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0. 22:55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14장
"열쇠 갖고 나가는 것도 잊을 수가 있어?" 천칭은 차 안에서 깜짝 놀라 물었다.
"난 여태 살면서, " 청커는 눈썹을 찡그렸다. "밖에 나올 때 열쇠를 갖고 나와야한다는 개념이 없었어."
"오, " 천칭이 어리둥절해졌다. "너희 동네는 치안이 좋나보네, 잠글 필요도 없고......"
쟝위둬는 손을 뒤로 해 천칭의 뒤통수를 때리며 뒷말을 돌려보내고는 그를 향해 말했다. "일단 타."
청커는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그는 이미 바람을 안으며 한참을 걸어 사람이 곧 날아갈 지경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쟝위둬의 이 말을 기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차가 출발하자 그는 조금 어지러워서 토할 것 같았고, 서둘러 차창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쉬딩이 대리기사를 불러 그를 데려다 줄 때만 해도 별 느낌 없었는데, 지금은 술기운이 오른건지 바람을 맞아선지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술 마셨어?" 천칭이 앞에서 물었다.
"응." 청커가 대꾸했다.
"쩐다, 온몸이 술 냄샌데 얼굴에는 조금도 티가 안 나네." 천칭이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술을 몸에다 부은 거 아니야?"
"안전 운전에 신경 써줘." 청커가 말했다.
"운전이나 해." 쟝위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평소 이 정도의 술은 마셔도 이렇게 큰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주로 공복 상태였다.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쉬딩을 불러 술을 마셨다. 하지만 한 달이 넘어 그에게는 너무 오래 됐다. 그는 이미 이전에 함께 놀던 사람들이 술을 마시자는 건 술을 마시자는 거지, 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었다.
식사 시간이 지나도 쉬딩이 그를 데리러 오지 않자 그제서야 떠올랐다.
그가 아침부터 점심까지 제대로 먹지 못한 아침을 데워서 먹으려 할 때 쉬딩은 이미 동네 입구에 도착했다.
그는 먹기를 포기하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쉬딩에게 자신이 아직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난처했다.
엄밀히 말해 그는 이미 친구가 없다. 더 편하게 말하면, 그는 쉬딩과 이런 친구가 되자 쉬딩에게 술을 먹자고 불러 놓고 밥 먹는 것을 잊었다는 어리석은 인상을 주고싶지 않았다.
결국 빈속에 쉬딩과 두 시간 동안 마시며 중간에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는데, 그나마도 쉬딩이 "너 이 시간에 잘도 먹는다"며 감개하는 바람에 그는 한 조각 더 먹기가 민망했다.
열쇠를 안 가지고 나와 한참이나 거리를 헤맬 줄 알았으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 몇 조각 더 먹어야 했다.
우울하다.
청커는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조금 어지러웠다.
천칭은 쟝위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청커는 차에서 내릴 때 조금 긴장했는데, 자신이 어지러워서 다리가 나른해져 무릎을 꿇을까봐 걱정이었다.
다행히 똑바로 섰다.
집에 들어선 이후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근육이 풀린데다 약간의 어지러움이 더해져 청커는 소파에 자신의 몸을 거의 처박다시피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야옹은 그의 이 충격에 놀라 그대로 소파 아래로 뛰어내려 수납장 아래로 달려들어갔다.
"어떡해?" 천칭이 옆에 서서 물었다. "오늘 소파에 재울 거야?"
"응." 쟝위둬가 대답했다.
청커는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뭐?"
"너 열쇠 안 가져왔다며?" 천칭이 말했다.
"쟝위둬에게 열쇠 있지 않아?" 청커가 물었다.
"열쇠는 누나에게 돌려줬지." 천칭이 말했다.
"아?" 청커는 쟝위둬를 보았다.
"네가...... 나더러 너희 집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며. 물건도 내놓고." 쟝위둬가 말했다. "열쇠는 루첸에게 돌려줬어."
청커는 쟝위둬의 이 논리가 매우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다. "열쇠에 독이 들었어? 네가 갖고 있으면 내 방에 꼭 들어와야 해? 내 방에 안 들어올거면 열쇠도 가져선 안 되는 거야?"
"응." 쟝위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와서 네 누나한테 열쇠를 달라고 해야 해?"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쟝위둬는 말없이 휴대전화를 힐끗 보았고, 천칭도 휴대전화를 꺼내어 한 번 보았다. "곧 12시야. 안돼. 못 가."
