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제9장

2021. 7. 7. 23:39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9장

 

청커는 쟝위둬를 따라 식당에 들어갔다. 그의 동생들이 뒤를 따랐는데, 그는 순간 자신이 마치 천칭의 총호법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서 어색해졌다.

하지만 계속 식당 입구에서 청이와 눈을 부릅 뜨고 노려보는 것에 비하면 이런 결말은 이미 완벽하다.

청이는 아직 문 밖에 서 있는 건지 아니면 식당에 들어온 건지 그는 몰랐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몇 분이세요?" 한 종업원이 와서 물었다.

"여섯 분." 쟝위둬가 말했다. "2층에 테이블 있어요?"

"있습니다." 종업원이 대답했다.

청커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인원수를 세어보고는 쟝위둬가 그까지 포함한 것을 깨닫고 순식간에 조금 머쓱해져서 쟝위둬를 부르려 했지만 쟝위둬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해 쟝위둬가 테이블을 찾아 섰을 때 비로소 청커는 입을 열었다. "삼......"

삼형?

예전 같으면 바로 부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대 계약서 뒤쪽에 쟝위둬의 신분증이 붙어 있었는데, 이 삼형은 21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으로선 도저히 이 "형" 자를 다시 붙여 말할 수 없었다. 비록 그가 이 호칭이 단지 쓰레기통 관리계에서 쟝위둬의 지위를 나타내는 것 뿐이라는 것을 잘 알더라도 말이다.

 

"라오산이라고 불러." 쟝위둬가 그를 보고 있었다.

"라오산, " 청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일은 고마웠어. 난 약속이 있어서, 너랑 네 친구들 식사 방해하지 않을게."

"너 말을 왜 그렇게 에둘러서 해, " 쟝위둬는 눈썹을 비틀었다. "그냥 약속이 있으니까 나랑 같이 먹지 않겠다고 말하면 되잖아, 방해는 무슨 개뿔이야?"

청커는 말이 없었다. 이 말을 그는 정말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록 그의 말이 그 의미긴 했지만, 쟝위둬가 이렇게 직설적이고 거칠게 터뜨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할 말이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

"안 그래?" 쟝위둬는 눈썹을 비틀며 한마디 더 물었다.

"그래." 청커는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쟝위둬의 대답은 매우 시원스럽다.

"...... 응?"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난 방금 너한테 같이 먹겠냐고 물었고, 넌 이미 수락했어." 쟝위둬는 동생 몇 명에게 손짓을 하며 창가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것은 큰 테이블이었지만, 이미 여자 둘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동생 몇 명이 곧장 가더니 그들 세 명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들 몇 사람은 머뭇거리다가 일어나서 떠났다.

청커는 이런 행동을 도저히 평가할 수 없었다.

"너 친구 몇 명 불렀어?" 쟝위둬가 물었다.

"한 명." 청커가 말했다.

"여자?" 쟝위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남자."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 친구한테 테이블 번호 알려줘." 쟝위둬가 말했다. "같이."

청커는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강제로 밥을 같이 먹자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다. 한 편으로는 쟝위둬가 방금 그를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솔직한" 쟝위둬가 그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에게 물어 본 것임을 의심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식사 약속을 강요하는 그의 행동이 어떤 이유에서든 그를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아니야, " 청커는 그래도 입장을 고수했다. "나는......"

"너 시발 여자야?" 쟝위둬도 불쾌해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렇게 꾸물거려, 널 두 달은 쫓아다녀야 밥 한 끼 먹어주는 거냐?"

정신병원 벽이 무너졌는데 왜 고치질 않았을까!

"난 룸 아니면 밥 못 먹어." 청커도 완곡하게 말하기가 귀찮았다. "홀은 시끄러워."

 

"룸은 분위기가 안 좋아. 만약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어색해." 쟝위둬는 차가운 얼굴이었지만 의외로 불쾌한 채로 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게다가 빈 룸은 이미 없어."

청커는 그를 바라보았다.

쟝위둬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종업원 청년을 향해 손짓을 했다.

청년이 달려왔다. "삼형."

"그에게 룸이 없다고 알려줘." 쟝위둬가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청년은 어색하게 청커를 향해 웃었다. "룸은 이미...... 다 나갔습니다."

청커가 쟝위둬의 세력 범위가 쓰레기통 뿐만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을 때 청이가 계단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알았어." 청커는 재빨리 패배를 인정했다.

쟝위둬는 계단 모퉁이를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구부렸다. "가."

