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5. 02:24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8장
청커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밖에 서서 뛰어오르는 숫자만 쳐다보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쟝위둬가 가길 기다렸다가 내려갈까, 아니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까?
다시 전화해볼까, 아니면 그냥 쫓아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까?
아니면 방으로 돌아가 있을까?
아니, 그는 왜 쟝위둬를 신경쓰는가?
소위 큰형님이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쓰레기통 위에서 싸울 수 있는 그런 놈이 머리를 다친다 한들 무슨 상관이냐...... 그런데 그는 왜 이곳으로 왔을까?
청커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그대로 여기 서서 쟝위둬가 간 것을 확인한 후 아래로 내려가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8층에 이르렀을 때 멈추더니 잠시 후 계속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바뀌기 시작해, 9층에서 8층으로 가더니 다시 올라왔다.
청커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층층이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노려보며, 또 다리를 내딛기 적당한 위치를 찾아보았다. 만약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것이 쟝위둬라면 그는 단숨에 그를 걷어차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멈추지 않고 깔끔하게 그가 있는 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쟝위둬는 과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하지만 청커는 발을 내밀지 않았다. 쟝위둬가 나왔을 때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배어 나오는 피가 거의 그의 왼쪽 눈을 뒤덮어 아까보다 스무 배는 더 처참해보였기 때문이다.
"너 여기서 시위라도 해?" 청커는 실로 말문이 막혔다.
"8층에서 여자 한 명이 탔어." 쟝위둬가 말했다. "그녀가 두 층도 못 내려가 비명을 지를까봐 걱정돼서."
"그런데 왜 또......" 청커는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문 열어." 쟝위둬는 한쪽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구급 상자 좀 쓸게."
"...... 난 구급상자 없어." 청커가 말했다.
"있어, " 쟝위둬가 말했다. "TV장 문 안에."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뒀어." 쟝위둬는 손을 흔들었다. "서둘러, 난 혈소판이 부족해서 잠시 후 네 앞에서 피 흘리면서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천칭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네가 나를 죽였다고."
청커는 아무 말 없이 움직이지도 않으며 쟝위둬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 상처가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확실히 손바닥으로 눌러도 피가 멎지 않고 계속 배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 왜 병원에 안 가고?" 청커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무서워."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참지못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이상해?" 쟝위둬가 말했다.
"응." 청커가 끄덕였다.
"너도 쥐를 무서워하잖아." 쟝위둬는 의자에 앉았다.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확실히 쥐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쟝위둬가 어떻게 알았는가?
"저기 수납장 문 열어, " 쟝위둬가 TV장을 가리켰다. "안에 있는 구급상자를 나한테...... 문 열 줄 알지?"
청커는 원래 이미 허리를 굽혀 수납장 문을 열 참이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일어나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미안, 할 줄 몰라."
쟝위둬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수납장 문을 열고 안에서 작은 구급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의 손이 관자놀이에서 떨어졌을 때 피 몇 방울이 마루 위로 떨어졌다.
청커가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니 이 상처는 직접 아무렇게나 처리하면 안 될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쟝위둬가 능숙한 동작으로 구급상자에서 알코올과 거즈, 의료용 테이프를 꺼내고 가위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쟝위둬가 외투를 벗고 물건들을 들고 욕실을 향하자 청커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너 그 상처는 수돗물로 씻으면 안 돼."
"응, 알코올 쓸 거야."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너 그런 것도 알고 있어?"
"그냥 잠시 앉아서 날 조롱해, 한 두 시간 정도 넉넉하게." 청커가 말했다.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쟝위둬는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
현재 이 집이 자신의 지반인 것을 고려해, 청커는 몇 초 망설이다가 욕실 입구로 따라갔다.
쟝위둬는 욕실 문을 닫지 않은 채 그에게 등을 돌리고 거울 앞에 서서 손을 들어올려 티셔츠를 벗어 옆으로 던졌다.
청커는 그의 몸매를 먼저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이미 그의 몸에 있는 흉터에 충격을 받아 사고가 정지했다. "너 이거......"
쟝위둬의 등에는 커다란 흉터 몇 개가 어수선하게 나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어깨에서 허리까지 등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어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뭐?" 쟝위둬는 알코올 병을 열더니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바로 쏟아부었다.
"아니...... 으, 시발." 청커는 자신의 이마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쟝위둬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마치 그가 쏟아부은 것이 맑은 물 한 병인 것처럼.