"어째서?" 청커가 물었다.
"죽도록 욕먹을거야." 천칭이 말했다. "우리 둘은 아무튼 안 갈 거야,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
천칭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그는 침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아니면 너......" 쟝위둬가 소파를 가리켰다. "내가 내일 아침 일찍 가서 열쇠를 가져다 줄게."
청커는 한참을 멍해져 있었다. 그는 수면환경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지 않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의 집 소파에서 자는 것을 수락하기도 조금 난처했다. 결국 그는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 "됐어. 난 호텔에 가서 방을 잡을게."
"오, " 쟝위둬는 다시 창밖을 가리켰다. "저쪽에 하나 있어......"
"나 먼저 간다." 천칭이 침실에서 나왔다. "가게로 돌아가야겠어. 우리 사장님이 근무중이래. 오늘 내가 당직인데."
쟝위둬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 호텔에서 잔다고?" 천칭이 입구로 가며 물었다.
"응." 청커는 눈을 감은 채 대꾸했다.
"쓸데없이 체면치레는, " 천칭이 말했다. "길목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꽤 깔끔해."
"너는 게스트하우스를 호텔이라고 부르냐?" 쟝위둬가 말했다. "입다물고 빨리 가."
"간다. 내일 데리러 올게." 천칭은 문을 열더니 나가기 전에 또 한마디 덧붙였다. "너 그한테 통 하나 갖다줘.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문이 닫힌 후 청커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쟝위둬가 그의 옆에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를 살피는 듯했다.
그가 눈을 뜨자 역시나 쟝위둬가 허리를 굽히고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문질렀다. "토할 것 같진 않아. 난 그냥...... 목이 말라. 물 있어?"
"있어." 쟝위둬가 말했다.
"고마워." 청커가 말했다.
대화가 끝난 후 그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5초쯤 지난 후 쟝위둬가 말했다. "직접 따라 마셔. 누가 네 시중을 들길 기다리는 거야?"
"...... 미안해." 청커는 일어나서 정수기 옆으로 걸어갔다. 그는 확실히 습관이 되었다. 비록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불러 물을 가져오게 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는 보통 아주머니를 불렀었다.
쟝위둬는 책상 옆에 기대어 책상 위로 뛰어오른 야옹을 잡아 품에 안고 털을 쓸며 정수기 앞에 서 있는 청커를 바라보았다.
"컵은 하나 뿐이야." 그가 말했다.
"응, 나도 하나 뿐이야." 청커는 그의 컵을 집어들었다. "너 맥주컵으로 물 마셔?"
"왜, 넌 내가 와인잔에 물을 마실 줄 알았어?"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아무 말 없이 컵을 들고 허리를 구부려 정수기를 보았다. 아마 어지러워서 그런지 허리를 구부릴 때 손으로 벽을 짚었다.
"쓸 줄 알아?" 쟝위둬가 물었다. "빨간 건 온수, 파란 건 냉수, 밀면 물이 나와."
청커는 벽을 짚은 채 고개를 돌려 한 자, 한 자 말했다. "쓸, 줄, 알아."
쟝위둬는 피식 웃었다. "난 네가 평소 병에 든 물을 마시는줄 알았지. 지난번에 갔을 때 병 더미를 봤거든."
"그때는 직수기를 설치하기 전이었어." 청커가 물 한 컵을 받아 고개를 젖혀 반 컵을 들이켰다.
"직수기를 설치했어?" 쟝위둬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왜 나한테 말 안 해?"
"이것도 말해야 해?" 청커가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말했지, 집안에 있는 어떤 물건이라도 움직인다면 나한테 말해야 한다고." 쟝위둬가 말했다.
"직수기를 달아도 아무 것도 안 움직여." 청커가 말했다. "그냥 싱크대 아래에 설치하고 싱크대 가장자리에 뚫은 구멍에 수도꼭지를 연결하면 돼."
"오." 쟝위둬는 고개를 끄덕이고 청커가 정색하며 해명하는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너 시발 날 갖고 놀아?" 청커가 말했다.
"아니, " 쟝위둬가 말했다. "나는 그 물건을 써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설치하는지 몰랐어."
"나도 몰라. 아무튼 안 움직였어." 청커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따뜻한 물만 안 마시면 그거 쓰는 게 편해."