 

청커는 이미 투옥이 예정된 몇 명의 동생들이 잡아놓은 테이블에 앉으며 일부러 홀을 등지고 있는 방향을 골랐다. 그는 청이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쟝위둬의 동생이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쟝위둬를 쳐다봤다. "삼형, 이 친구분은 어떻게 불러요?"

"어떻게 부르긴 개뿔, " 쟝위둬가 말했다. "형이라고 불러."

동생은 이런 반응에 매우 익숙한 듯 웃다가 고개를 돌려 청커를 보았다. "형."

"청커, " 청커는 쟝위둬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도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름을 부르면 돼."

"커 형, 안녕하십니까." 몇 명의 동생들이 다같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 아." 청커는 잔을 들어올려 차를 마셨다.

그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쉬딩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어도 되겠어? 친구 몇 명을 마주쳐서.

-샤오이 걔들?

쉬딩의 대답에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방금 약속을 잡으려 하길래 시간이 없다고 했거든

-오, 걔들 아니야

-그래, 나 좀이따 도착해

청커는 쉬딩에게 테이블 번호를 알려준 뒤 휴대전화를 든 채 조금 얼떨떨해져 있었다.

쉬딩은 류톈청과 친하지만, 류톈청은 보통 이들과 밥을 먹을 때는 쉬딩을 부르지 않는다.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게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방금 그거, " 쟝위둬가 옆에서 작게 물었다. "네 형이야? 비슷하게 생겼던데."

"동생." 청커가 말했다.

"친동생?" 쟝위둬가 또 물었다.

"응." 청커가 대꾸했다.

"네 동생은 첩이 낳았냐?" 쟝위둬는 계속해서 물었다.

"...... 뭐라고?" 청커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재벌가의 사생아, 억만 가산을 빼앗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형을 내쫓는 그런 거." 쟝위둬가 말했다.

"너한텐 정말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청커는 건너편의 동생들을 쳐다봤다. 동생들은 자기들끼리 즐겁게 잡담을 하며 각종 허벅지며 큰 가슴, 가느다란 허리에 심취하며 그들의 큰형님이 쓰고 있는 각본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또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형이 사생아를 내치는 얘기는 왜 안 해?"

"넌 백 위안도 주워야 하는데, 누가 누굴 쫓아내는지는 뻔한 거 아냐?" 쟝위둬가 말했다.

쟝위둬의 머리 상처에 아직도 피가 배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손에 든 컵을 그대로 그의 얼굴에 엎고 싶었을 것이다.

"농담이야." 쟝위둬는 웃더니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네 동생, 딱 봐도 너보다 식견이 있고 외모도 너보다 어른스러워. 난 네 형인 줄 알았다니까."

청커는 애써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웃었다.

 

이어 쟝위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의 동생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청커는 잠시 들어보려 했지만 들어도 뭐가 재미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능이 떨어지는 청년은 매우 즐겁게 웃었다.

휴대전화로 쉬딩이 어디쯤 왔는지 물어보려 했을 때 쟝위둬가 옆에서 손을 흔들더니 크게 소리쳤다. "친구! 여기!"

청커가 고개를 돌리니 쉬딩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저 사람이지?" 쟝위둬가 물었다.

"아니었으면?" 청커는 먼저 소리부터 치고 물어보는 그의 정신에 진심으로 탄복했다.

"아니면 안 오겠지." 쟝위둬가 말했다.

"그럼 나한테는 왜 물어봐?" 청커는 어이가 없었다.

"만에 하나 바보를 마주친걸까봐." 쟝위둬가 말했다.

이유가 충분해 청커는 반박을 못하고 일어서서 쉬딩을 향해 웃었다. 그가 옆의 의자를 빼주려 했는데 이미 동생 하나가 의자를 빼고 있었다. "형, 앉으세요."

"고마워요." 쉬딩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친구, 쉬딩." 청커가 말했다.

"쉬 형." 동생들이 분분히 인사를 했다.

 

청커는 그들이 자신을 부를 때는 커 형이었지, 청 형이 아니었는데 쉬딩을 부를 때는 또 쉬 형으로 부르고, 딩 형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관건은 상의도 필요 없이 매번 일제히 똑같이 불렀다는 것이다. X 형이라고 부르는 방법에 대해 그들 내부의 약속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 쉬딩에게 소개해주었다. "여기는 쟝위둬, 내...... 집주인."

"안녕하세요." 쉬딩은 쟝위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라오산이라고 부르면 돼." 쟝위둬가 말했다.

