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제11장

2021. 7. 14. 22:07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11장

 

쟝위둬가 문을 나서니 천칭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있었다. 청커는 문을 닫지 않은 채 문가에 서서 지켜보았다.

"배웅 안 해도 돼." 천칭이 말했다. "우리끼리 내려가면 돼."

"어떤 게 내가 너희를 아래까지 배웅할 것이라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지?"

"네가 문을 안 닫았잖아." 천칭이 말했다.

"...... 그래." 청커는 한숨을 쉬며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칭은 쟝위둬를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그가 우리들 배웅해주려던 거 아니야?" 천칭이 말했다. "안 그럼 왜 문을 안 닫았겠어. 내 분석이 맞지?"

쟝위둬는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채 층수가 바뀌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건 예의야. 우리가 복도에 서 있으니까 그는 당연히 문을 닫을 수 없지."

"그래?" 천칭은 어리둥절해했다. "그런데 평소 내가 너희 집에서 나올 땐 너 문 앞에 안 서 있었잖아. 문은 항상 내가 직접 닫았는데."

"그가 우리 둘이랑 그렇게 잘 아는 사이냐!" 쟝위둬는 고함을 쳤더니 자신의 머리 위 상처가 터진 것처럼 아팠다.

이 상처는 어쩐지 그에게 영원히 낫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날 밤 그는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서 천칭을 장다치의 사람에게서 빼내오려 했다. 뒷골목에서 한바탕 난투 끝에 상처가 있던 자리를 또 다쳤는데, 상처에 딱지가 안기도 전인 며칠 전에 찬장문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또 부딪혔다......

"그치만 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랑도......" 천칭은 계속 망연해 있었다.

쟝위둬는 머리 위의 거즈를 누르고 천칭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같은 길바닥 깡패들이랑 도련님을 비교해서 굴욕을 자초하지 마, 알겠어?"

천칭이 막 입을 열자 그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 "못 알아들었어도 입 닥쳐."

천칭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몰고 돌아갈 때 쟝위둬는 거울을 내려 자신의 거즈를 살폈다.

"삼형, " 천칭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 상처는 진짜 꿰매러 가야겠는데."

"안 가." 쟝위둬의 대답은 극히 명쾌했다. "누구도 내 몸에 다시 바늘을 찌를 수 없어. 어느날 내가 칼을 맞아도 바늘은 꽃을 생각 하지 마."

"퉤퉤퉤!" 천칭은 큰 소리로 핸들을 향해 한바탕 퉤퉤거렸다.

"이 차 방금 세차 끝났지?" 쟝위둬가 그를 보고 있었다.

천칭은 소리를 내지 않고 곁눈질로 그를 노려보았다.

"퉤퉤퉤." 그는 별 수 없이 한마디 따라해주었다.

"앞으로 이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 " 천칭이 말했다. "들으면 무섭단 말이야...... 그날 네가 다시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 장다치가 날 감히 어쩌겠어, 경찰도 왔는데."

"경찰이 오면 또 어떻게 되는데, " 쟝위둬는 혀를 찼다. "네가 그를 찾아내서 잡게 하기 전에 너부터 잡힐 거다."

"그럼 적어도 또 가로막혀 싸움이 나진 않겠지!" 천칭이 말했다. "결국 네 상처가 이 꼴인데 만약 구금이라도 되면 어쩔뻔했어!"

"뭘 어떡해, 구금 안당해본 것도 아니고." 쟝위둬가 말했다. "사실 들어가서 며칠 조용히 있으면 좋아, 편하고, 불면증도 없고."

"다음에 조용한 환경을 원하면 내가 열쇠를 줄테니까, 우리 시골집에 가서 지내." 천칭이 말했다. "그리고 닭도 사줄테니까 키우고......"

쟝위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진짜 닭!" 천칭이 말했다. "닭, 꼬꼬댁꼬꼬댁 닭!"

"시발, " 쟝위둬는 웃기 시작했다. "알았어."

 

차를 복도 입구에 세우고 천칭은 시간을 보았다. "저녁 먹어야지, 너 그놈들이 너한테 밥 배달 못하게 한 거 아니야?"

"응, " 쟝위둬가 대꾸했다. "매일같이 줄을 서서 밥을 배달하니까 죽는 줄 알았어."

"그럼 어떻게 먹어, " 천칭이 생각해보고 말했다. "아니면 내가 음식 몇 개 사와서 같이 먹을까?"

"넌 집에 돌아가야지." 쟝위둬는 차 문을 열었다.

"난 얼굴에 티가 안 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천칭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가 그를 부축해 내리게 했다. "그동안은 가게에서 잤어. 엄마 잔소리 못 들어주겠어서."