"응." 쟝위둬는 고양이를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려 했다. 비록 아직 팔다리에는 깁스를 한 채였지만 이미 활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오늘은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안 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나 갈게." 청커는 머쓱한 듯 그가 손에 든 옷을 힐끗 보았다. "방금은 조금 어지러웠어."
"난 너 쫓아내지 않았어." 쟝위둬가 말했다. "어지럽지 않을 때 가도 돼."
"안 어지러워." 청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열쇠 가져오면 나한테 전화해줘. 가지러 올게."
"응." 쟝위둬는 웃었다.
청커는 문을 열고 나가 아주 살살 닫고 발걸음도 살살 떼었다.
쟝위둬는 휴대전화를 들고 창문 쪽으로 가서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청커가 호텔에 묵으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1분 내에 깨달을 수 있을지 보려 했다.
청커는 문을 나서 길을 따라가면서 허리를 굽혀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외투 깃을 세우고 지퍼를 끝까지 올린 후 빠르게 걸어갔다.
1분이 지나도 그가 고개를 돌리는 것은 볼 수 없었다.
쟝위둬는 한숨을 쉬며 청커의 번호를 눌렀다.
"왜?" 청커가 전화를 받았다.
"너 신분증 갖고 있어?" 쟝위둬가 물었다.
"없어, " 청커가 말했다. "신분증을 왜 갖고 다녀? 난 그냥 나와서 친구랑 한 잔 한 건데."
"...... 너 호텔에서 자본 적 없지?" 쟝위둬가 한숨을 쉬었다.
"자봤어!" 청커의 말투는 듣기에 조금 불쾌해보였다. "너 진짜 너 이외에 다른 사람은 전부 등신인 줄 알아?"
"다 다른 사람이 잡아준 방이었지?" 쟝위둬가 말했다. "신분증 없이 어떻게 체크인 하게?"
저쪽에서 청커가 갑자기 침묵하더니 몇 초 후 전화가 끊겼다.
쟝위둬는 창가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밖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청커가 목을 움츠린 채 바람을 맞으며 종종걸음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길을 건넜을 때 그는 또 멈추더니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
큰 도련님은 정말 체면을 중시하시는군요.
쟝위둬가 혀를 차며 전화를 해서 그를 부르려 할 때, 청커가 갑자기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쟝위둬가 그가 고개를 돌린 방향을 보자 그림자 하나가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는 그 통로로 빠르게 들어갔다.
또 왔다!
이 사람이 뜻밖에도 청커와 관계가 있단 말인가?
쟝위둬는 미간을 찌푸리고 청커를 노려보았다.
청커가 몇 초 더 서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지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쟝위둬는 꼼짝 않고 창가에 서서 계속 맞은편 통로를 주시하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걸어가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청커는 밖에서 조금 머쓱해했다. "오늘 밤 여기서 좀 있을게."
"응." 쟝위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청커는 사실 아직 조금 어지러웠는데, 그는 자신에게 남은 이 어지러움이 어색함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어 매우 고마웠다.
호텔에 못 갈 줄 알았으면 바로 여기서 자면 됐는데, 지금은 나갔다가 다시 뛰어돌아와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너...... 나 신경 안 써도 돼." 청커는 소파위에 앉아 자고 있던 야옹을 집어다 다리위에 올리고 쓰다듬었다. "너 샤워할 거지? 가서 씻어."
"응." 쟝위둬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집어들었지만, 욕실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선 채 그를 바라보았다.
청커는 그를 힐끗 보았다. 팔다리에 낀 깁스를 보았을 때 그는 문득 깨달았다. "도와달라는 거......"
"아니." 쟝위둬는 빠르게 대답했다. "물론 네가 꼭 돕고 싶다면 나도 상관없지만......"
"난 털끝만큼도 그럴 생각 없어." 청커가 말했다.
"어차피 보기도 했는데." 쟝위둬는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청커는 몹시 어이가 없어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고 야옹의 털을 쓰다듬었다.
야옹이 아기 고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것의 털은 매우 부드러워서 손으로 쓰다듬으면 매우 편안해졌다. 특히 꼬리가 왔다갔다 하며 그의 손목을 쓸고 지나갈 때면 점차 긴장이 풀렸다.
쟝위둬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그는 거의 잠이 들 지경이었다.