쟝위둬의 동작은 매우 거칠었다. 상처를 깨끗이 소독 후 가루약을 뿌리고 거즈를 누른 뒤 테이프를 붙였는데, 매 동작 마다 그가 남의 머리, 그것도 원수의 머리를 처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처를 재빨리 싸맨 이후 쟝위둬는 수도꼭지를 틀고 얼굴과 몸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씻고는 수건걸이에서 수건 한 장을 잡아당겨 닦았다.
그건 시발 내 세안용 수건이야!
청커는 그를 보며 말문이 막힌 채 한참을 참다가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충격을 가라앉히자.
욕실에서 나온 쟝위둬는 이미 티셔츠를 입고 구급상자를 정리해서 수납장에 넣으려 했다. 청커는 목을 가다듬었다. "여기 두지 말고 네가 가져가."
쟝위둬는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 집은 이미 나한테 세를 줬어." 청커가 말했다. "네 물건을 여기 두면 안 되겠지? 오늘 내가 없었으면 너 혼자 문을 열고 들어올 작정이었어?"
"응." 쟝위둬가 말했다. 줄곧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이때 마침내 변화가 생겼다. 청커는 그가 "머쓱하다"는 표정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의외였다.
"난 계약서의 요구대로 자물쇠를 바꾸지 않았어." 청커가 말했다. "너도 세입자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어?"
"미안해."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좀 급해서, 여기가 제일 가까워서 왔어."
청커는 담배를 물고 본래 한바탕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손을 대진 않아도 몇 마디 다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쟝위둬가 갑자기 성실하게 사과하자 그는 마치 발을 헛디딘 것처럼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간다." 쟝위둬는 외투를 입고 구급 상자를 들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오, " 청커가 대꾸하고는 뭔가 떠올라 다시 그를 불렀다. "저기, "
"응?" 쟝위둬가 고개를 돌렸다.
"물어볼 게 있는데, 그냥......" 청커가 부엌을 가리켰다. "저 가스레인지, 좋은 거야?"
"좋은 것뿐만이 아니라 새 거야." 쟝위둬가 말했다.
"그게...... 불이 안 붙어."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구급 상자를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부엌 안에서 그에게 말했다. "너 이리 와, 나한테 네가 어떻게 켰는지 보여줘."
청커는 담배를 끄고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네가 그냥 해보면 되잖아?"
"아니, 내가 봐야겠어." 쟝위둬가 말했다. "네가 어떻게 했길래 새 온수기에서는 온수가 안 나오고 새 가스레인지에는 불이 안 붙는지."
청커는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가스 밸브를 열었다.
"응." 쟝위둬는 소리내어 반응했다.
청커는 다시 손을 뻗어 가스레인지의 다이얼을 돌렸다.
따다다다닥......
"거봐." 청커는 버너를 가리켰다.
쟝위둬는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뱉어내더니 그의 손을 덥석 잡고는 청커가 손을 빼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손을 다이얼 위로 잡아당겼다.
청커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냥 말로 해도 되는데......"
쟝위둬는 소리도 내지 않고 그의 손을 움켜쥔 채 눌렀다. "알겠어?"
청커는 다이얼이 눌리는 것을 느꼈다.
"돌려." 쟝위둬가 말했다.
따다다다다...... 붕......
버너에서 불꽃이 튀어나와 두 바퀴 돌더니 파란색 작은 불꽃이 되었다.
"너 신분증 진짜야?" 쟝위둬가 부엌을 나갔다.
"무슨 뜻이야." 청커는 불을 껐다.
"너 27년 동안, " 쟝위둬는 다시 구급 상자를 들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잘 때 옷 벗는 것까지 다른 사람이 해준 거 아냐?"
"엿 먹어." 청커는 그를 바라보았다.
"전자제품 설명서는 모두 TV장 서랍에 있어." 쟝위둬는 문을 열었다. "쓸 줄 모르겠으면 봐."
청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쟝위둬는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소리는 매우 가벼웠고, 천칭이 닫는 소리에 비해 훨씬 교양 있었다.
청커는 소파에 다시 앉아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고는 TV장 서랍을 향해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쟝위둬가 집에 돌아왔을 때 시동이 꺼지지 않은 아우디가 건물 아래 서 있었다. 그의 경험에 비추어 이 안에 앉아 있는 것은 천칭일 것이다.
과연, 그가 떠나기까지 몇 미터가 남았을 때 차 문이 열리더니 천칭이 차에서 뛰어내려와 몇 걸음 맹렬하게 걸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천칭은 그의 머리 위 거즈를 노려보았다. "누구 짓이야? 시발! 누가 그랬어!"