쟝위둬는 웃었다.

천칭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그는 꺼내어 힐끗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개."

전화가 연결되자 쟝위둬는 옆에 서서도 개의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칭 형! 칭 형——"

"뭘 울어!" 천칭이 말했다. "너 얻어맞았어? 울 틈이 있으면 빨리 이리 와."

"장다치가 나한테 돈을 줬어! 칭 형! 그가 나한테 돈을 줬다니까!" 개는 울면서 말했다.

"그건 좋은 일 아니야? 너 왜 울어?" 천칭이 말했다. "너무 좋아서 우는 거야?"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난 감히 삼형한테 전화 못했어, " 개가 말했다. " 청 형, 나 형한테 절하고 있어, 고마워! 형이 삼형한테 말 좀 해줘, 나는 평생동안 삼형 사람이야, 그가 한마디만 하면, 나한테 뭘 시키든 난 바로 할 거야!"

이 말에 쟝위둬는 휴대전화를 힐끗 보았다. 개가 눈앞에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즉시 천칭에게 그를 갖다 내던지라고 했을 것이다.

"하긴 뭘 해? 울기나 하겠지." 천칭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넌 돈 끌어안고 좀 더 울어. 이후로 무슨 일을 저지를 땐 주의하고. 영원히 누군가 네 대신 나설 순 없으니까."

"응! 알았어, 칭 형." 개는 마침내 울음을 그쳤다.

 

"장다치가 걔한테 돈을 줬다고?" 쟝위둬가 물었다.

"응, " 천칭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실 우리가 장다치를 찾아간 게 그의 돈 몇푼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쓸데없는 소리, " 쟝위둬가 말했다. "삼천 위안에 내가 시발 사람들한테 이렇게 얻어맞아야겠냐......"

"전부 사람한테 당한건 아니지." 천칭이 그를 데리고 복도로 들어갔다. "너 그 다리는 담 넘다가 다친 거 아니야?"

"너 이 시발!" 쟝위둬는 손바닥으로 그의 등짝을 때렸다. "모든 걸 꿰뚫어보지, 아주!"

"에이, " 천칭은 등을 문지르며 고개 숙여 한숨을 쉬었다. "내가 방해만 되지 않았더라면......"

"됐어." 쟝위둬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먼저 안을 재빨리 둘러본 뒤 비로소 들어갔다. "너 아직 안 끝났냐."

"난 밥 사러 간다." 천칭이 말했다. "오늘 좀 건강하게 먹어, 보니까 한동안 안색이 구리던데 다치고 맨날 고기만 먹어서 회복이 안 되는 거 아냐?"

"마음대로 해." 쟝위둬는 손을 내저었다.

 

천칭이 문을 닫은 후 그는 소파에 쓰러져 고개를 뒤로 젖혀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안색은 확실히 좋지 않다. 밤에 잠을 통 못 자기 때문이다.

잠이 들어도 두렵다. 밤새도록 악몽을 꾸는 것은 뜬눈으로 밤을 새는 것만 못하다.

이런 느낌은 꽤 오랫동안 겪지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최측근인 천칭과 루첸에게도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길 원하지 않았다.

오늘은 사실 평소에 비해 조금 나은 편이다. 비록 청커를 한 바퀴 산책 시켰지만 청커는 그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신선함이 있어 마음 속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됐다.

청커.

원래 忄과 各을 합친 글자이다.

어떻게 풀어야할지 알지 못했다.

이전에 그는 천칭과 잡담을 할 때 파자를 했었는데 천칭은 그에게 쟝위둬를 어떻게 푸는지를 물었다.

그는 당연히 어떻게 푸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파자를 강행했다.

"먼저 夺 자를 풀어줄게."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치수尺寸가 엄청 크다大는 거야, 알겠지."

"알겠어." 천칭의 머릿속 시스템은 오류 확률이 상당히 높아서, 믿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본 적 있어, 진짜야."

쟝위둬는 한참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참 웃고 나니 또 별 재미가 없어 한숨을 내쉬고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야옹은 아마 배가 고픈지 소파 다리를 따라 기어올라와 그의 가슴 위에 걸터 앉아서 그를 향해 소리를 냈다.

"나 움직이기 싫어." 쟝위둬가 말했다. "이따 칭 형이 오면 먹여줄거야."

야옹은 앉아서 계속 울었다.

"울지 마, " 쟝위둬가 말했다. "나 지금 엄청 기분 안 좋거든, 짜증나서 너 던져버릴 지도 몰라."

야옹은 움직이지 않은 채 야옹야옹야옹 멈추지 않았다.