"이 분들은......" 청커는 동생들을 소개하려다 조금 말문이 막혀서 갑자기 쟝위둬의 무례함이 부러웠다. 이런 절차는 쟝위둬라면 바로 건너뛰면 그만일 것이다.

"내 동생들, " 쟝위둬가 말했다. "말해도 기억 못할테니까 소개 안 해도 돼."

"맞아여."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있으면 우리들에게 직접 명령해 주시면 됩니다."

"좋아." 쉬딩이 웃으며 말했다.

"매운 거 먹지?" 쟝위둬가 종업원을 불렀다. "먹을 수 있으면 원앙 냄비 안 시키려고, 시시해."

"나랑 샤오커 모두 매운 거 잘 먹어." 쉬딩이 말했다.

 

쟝위둬가 음식 주문을 시작하자 쉬딩은 청커의 옆으로 다가갔다. "집주인?"

"응, " 청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보기에는......" 쉬딩은 작게 말했다.

"응, " 청커는 피식 웃었다. 집주인이라는 신분보다 쟝위둬는 일수꾼에 더 가까운 인상을 가졌다. 몇 초 멈춘 후 그는 참지못하고 한마디 물었다. "류톈청이 밥 먹자고 널 여기로 불렀어?"

"응, 내가 미뤘어." 쉬딩이 말했다. "너 걔들 마주쳤어?"

"만났어." 청커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나한테 장소를 바꾸라고 말했어야지, 이따 그들이 네가 여기 있는 걸 보면 곤란할 거 아냐."

"괜찮아." 쉬딩은 나지막이 말했다. "보면 보는거지, 난 정말 너희 형제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잘 알지도 못하고. 봐도 괜찮아."

"너랑 류톈청은......" 청커는 쉬딩과 류톈청의 사이가 괜찮고 친구 뿐만 아니라 사업 관계도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정도 아니야." 쉬딩은 웃으며 차를 마셨다. "넌 그런거 신경쓰지 마, 지금 사는 곳은 어디야?"

"여기서 아주 가까워." 청커가 말했다. "바로 옆 길 두개 지나서 금수만, 환경이 괜찮아." 

"잘 됐네." 쉬딩이 말했다. "일단 사는 건 됐고, 이후엔 무슨 계획 있어?"

청커는 대답하지 못했다. 쉬딩의 이 질문에 그는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계획?

계획이 없다.

그는 요즘 많은 일에 부딪혀서 무슨 계획 같은 걸 세울 시간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경황이 없어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고 시간이 충분했어도 계획 같은 건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몰라." 청커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시발."

"천천히 해." 쉬딩이 말했다. "아무래도 넌 이렇게 크도록 신경써본적 없을테니까...... 모래 그림은 놓지 마. 내 쪽에 아직 너랑 합작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너 이전에는 기분이 안 좋다고 안 한댔잖아, 지금은 기분이 어때?"

"꽤 좋아." 청커는 웃음지었다.

 

냄비가 올라오고나서야 청커는 쟝위둬가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다 놓지 못하고 옆에 있는 카트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많이 시켰어?" 그가 말했다.

"안심해." 쟝위둬는 그의 동생들을 힐끗 쳐다봤다. "부족해. 앞다퉈 먹다보면 이따 또 시켜야 해."

동생이 술을 들고 일어나더니 쟝위둬와 쉬딩에게 따라주려 하자, 쉬딩은 말렸다. "운전해야해서, 차 마시면 돼."

동생은 다시 청커에게 술병을 들이밀었다. 청커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는 마셨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어떤 심정으로 마셔야할지 알 수 없었다.

"너도 운전해?" 쟝위둬가 그를 보았다.

솔직히 말해 청커는 쟝위둬에게 매우 탄복했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조금의 체면과 여지도 남기지 않는 표현은 매번 완곡하게 말하는 데에 익숙했던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동생은 그에게 술을 한 잔 따라준 후 또 쟝위둬에게 한 잔 가득 따라주었다.

청커는 그의 머리 위 거즈를 쳐다보았다. 이런 상처를 이고도 사천 냄비에 백주처럼 매운것을 꺼리지 않고, 동생들도 아무도 이런 음식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 듯했다.

 

"이 집 설화우육은 특히 좋아, " 쟝위둬가 쇠고기 한 접시를 집어 들었다. "너희도 자주 와서 먹지?"

"응, " 쉬딩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 때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쟝위둬는 이미 쇠고기 한 접시를 냄비에 쏟아부은 후 국자를 들고 아무렇게나 두어 번 휘저었다.