"제대로 못 봤어." 쟝위둬가 말했다.
"어디서 마주쳤어?" 천칭이 물었다.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
"골목길 저 쪽에서." 쟝위둬는 눈썹을 찌푸렸다. "나도 사람을 제대로 못 봤어."
"심각해?" 천칭이 물었다.
"안 심각해." 쟝위둬는 복도로 들어갔다. "주차는 주차장에 해. 여길 틀어막고 욕먹지 말고. 왕 아주머니가 또 약단지를 던지면 너 이번 달 월급 전부 수리에 써야 해."
천칭은 주차하러 가고, 쟝위둬는 집으로 들어와서 또 거울을 보며 살펴봤는데 거즈가 잘 붙어 있지 않았다.
앞서 거즈를 붙일 때 청커가 계속 뒤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시선이 조금 불편해서 빨리 끝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구 눌러서 끝냈다.
"너 이 상처 병원 안 가도 돼?" 차를 세워둔 천칭이 집안으로 들어오며 알 수 없는 커다란 봉지를 탁자 위에 놓았다. "어떻게 다쳤어?"
"벽돌, " 쟝위둬가 탁자 옆으로 갔다. "아니면 칼."
"...... 삼형, " 천칭이 그를 보았다. "그 두 물건은 너무 다르잖아."
"난 사람도 제대로 보기 전에 바로 얻어맞았어." 쟝위둬가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 손이 겁나 무거웠어."
"이게 몇 년째야." 천칭이 탁자를 걷어찼다. "뒤끝 말야,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네가 말해봐, 그들이 원하는 게 대체 뭐야?"
"몰라."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계속 전쟁중이길 바라나보지."
"시발, " 천칭은 생각해보고 또 그의 앞에 다가가 거즈를 살펴봤다. "병원에 가서...... 이거 병원에서 한 거 아니지? 솜씨가 형편없는데, 어디 가서 쌌어?"
"예...... 청커네 거기서, 내가 직접 했어." 쟝위둬가 봉지를 열자 소고기 육포 냄새가 확 풍겨져 나왔다. "너 정말 날 잘 안다니까."
"우리 이모가 가져온 건데, 거의 다 가져왔어." 천칭이 말했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 거야."
"엄마한테 안 맞았어?" 쟝위둬가 물었다.
"엄마는 이렇게 이를 써야 하는 건 안 좋아해." 천칭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 진짜 예거 네 가서 하다니, 그에게 뭐라고 말했어?"
"아무 말도 안 했어." 쟝위둬는 소고기 한 조각을 꺼내 천천히 물어뜯고 있었다. "난 늦어서 온몸의 피를 다 흘릴까봐 겁났어. 또 누가 경찰에 신고하고 어쩌고 번거로울까봐."
"넌 혈액 응고 기능이 떨어지는 체질이잖아, " 천칭이 말했다. "네가 그의 집에 갔을 땐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겠지."
"괜찮았어. 내가 워낙 세게 눌러서. 8할 반의 공력을 썼지." 쟝위둬가 말했다. "갑자기 그를 마주쳐서 놀라는 바람에 손이 풀려서 그제야 피가 좀 나왔어."
"너 혹시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싸매려던 거 아니지?" 천칭은 매우 놀랐다.
"난 그가 집에 없을 거라 생각했어." 쟝위둬가 한숨을 쉬었다. "중개인이 그가 예술가라고 했잖아. 난 예술가가 이렇게 한가한지 몰랐지. 작업실에 가서 예술하느라 바쁠 줄 알았더니."
"아니, 삼형." 천칭이 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너 이 일처리는 정말 부적절했어."
쟝위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칭이 모처럼 정신을 차려서 그는 매우 감동했다.
오늘 이렇게 달려간 것은 정말 부적절하다. 무단침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청커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대비하고 있을 거야." 천칭이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다시 몰래 들어가서 단서를 찾으려면 쉽지 않겠어."
쟝위둬는 고개를 들고 천칭을 바라보았다.
"그래, 안 그래." 천칭이 말했다.
"내가 시발 이 상처가 터질까 걱정만 안 됐어도, " 쟝위둬는 그를 보고 있었다. "진심으로 지금 당장 널 변기통에 눌러 맘껏 마시게 하고 싶다."
"삼형, " 천칭은 어이없는 표정이다. "말 좀 곱게 하면 안 돼?"
"날 내버려둬." 쟝위둬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3초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네 몸에 피를 쏟아줄거야."
