 쉽지 않다.
...... 찬장 문에 부딪힌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빙의 목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왔다. "삼형, 저 왔어요."
"응." 쟝위둬가 대꾸했다. 다빙은 그의 어린 형제들 중 가장 똑똑해서 유일하게——창문을 통해 먼저 소리를 내 그가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일어나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청커가 이미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커 형?" 다빙은 깜짝 놀라 인사를 했다. "삼형 혼자 2인분 먹는 줄 알았어요."
"뭐 샀어?" 쟝위둬가 물었다.
다빙은 그의 소리를 듣자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묻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묻지 않은 채 두 개의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맛있어보이는 걸로 샀는데, 둘로 나누지 않고 그냥 두 봉지 채웠어요.
"괜찮아." 쟝위둬는 지갑에서 돈을 뽑아 그에게 주었다.
"많아요, 삼형." 다빙이 말했다.
"그럼 거스름돈 주든가?" 쟝위둬가 물었다. "결제코드 주면 스캔할게."
"그건 너무 보기 안 좋잖아요." 다빙은 웃기 시작했다. "받아뒀다가 다음에 야식 살게요."
"같이 좀 먹을래?" 쟝위둬가 물었다.
"아뇨, " 다빙이 말했다. "이따 칭 형이랑 먹으려고요. 오늘 그 가게에 면접 보러 가요."
"그럼 빨리 가." 쟝위둬는 손을 흔들었다.
다빙이 떠난 뒤 쟝위둬는 테이블 가에 앉아 옆에서 야옹이 비닐봉지로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는 청커를 보았다. "먹어. 내가 먹여줘야 해?"
"이 고양이 이름 있어?" 청커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야옹." 그는 포장을 열어 안에 있는 도시락을 한 갑, 한 갑 꺼냈다. 모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따뜻해보였다.
청커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냥, 야옹이라고 불러." 그는 다시 설명해주었다.
"...... 오." 청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고양이한테 묻어갈 수 있겠네."
"미미가 묻히겠지." 쟝위둬가 류샤바오 한 갑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 "이거 다른 곳보다 작지만 맛있어. 너 먹어." 1
"난 두 개만 맛보면 돼." 청커가 말했다. "그렇게 많이 못 먹어."
"이 만두는 내 알보다도 작은데, " 쟝위둬가 말했다. "두 개만 먹는다고?"
"청커는 만두를 집으려던 손을 공중에 멈춘 채 몇 초 후에야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너 음식 먹을 때 그런 부위로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까?"
"너 왜 이렇게 투정을 부려, " 쟝위둬는 만두를 보며 생각하더니 다시 한 번 말했다. "탁구공 하나보다 작아."
"더 이상 먹고싶지 않아졌어." 청커가 말했다.
"그럼 다른 거 먹어." 쟝위둬는 류샤바오를 자기 앞으로 가져가더니 또 차샤오바오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이것도 맛있어."
청커는 차샤오바오를 집어들었다.
쟝위둬가 류샤바오를 먹으려 할 때 그는 또 한마디 했다. "너 지금 자기 알을 먹는 듯한 착각은 안 드냐?"
쟝위둬는 손을 공중에 멈춘 채 청커를 바라보았다.
청커는 차샤오바오를 한 입 베어물었다. "이건 먹어본 것 같아. 복루에서 사오랬어?"
"말도 안돼." 쟝위둬가 말했다.
"응?" 청커가 그를 보았다.
"너, " 쟝위둬가 테이블에 엎드려 그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기 알을 물 수 있어? 완전 쩌네, 도련님."
쟝위둬는 청커와 싸워본 적이 있어 이 사람은 분명 단련한 적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청커의 평소 모습은 전투력이 약해보여 자기도 청커에게 맞아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들었던 사실을 간과하곤 했다.
청커가 그가 똑바로 보지도 못할 속도로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머리를 쾅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로 내리눌렀을 때 그는 그제야 이 사람이 전투력이 있고 심지어 강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난 너한테 아침을 사줬는데, " 쟝위둬는 테이블 위에 머리를 붙인 채 눈앞의 닭발 한 갑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더러 사달랬어?" 청커는 그의 머리를 누른 손을 풀지 않았다.
"아무튼 너도 가지 않았잖아, " 쟝위둬가 말했다. "네가 가고 싶었으면 내가 지금 이꼴로 가만히 있겠어?"
"시발?" 그 소리에 청커는 매우 놀란 듯했다.
곧이어 그의 손이 풀리더니 쟝위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청커는 이미 일어나 외투를 입으며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에이!" 쟝위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실 청커에게 시비를 걸 생각은 없었다. 특히 청커가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보러 일부러 찾아온 감동적인 상황에서는.
다만 두 사람의 대화는 채널이 잘 맞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천칭하고만 채널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청커와도 이럴줄은 몰랐다.
그는 따라서 일어나 청커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비록 청커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 정말로 아무 목적도 없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만약 진짜 무슨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알아차리기 쉬우니까.
그런데 아마 좀 급하게 일어났는지, 게다가 잠을 잘 못 잔 상태에서 방금은 머리를 테이블에 박기까지 해서...... 그는 일어서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심하게 어지러웠다.