이어서 동생들이 다같이 손을 뻗었다.

"빨리 먹어, " 쟝위둬가 말했다. "금방 질겨져."

"그래." 쉬딩은 웃으며 한 젓가락 집었다.

청커도 하는 수 없이 얼른 한 젓가락 집어들었다. 그는 확실히 이런 쇠고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보아하니 이런 분위기에서 그가 1초만 더 늦게 젓가락을 내밀면 고기가 없어질 것 같았다.

"금방 질겨져"라는 식의 말은 완전 쓸데없는 걱정이다. 오히려 아직 안 익었으면 어쩔지를 걱정하는 게 나을 것이다.

 

쟝위둬의 전 코스는 이런 식으로 채소를 넣고, 고기든 채소든 모두 한 접시 털어넣은 이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다투어 먹는 식이었다.

청커는 먹으면서 매우 감개했다. 그는 이렇게 "흥이 넘치게"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쉬딩은 적응력이 뛰어나 쟝위둬는 물론 동생들과도 수다를 떨었다. 쉬딩은 그들 무리와는 다르다. 청이 같은 우수한 인재도, 그 같은 폐물도 많든 적든 간에 집안에 기대는 반면 쉬딩은 아무런 배경도 없이 자신에게만 기대고 있어 쟝위둬 그들과도 오히려 거리낌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류톈청은 쉬딩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어 잘 아는 편이지만 속으로는 다소 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청커는 줄곧 별 생각이 없다가 지금 보니 갑자기 조금 부러웠다.

무엇이든 집에 기대려고 하지 마.

이 말은 아마 쉬딩만이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이런 사람이라 그들은 또 눈에 차지 않았다.

청커는 피식 웃었다.

 

뺏어먹듯 식사를 마치니 청커는 전에 없던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배부르다.

배가 부를 뿐만 아니라 머리도 매우 가득 찼다. 내도록 그는 동생들에게 그들 지반에서 있었던 각종 기이하고, 신기하고, 색정적이고,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진짠지 가짠지 모를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청커는 평소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적잖이 들었지만, 그에 비해 동생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더 저속하고 자극적이었다.

하지만 청커는 의외로 반감을 갖지 않고, 세상이 넓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 이런 일들.

 

"데려다줄까?" 식당을 나서며 쉬딩이 물었다.

"아니, 난 근처 좀 더 돌아다니면서 익히려고." 청커가 말했다. 그는 사실 마트에 가서...... 대걸레를 사고싶었다. 비록 매우 내키지 않지만 마냥 그렇게 먼지투성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래, 다음에 연락해." 쉬딩이 말하고 또 쟝위둬를 향해 포권을 했다. "고마워, 삼형. 잘 먹었어."

"나한테 예의 차릴 거 없어." 쟝위둬는 손을 저었다. "놀러올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좋아." 쉬딩은 고개를 끄덕였다.

쉬딩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본 후 청커는 고개를 돌려 식당을 힐끗 보았다.

"다 안 먹었어."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계속 봤는데 그들이 나가는 건 못 봤어."

"...... 넌 그걸 뭐하러 보고 있어?" 청커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몰라, " 쟝위둬가 말했다. "습관이야."

"오, " 청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멈춰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마트로 가는 방향을 가리켰다. "난 저쪽으로 갈게."

"나도 저쪽으로 가." 쟝위둬가 말했다. "가자."

 

어쨌든 뺏어먹듯 밥도 먹었고 술도 좀 마신데다 이전의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으니, 이때 청커는 이 사람들과 함께 거리를 걷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전에는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몇 명의 동생이 너무 거만하게 걸어선지 그는 줄곧 거리를 순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거리를 한참 순찰하던 중 한 동생의 휴대전화가 울리더니 그가 전화를 받아 상대를 불렀다. "칭 형." 

이어서 이 동생은 말이 없어져서, 단지 그의 안색이 변하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나랑 삼...... 응, 알았어."

 

"왜?" 쟝위둬가 물었다.

평소 천칭이 일이 있으면 바로 그에게 전화를 할텐데 오늘은 갑자기 다빙의 휴대전화로 걸어 그는 바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삼형, " 다빙은 목을 가다듬었다. "그 뭐냐, 칭 형이 나한테...... 물건을 좀 가져다 달라는데 우리 몇 사람이 먼저......"

"무슨 물건을 갖고 가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 쟝위둬는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다빙은 또 목을 가다듬었다. "몰라요, 아마......"