"갈게, 나도 원래 소고기나 주려고 왔던 거야. 차를 다시 가게 안에 들여놔야 해." 천칭은 재빨리 현관으로 가더니 두 걸음만에 다시 멈춰섰다. "소고기 알레르기는 없나? 상처에 안 좋은 거 아니야?"
"꺼져." 쟝위둬는 소고기를 한입 물어뜯었다.
"밑에 고양이 사료 한 포대도 있어." 천칭이 말했다. "그래도 너 먹는거 따라 먹이지 마. 짜게 먹으면 털 빠져, 얼마나 짜증나."
"너 아직 못 가겠니?" 쟝위둬가 그를 보았다.
천칭은 문밖으로 재빨리 걸어나갔다.
쟝위둬는 탁자 옆에 서서 느릿느릿 그 소고기 조각을 먹어치운 후 봉지 맨 아래에서 고양이 사료 포대를 꺼내어 줄곧 옆에서 그의 손을 보고 있던 야옹을 향해 흔들었다. "먹을래?"
야옹은 매우 힘껏 울었다. 목소리가 매우 우렁차다.
쟝위둬는 그릇에 고양이 사료를 조금 부었다. 야옹은 냄새를 맡아보더니 조금 싫은 듯 뒤로 물러나 앉더니 고개를 들고 다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먹을 거면 먹고, 안 먹을 거면 말고." 쟝위둬는 그것의 코를 가리켰다. "이 길고양이가 편식도 하네."
야옹은 그릇을 돌아보고는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꿋꿋이 굳어 있었다.
쟝위둬는 더 신경쓰지 않고 소파로 가서 드러누웠다.
머리에 조금 피가 올랐다. 맞으면서 뇌진탕이 온 걸지도 모른다. 그는 눈을 감고 거즈를 눌렀다. 상처가 아직 아팠다. 둔한 통증 가운데 쿡쿡 쑤시기도 하여, 매우 복잡한 통증이었다.
오늘 이 일은 아마 자신이 정신이 나갔을 것이다.
1호 건물에서 나왔을 때부터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마 밤에 잠을 못 잤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일이든 그가 많은 것을 연상하게 했고, 어떤 느낌은 한번 나타나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뒤에 있는 사람이 언제 그를 노리는지 알지 못했다.
예감도 없었고, 소리도 없었고,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아팠고, 그후 깜깜해졌다.
매우 낭패스럽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낭패를 본 것은 몇 년 전이었는데...... 아니, 마지막으로 이렇게 낭패를 본 건 청커와 쓰레기통 위에서 싸운 거고......
그가 눈을 떠보니 아직도 밥그릇 앞에서 단식 중인 야옹이 보였다. "빨리 먹어, 너 살찌워서 천칭에게 데려가서 훠궈 해먹을거야...... 너 훠궈 먹어봤어? 무지 맛있어. 생각만 해도 배가 고플만큼 맛있어."
청커는 물티슈로 바닥에 묻은 쟝위둬의 피 몇 방울을 닦았다. 그는 결벽증은 없지만 티슈에 핏자국 뿐 아니라 검은 먼지까지 묻은 걸 보고는 조금 놀랐다.
바닥이 깨끗해 보였는데, 이렇게 더러울 줄이야!
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어쨌든 이전에는 비어 있었는데다, 아까 쟝위둬가 들어왔을 때 신발도 갈아 신지 않았다. 이전에도 머리에 피를 흘릴 때 자주 왔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이 집안 어디든 먼지가 잔뜩 끼어있을 것 같았다.
그는 탁자 위를 만져보았다. 먼지가 있었다. 의자위...... 이미 앉아서 깨끗해졌다. 침대 머리, 에도 먼지다.
소파에서는 오히려 먼지가 묻어나오지 않았다. 패브릭이기 때문이다.
청커는 집안을 왔다갔다 들락날락 몇 바퀴를 돌았다. 이건 다 치워야 한다. 그의 업무 수준으로는 치우는데 하루이틀은 걸릴 것이다.
거실에서 잠시 숙고한 이후 그는 열쇠를 쥐고 집을 나섰다.
치우긴 뭘 치워.
밥이나 먹자.
아직 저녁 시간은 조금 남았는데, 청커는 동네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들어가고싶은 가게를 찾지 못해 결국 쟝위둬와 싸운 그 거리로 옮겨 갔다.
어쨌든 이 쪽에는 그가 이전에 자주 왔기 때문에 번화한 것도 익숙하고 북적북적거리는 것도 익숙했다. 그는 요 며칠 줄곧 불안한 상태에 있어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을 가까이 하려 했다.