청커가 고개를 돌렸을 때 쟝위둬는 망연한 눈빛으로 그의 쪽으로 몇 걸음 옮기고 있었고, 그는 조건반사적으로 쟝위둬가 의자에 부딪치려는 것을 막고 그를 부축했다.
"왜 그래?" 청커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무 급히 일어났어."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가 손을 떼려는데 쟝위둬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보였다. 콩만한 땀방울이 그가 몸을 돌려 떠나기 전까지도 없었는데, 이 십몇 초만에......
"너 급하게 일어난 걸로 이런다고?" 청커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일단 앉아!"
쟝위둬가 소파 쪽으로 휘청이자 청커가 그의 팔을 잡아 반쯤 부축한 채 소파로 데려가 앉혔다.
"천칭 불러." 쟝위둬는 목이 심하게 쉬어 있었다. "병원엔 안 가."
"뭐?" 청커는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다.
"천칭."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려 보기에 많이 불편해보였다.
"알았어." 청커는 그의 이마를 손으로 문질러 땀을 훔친 뒤 자연스럽게 쟝위둬의 옷에 닦았다. 뜨겁지 않다. 열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시발, 어르신." 쟝위둬가 말했다.
"네 땀이잖아, 내 몸에 닦아야겠냐?" 청커는 몸을 돌려 쟝위둬가 테이블에 올려둔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은 야옹의 사진이었는데, 꽤 잘 찍었다. 햇볕에 털이 반짝이고 있는 작은 얼굴.
하지만 청커는 자세히 볼 기분이 아니어서 통화기록을 눌렀다. 천칭의 이름을 찾기도 전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청·저능아·커"였다.
"시발, " 청커는 욕을 한마디 내뱉고 계속 아래로 내리며 찾았다. "천왕개지호天王盖地虎 이거야?"
"응." 쟝위둬는 눈썹을 비틀며 대답했다.
청커가 천왕개지호의 번호를 누르니 저쪽에서 몇 번의 신호 끝에 받았다. "삼형."
"나 청커야." 청커가 말하고는 저쪽의 천칭이 말이 없자 아마 반응이 오지 않은 듯하여 청커는 또 한마디 보충했다. "예거."
"아!" 천칭은 매우 놀라워했다. "네가 왜 그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청커는 쟝위둬를 힐끗 보았다. "난 쟝위둬네 집에 있는데, 그가 좀......"
"너 무슨 짓했어!" 천칭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난 아무것도 안했어, 그는 그냥......" 청커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을 하다가 또 천칭에게 끊겼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휴대전화가 왜 네 손에 있어!" 천칭이 소리쳤다.
"엿먹어, " 청커는 화가 났다. "내가 그를 찔렀어. 너 지금 당장 와. 늦으면 찔러서 죽여버릴 거니까!"
천칭은 침묵하며 자신의 아이큐를 되찾고 있는 건지 뭔지, 몇 초 후 그는 마침내 더 이상 소리치지 않았고 숨을 헐떡이는 게 마치 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무슨 일이야?"
"꼭 멀미하는 것 같아. 목도 쉬었어." 청커가 말했다.
"나 곧 도착해, 곧 도착해." 천칭은 연달아 말했다. "너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마, 병원에 가지 마, 병원에 가지 마, 병원에 가면 또 기절할지도 몰라."
"알았어, 내가 지금 뭘 해야 해?" 청커가 물었다.
"아니야, 그냥 지키고 있기만 해. 그냥 어지러운 거야. 지병, 첸 누나는 그가 아름다운 병이 있다고 의심했지만 의사에게 한 번도 안 가봤는지는 몰라." 천칭은 바람소리가 들리도록 달렸다. "나 곧 도착해. 차 끌고 갈게."
청커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서 와."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청커는 의자를 가져다 소파 옆에 앉아 이미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쟝위둬를 보았다. "물 마실래?"
"아니." 쟝위둬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오." 청커는 목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러한 장면을 맞닥뜨린 적이 없다. 누가 무슨 병이든 막론하고 이렇게 집안에서 버티지 않았고, 그는 기껏해야 병실에 서서 의사와 간호사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을 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침묵이 흐르고, 또 약간 성의없는 모습이 드러나니 정말 그가 쟝위둬를 찌른 듯한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뭐 좀 먹을래?" 청커는 질문을 강행했다.
쟝위둬는 아무 소리 없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한테 할 말 찾을 필요 없어. 네가 어지러울 때 내가 너더러 뭐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어?"
"못 먹어." 청커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닥쳐."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환자에게 화를 내고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쟝위둬의 이마에 다시 커다란 땀방울이 스며나오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 마음에 소파 위의 수건 하나를 잡아당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그건 시발 내가 고양이 닦아준거야."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옆에 있는 야옹을 보더니 참지못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이럴 때 웃음 소리가 나오는 건 실로 꼴불견이라 그는 서둘러 집어삼켰다. "미안."
쟝위둬는 입꼬리를 끌어당겨 조금 웃었다.
웃고나서 또 말했다. "난 병원 안 가."
"응, 알아." 청커는 그를 바라보았다.
- 우리나라 나비처럼 중국에서 흔한 고양이 이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