천칭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야옹거렸다.

 

"빨리, 고양이부터 먹여." 쟝위둬가 말했다. "지겨워 죽겠어, 줄곧 울어대고. 쬐그만해서 손대기도 뭐하고 말야."

"고양이를 주운 건 너야." 천칭은 고양이 주식캔을 가져다가 그릇에 조금 부었다. "고양이를 때리고 싶은 것도 너고.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말할 줄 모르면 하지 마,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지 말고." 쟝위둬는 일어나 앉았다.

천칭이 말한 건강하게는 좀 너무 건강했다. 사온 음식 중 손바닥 반 개만 한 떡갈비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채소였고, 고기는 거품도 보이지 않았다.

"이따 너한테 향 하나 줄게." 그는 의자에 앉아 눈앞의 요리를 보고 있었다.

"뭐하러?" 천칭은 죽 한 그릇을 그의 앞에 놓았다.

"머리 위 흉터에 몇 개 찔러넣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절에 가서 주지 스님 찾아다가 예명 하나 지어달라 해."

"아?" 천칭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육법사, 어때?" 쟝위둬가 말했다. "사실 원래는 지능장애법사로 해야 했는데."

"...... 시발, " 천칭은 자리에 앉았다. "그 정도냐? 건강하게 좀 먹자는 걸 가지고 이렇게나 크게 한 바퀴 돌다니."

"그 정도야." 쟝위둬는 그 작은 떡갈비를 가리켰다. "이 장난감은 나한테 한 입거리도 안 돼."

"이건 내 거야." 천칭은 떡갈비를 집어갔다. "난 두 입은 먹을 수 있어."

"시발 내가 잘못 들은거 아니지?" 쟝위둬는 너무 놀라 소리치는 것도 잊었다.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대, " 천칭이 말했다. "너 자극하지 않으려고 특별히 작은 떡갈비를 산 거야, 큰 거 대신."

"사람들이 너한테 최근 삼형이 세를 못 받고 있냐고 물어보지 않아? 떡갈비 하나도 작은 걸로 산다면서?" 쟝위둬는 몹시 애써서 고기의 부재로 타오르는 큰 화를 누르고 있었다.

"...... 반 개 줄게." 천칭은 떡갈비 반 조각을 그의 그릇에 넣어주었다.

"내가 너한테 고마워 해야해?" 쟝위둬가 물어보더니 천칭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천칭의 그릇에 있는 나머지 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시발 한 입에 다 먹어, 당장!"

"아?" 천칭은 어리둥절해졌다.

"빨리!" 쟝위둬가 소리쳤다.

천칭은 얼른 떡갈비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쟝위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이제 넌 고기가 없고, 나는 있어. 넌 내가 천천히 먹는 걸 보도록."

천칭은 그를 보더니 한참 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너 왜 이렇게 유치하냐."

"너랑 뭔 상관. 넌 채소나 먹어." 쟝위둬가 말했다.

 

밥을 다 먹고 천칭은 도시락 통 등을 치우고 버리러 나가더니 돌아와서 뭔가 큰일이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엥, 삼형, 예거가 혹시 쓰레기를 건물 아래 버려야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까?"

"그는 집안일 면에서 모자라지, " 쟝위둬는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머리가 모자란 게 아니야."

"오." 천칭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그의 집 물건 봤지, 진짜 아낌없이 샀더라. 바닥에 있는 그 로봇 청소기, 난 처음에 체중계인줄 알고 하마터면 밟을 뻔했어. 로봇이 있는데 빗자루는 왜 산건지...... 그리고 그 전기의자, 나 진짜 한번 올라가서 누워보고 싶다니까."

"관둬라." 쟝위둬가 말했다. "나 돈 벌기 너무 힘들어, 요새 묫자리도 비싸더라."

"전동 안마 의자." 천칭이 말했다. "언젠가 그가 집을 비우면 우리 들어가서 안마 해보자."

쟝위둬는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

"됐어, " 천칭은 한숨을 쉬었다. "상가에도 있어. 한 번에 20위안, 거기 가서 할게."

"너 가게로 돌아가."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곧 참지 못하고 널 때릴까봐 겁나니까. 여기서 또 힘을 쓰면 상처에 좋지 않아."

"그래, " 천칭은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내일 나갈 때 나한테 전화해. 차로 태워다 줄게."

"응." 쟝위둬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천칭이 간 후 그는 집안의 불을 끄고 창가로 다가가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날이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바람이 매우 강했다.

가로등이 밝힐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다. 어슴푸레한 작은 공간, 경계는 검은색과 뒤섞여 한 덩어리가 되었다. 오랜 시간을 보고 있으면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을 이따금 당황스럽게 만든다.