설령 이곳이 그에게 있어 이미 더는 좋은 추억이 없더라도.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청커는 먼저 그곳에 가서 잠시 앉아 뭘 좀 먹기로 했다.
가게 안에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청커는 주문하고 돈을 지불할 때 자신이 처음으로 커피 뒤의 가격을 알아차린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당연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런 느낌은 한 번도 없었다. 가격이 갑자기 단순한 숫자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그를 약간의 "익숙함"으로부터 끌어냈다.
청커는 구석진 소파를 찾아 앉아서 커피를 몇 모금 마신 후 휴대전화를 꺼냈다. 하지만 한참을 지켜봐도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오후 늦게까지 자다 일어났지만 줄곧 긴장돼있었는지 그는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청커는 자신에게 무한한 감탄을 하며 일어나 자리를 벗어났다.
그는 자신이 요 며칠 동안 어디에서나 잘 수 있고, 매번 잘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잠은 아주 잘 잤다. 그는 지금 바로 어디든 가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지금은 향긋한 냄새만 맡아도 바로 배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훠궈를 먹기로 결정했다. 바로 앞에 그가 이전에 류톈청과 늘 먹던 낡은 부두라는 가게가 있었다.
류톈청이 떠오르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수 년 된 친구인데 결국 알고 지낸지 이삼 년 밖에 되지 않는 쉬딩보다도 못한 셈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쉬딩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나와서 밥이나 먹자
-내일 출장이야, 오늘 어때
쉬딩은 빠르게 대답했다.
청커는 어리둥절해져서 휴대전화 시간을 힐끗 보고 쉬딩에게 다시 답을 보냈다.
-낡은 부두
-30분 후 도착
청커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 식사 약속을 잡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문득 감개무량해졌다.
하지만 막 낡은 부두 입구에 이르렀을 때 그의 감정은 확 식었다. 맞은편에서 몇 사람이 걸어와 그와 동시에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청커가 뒤돌아 떠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어 청이가 그를 불렀다. "형."
청커는 그를 보고 입꼬리를 끌어당기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이의 뒤에는 류톈청과 또 예전에 함께 마시던 술친구 몇 명이 있는데 그도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난처함을, 그는 속일 방법이 없었다. 그는 청이처럼 그런 능력이 없다. 설령 "우연이네" 한 마디라도 그는 숨길 수 없다.
"에이, 샤오커! 우연이네!" 류톈청은 웃으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같이 먹을래?"
"난...... 먹었어." 청커가 말했다.
"그럴리가, 몇 신데 벌써 먹었어." 청이가 말했다.
청커는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 " 청이는 온화하게 비위를 맞추듯 웃었다. "같이 밥 먹자."
"아니야." 청커가 말했다.
"에이 이 사람아, " 류톈청이 작게 말했다. "친동생 체면도 안 봐주냐?"
체면은 무슨 지랄이야.
청커는 그의 친동생을 보았다. 그의 체면은 요 며칠 동안 이미 쓰레기통에 산산조각이 났다. 아무도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고, 그도 누구의 체면도 봐주려하지 않았다.
"형, " 청이가 그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아니면 우리 둘이서......"
"비켜."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청커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 사람은 그와 청이의 사이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청커는 이 사람의 얼굴을 힐끗 훑어보았다.
......
방금까지 머리가 열려있던 부상자가 갑자기 뛰어나와 맵고 얼얼한 훠궈를 먹겠다고?
"밥 먹게?" 쟝위둬가 그를 보았다.
"응, 너......" 청커는 목을 가다듬었다. "도 밥 먹게?"
"아." 쟝위둬는 뒤를 쳐다보았다.
청커가 그의 뒤를 보니 몇 명의 젊은이, 정확히 말하면 젊은 양아치들이 금방이라도 감옥에 들어갈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맞은편 청이의 눈빛이 조금 복잡하게 변했다.
청커는 그를 매우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머리에 피 묻은 거즈를 이고 뒤에는 몇 명의 동생들이 따르는 쟝위둬는, 악질 토호의 기세를 펼치고 있어 청이와 그는 평생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청이를 힐끗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며 몇 초 머뭇거린 후 물었다. "들어갈까, 같이?"
"응?" 청커는 그를 보며 재빨리 받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쟝위둬는 손을 뻗어 여전히 망연한 류톈청을 붙잡아 옆으로 당겼다. "비켜."
청커는 그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