다빙은 잘 긴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평소 거짓말을 꾸며내는 것이 아침 발기보다 자연스럽고 유창한데 오늘은 이렇게나 쥐어짜내는 걸 보면 천칭에게 일이 생긴 것일 수밖에 없다.

"천칭은 오늘 장다치 그쪽에 갔어?"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빡빡이를 쳐다봤다.

빡빡이는 다빙과 아직 말을 맞추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발, " 쟝위둬는 몸을 돌려 장다치의 술집 쪽을 향했다. "다빙, 사람 불러."

"삼형, 삼형!" 다빙은 다급해졌다. "칭 형이 부르지 말랬어요, 형 다쳤다고."

"날 부르지 말라고?" 쟝위둬가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안 가면 너희들 누가 서서 그를 데리고 걸어나올 수 있어!"

다빙은 말없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쟝위둬는 앞으로 몇 걸음 돌진하더니 청커가 아직 있다는 것이 떠올라 멈추고 돌아섰다.

"가." 청커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말은 깔끔하게 했다. "안녕."

 

쟝위둬는 그를 힐끗 보고는 몸을 돌려 거리 저쪽으로 달려갔다. 몇 명의 동생들이 우르르 그의 뒤를 따라가자 길 위의 행인들은 잇달아 양쪽으로 물러섰다. 이 장면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영화 촬영으로 알 것이다.

청커는 자신이 술을 마셔선지, 한가해선지 몰라도 쟝위둬가 어둠속으로 사라진 풍경을 보다가 조금 구경하러 가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싸움 같은 건 예전에도 술집에 열 번을 가면 여덟 번은 마주쳤지만, 솔직히 아는 사람이 없어 완전히 관계 없는 위치에서는 보더라도 아무런 감상이 없었다.

학창 시절 농구 경기를 할 때, 아는 사람이 출전하기만 하면 똥처럼 썩은 경기를 해도 즐거웠다.

생각 끝에 청커는 건너편 거리로 나가 쟝위둬가 달려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 거리는 온통 술집이며 클럽이었다. 지금은 번쩍이는 불빛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싸움을 하지 않아도 혼란스럽고 현기증이 나는 기분이었다.

청커가 길목까지 걸어갔는데도 누군가 소란을 피우는 것 같은 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조금 더 걸어간 후 그는 목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큰 소리로 욕을 하고, 우렁차게 울부짖고, 비명 소리와 알수 없는 물건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그는 길목 다른 방향을 향해 몇 사람이 튀어나와 오른쪽 길로 꺾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쟝위둬가 도와주러 간 동생은?

청커는 몇 걸음 빠르게 걷다가 갑자기 조금 불안해졌다.

무의식 중에 휴대전화를 꺼냈다.

아는 사람이 말려든 패싸움은 구기 시합과는 다르다. 오늘 쟝위둬의 피범벅이었던 얼굴 반쪽, 거기다 그의 등에 있는 그 사람을 둘로 찢어놓으려 한 듯한 흉터를 생각하면......

청커는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며 경찰에 신고를 할지 말지 망설였다.

뒤에서 갑자기 먼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청커는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또 긴장되었다. 잡혀가는 거 아니야?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 그림자가 갑자기 오른쪽 거리에 깔리더니 사방팔방 흩어져 군중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마지막 상황을 보려던 청커는 그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팔을 잡혀 뒤로 홱 끌려갔다.

"시발!" 청커가 욕을 했다. 그는 끌려가면서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옆의 담벼락에 부딪혀서야 그는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서 다리를 들어 그를 잡아당긴 사람을 향해 걷어찼다.

이 사람은 몸을 피했지만 그래도 허리를 걷어차여서 욕을 했다. "넌 시발 사람을 보지도 않고 때리냐!"

"쟝위둬?" 청커는 멍해졌다.

"너 여긴 뭐하러 달려왔어!" 쟝위둬가 그를 노려보았다.

"...... 구경하러." 청커가 대답했다.

"그러고나서는 나한테 인사하고 같이 맞으려고?" 쟝위둬가 물었다.

청커는 난 너랑 인사할 계획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 머쓱해서 말하지 못했다.

"돌아가." 쟝위둬가 말했다. "이런 난장판이 볼 게 뭐가 있다고, 누구 하나 자기를 사람으로 여기질 않는데 차라리 개싸움이나 보는 게 낫지."

청커는 쟝위둬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대걸레를 사러 가자.

어떤 것을 사야 하지?

평평한 거?

아니면 한웅큼 커다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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