어둠 속을 빠져나온 누군가가 다시 어둠 속에 잠기는 것을 보고, 쟝위둬는 그제야 창가에서 벗어나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불면증은 없었지만, 꿈을 꾸었다.

쟝위둬는 꿈을 꿀 때마다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꿈이 아무리 진짜 같더라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한다. 진짜가 아니야. 진짜가 아니야.

진짜가 아니야.

이 문구가 언제부터 공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보가 되었는지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되었다. 천칭과 루첸이 있기도 전까지 오래.

진짜가 아니다.

듣기에 매우 쓸모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쟝위둬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청커의 꿈을 꿨을 때도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쟝위둬의 꿈은 모두 메모장처럼 매일의 일을 기록했다.

모종의 특이한 날에는 끊임없이 뒤척일 것이다.

청커가 말했다. 내가 청커를 불렀더니, 각수의 각이지, 승객의 객이 아니라고 했다.

청커가 말했다. 너 어디 아프냐?

청커가 말했다. 너 내 시계 언제 돌려줄 거야?"

청커가 말했다. 난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아주 간단해.

나는 네가 영원히 전쟁 속에 있게 만들 거야.

청커가 달려들더니, 손에 쥔 녹슨 쇠못으로 그의 눈을 매섭게 찔렀다.

눈앞을 찔렀을 때는 또 갑자기 칼로 변했다.

이 칼이 얼굴을 스쳤을 때는 심지어 통증까지 느껴졌고, 핏빛을 볼 수 있었다.

......

진짜가 아니야.

 

쟝위둬는 재빨리 자신을 꿈속에서부터 끌고 나왔다.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움직여서 그가 깨어났을 때는 여전히 자신의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짜가 아니야."

그는 눈을 부릅뜨고 어둠 속에서 잠시 뜸을 들이다 비로소 가볍게 욕을 했다. "시발."

자신의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느끼고 그는 이불을 젖혔다. 몸을 만져보니 비틀어 짜면 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는 조금 짜증이 나서 옷을 벗고 속옷까지 벗어 한쪽으로 집어던졌다.

한결 편안해졌다.

 

청커는 휴대전화를 든 채 화면에 이미 쟝위둬의 번호를 찍어놨지만 전화걸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가스레인지에 불이 다시 붙지 않는다는 이런 일에 그는 정말이지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 가스레인지는 지난번에 쟝위둬의 교육을 받은 후 그는 이미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밸브를 열고 다이얼을 돌린 후 불을 켜서 라면 같은 것을 끓인지 이미 수 차례나 된다.

하지만 오늘 그가 계란을 두 개 삶으려 할 때 이 망할 물건이 켜지질 않았다.

그는 정확한 절차를 칠칠사십구번은 반복했지만 푸른 불꽃은 볼 수 없었다.

비록 이 결론이 옳다고는 생각했지만, 쟝위둬가 욱한 상태를 떠올리면 그는 고개를 돌려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네 차례의 질의 끝에 그는 자신의 결론을 확신하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수리할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한참을 울린 후에야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었다.

"응?" 저쪽에서 쟝위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 허스키하고 무기력한 목소리는 청커를 조금 망설이게 했다. "...... 쟝위둬?"

"누구야." 쟝위둬가 물었다.

비록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이 말투에서 청커는 이것이 쟝위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폐 끼쳐서 미안, " 청커는 그가 자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 지금 통화 가능해?"

"불가능하다고 하면 끊게?" 쟝위둬가 물었다. 목이 잠겨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 어려웠다.

"...... 불가능하면 좀 이따 다시 걸게." 청커는 이 동정은 아마 잠에서 덜 깬 게 아니라 목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말해, 무슨 일인데." 쟝위둬가 말했다.

"그게...... 가스레인지가," 청커가 말했다. "그게 또 불이 안 붙어. 여태 문제 없이 잘 썼는데 오늘 갑자기 안 돼."

"망가졌나보지."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자신이 아마 쟝위둬의 이런 반응에 거의 적응해 이후에는 천칭처럼 "쟝위둬의 성격은 꽤 좋다"는 거짓말까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가스 카드에 돈이 떨어졌겠지." 쟝위둬는 목이 쉰 채로 힘없이 또 한마디 했다. "도련님, 가서 가스 계량기에 적힌 글씨 좀 봐봐."

"가스 계량기가 어디 있어?" 청커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쟝위둬의 목소리가 듣기에 정말 이상해서 그는 또 물었다. "너 병났어?"

"병 안 났어." 쟝위둬가 말했다. "곧 죽을 거야. 가스계량기는 가스렌지 옆에 있으니까 빨리 가서 봐, 좀이따 내가 죽으면 아무도 너 신경 안 써줘."

"찾았어." 청커는 가스계량기를 보고 있었다. "위에 무슨 글씨?"

"위에 카드 한 장이 있을 거야. 카드를 홈에 끼우고 스크린에 나오는 글자를 봐."

"응, " 청커는 그의 말대로 가스계량기 위에 놓인 IC카드 한 장을 홈에 끼웠다. 솔직히 쟝위둬가 오늘 한마디도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것이 매우 놀라웠고 심지어 죄책감마저 생겼다. 쟝위둬는 병이 났는데도 참을성있게 그에게 집안일을 가이드해주었다. "글자가 나왔어."

"무슨 글자야." 쟝위둬가 물었다.

"0." 청커는 이것이 가스를 다 쓴 것임을 갑자기 깨달았다. "나는......" 

"가스가 없으니 불이 안 붙지, 백치야." 쟝위둬는 힘없이 말했다. "가서 충전해."

청커의 마음속 죄책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또 백치라는 칭호를 인 채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가서 충전해?"

"은행, " 쟝위둬가 말했다. "지난번에 갔던 그곳이면 돼."

"고마워." 청커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는 쟝위둬에게 이 세 글자를 말하는 것이 정말 달갑지 않았지만 결국 습관적으로 말했다.

쟝위둬 쪽에서는 말도 없고 끊지도 않았다.

청커는 몇 초 더 기다렸지만 저쪽에서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전에 갔던 그 은행은 쟝위둬의 집 옆쪽에 있었다. 솔직히 청커는 이곳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지 않았다. 결국 이 길목에서 영문도 모른 채 칼에 찔렸고, 상처는 다 나았지만 자세히 보니 한 줄로 흔적도 남아있어 완전히 사라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가스 카드 충전은 매우 간단했다. 은행에 기계가 있어 카드를 꽂으면 바로 충전할 수 있었다.

상식이 좀 늘어난 셈이다. 예전에 청커는 생활 속에 "가스 카드 충전"이라는 절차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충전을 마치고 은행을 나선 그는 무의식적으로 길목 저쪽을 한 번 훑어보고, 발길을 돌리다가 또 멈춰섰다.

그는 결코 무슨 좋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류톈청이 맹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병문안도 가기 귀찮았지만 이때 그는 오히려 쟝위둬의 집에 가서 조금 보고 싶었다.

맹장염 같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병에 비해, 쟝위둬가 전화기 너머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 그는 조금 찜찜했다. 줄곧 자신의 상상을 막지 못했다——쟝위둬가 죽기 직전까지 버티며 그에게 가스를 어떻게 사는지 조언하고는 최후의 한 마디를 끝낸 후 전화를 끊을 틈도 없이 죽었다거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길하다.

아미타불.

그는 길목으로 걸어갔다. 기왕 이렇게 가까우니 한번 가서 보자.

 

청커는 각종 집안일에 비해 길은 잘 외웠다. 한 번밖에 와보지 않았지만 그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도중에 천칭이나 혹은 쟝위둬의 할 일 없이 길거리를 순시하는 그 종자들을 마주쳤으면 했다. 이들이 가서 쟝위둬가 무슨 일인지 보는 것이 자기가 이렇게 달려가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쟝위둬의 집 입구에 서서 먼저 쟝위둬가 아무 일도 없을 때 그를 어떻게 비아냥거릴지를 생각해본 뒤 문을 두드렸다.

문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그는 또 두 번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쟝위둬?" 그는 외치면서 계속 문을 두드렸다. "집에 있어?"

안은 계속 조용하다.

그는 갑자기 조금 긴장하기 시작해, 노크하는 힘이 강해지고 빈도도 늘려 문을 한바탕 탕탕탕 두드렸다. "쟝위둬!"

"누구야." 안에서 마침내 쟝위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청커." 청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이 열리고, 쟝위둬가 문 안에 서 있었다.

"너 괜......" 청커의 말은 반쯤 나오다가 생으로 목에 걸렸다.

쟝위둬는 뜻밖에도 알몸이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천 조각 하나 없이 맨몸으로 문 안쪽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청커는 매우 놀랐다. 그는 평생 목욕탕이 아닌 곳에서 알몸인 채 이렇게 침착하고 태연하고 잔잔하고 놀라지도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쟝위둬는 그를 몇 초간 노려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시발."

그리고 문을 내동뎅이쳐 닫았다.




 

작가의 말 :

내일은 쉬고, 모래 봐요⊙▽⊙

삼형 이틀 더 벗고 있어야겠어, 고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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