"너 씻으려면 내 거 쓰면 돼." 쟝위둬가 말했다.
"응?" 청커는 눈을 떴다. 졸음에다 술로 인한 어지러움까지 겹쳐 그는 쟝위둬를 보았을 때 조금 상이 겹쳐보였는데, 몇 번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자 비로소 팬티만 입은 채 그의 앞에 서있는 쟝위둬가 보였다. "고마워."
어쨌든 팬티가 있으니 벌거벗은 건 아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지 청커는 쟝위둬처럼 스스럼없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집에 있을 때는 웃통을 벗고 어깨를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특정한 장소를 제외하고 이런 모습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쟝위둬가 천천히 그의 앞에 다가와 멈추자 청커의 시야에는 팬티만 덩그러니 남아 그는 얼른 뒤로 기대어 그를 보았다. "왜 그래? "
"야옹." 쟝위둬는 그의 다리 위에 있는 고양이를 안아올렸다. "안고 잘 거야."
청커는 아무 말 없이 그가 고양이를 안고 침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쟝위둬는 침실 문을 닫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마 이것도 습관인 듯 싶어 청커는 일어나서 씻고 자려고 했다.
욕실에 들어가서야 그는 쟝위둬가 조금 전에 한 말에 반응이 왔다. 수건 두 개, 양치컵 한 개에 칫솔 한 개가 꽂혀 있었다.
그는 별 수 없이 물러났는데 침실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그는 작은 소리로 그쪽을 향해 불렀다. "쟝위둬?"
"응." 쟝위둬가 대답했다.
"너 방금 나한테 씻을 때 뭐 쓰라고 했지?" 청커가 물었다.
"내 거 쓰라고." 쟝위둬가 말했다.
"네 수건?" 청커는 놀라서 물었다.
"응, 왼쪽 게 얼굴 닦는 거야." 쟝위둬가 말했다.
"네 칫솔?" 청커는 계속해서 놀랐다.
"아니, 도련님, "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치질까지 할 생각은 아니지?"
청커는 욕실로 돌아가 세수를 먼저 하고 티슈로 말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경우에는 따뜻한 물로 세수만 해도 된다.
하지만 수도꼭지의 두 개의 스위치를 모두 켠 채 한참을 기다려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 그는 쟝위둬에게 더 이상 왜 그런지 묻고 싶지 않아서 냉수로 얼굴을 씻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는 술기운이 다 씻겨나간 듯해서 당장이라도 조깅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가 소파에 누우니 바로 침실이 보이는 각도였다. 문을 닫지 않아 그는 침대와 사람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청커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일어나 앉아 머리 위치를 바꿔 누웠다.
"의자 위에 이부자리 뒀어." 쟝위둬가 침실에서 한마디 했다.
"오, " 청커는 그제야 옆에 있는 의자에 이불과 베개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고마워."
"...... 천만에."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베개와 이불을 끌어당겼다. 베개는 크기가 적당해 소파에 놓기 딱 좋았는데 이불이 조금 어려웠다. 어떻게 잡아당겨도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결국 청커는 이불을 반쯤 몸 아래로 쑤셔넣고 울퉁불퉁한 채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났더니 그는 잠도 별로 오지 않았다. 비록 완전히 지쳤지만.
집안은 매우 조용했다. 이 시간대에 바깥의 달빛까지 어우러지면 특히 조용하다.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생각이 많아지기 쉽다.
청커는 눈을 감았다.
오늘은 사실 괜찮았다. 쉬딩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전엔 몰랐는데 지금 비로소 쉬딩이 꽤 경청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함부로 의견을 발표하지 않고, 그의 잘잘못을 지적하지도 않고, 그의 행동을 평가하지도 않고, 게다가 덩달아 함께 욕을 하지도 않으며 단지 듣기만 했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릴 적 이야기,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동생 이야기 등, 아무래도 그의 생활은 이렇게 단조롭고 친구마저 바람만 살짝 불어도 다 흩어지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들뿐이다.
어쩌면 여전히 답답하고, 불만이 있을지도 모른다.
있나?
어쩌면 단지 막연할 뿐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그는 모든 것을 다 목도했지만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듣고도 아무것도 들어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막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난 후 여전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걱정도 하지 않던 나날을 계속 보냈을 것이다. 지금 말하는 이런 것들, 생각하는 이런 것들, 모두 없을 것이다.
27년을 살았는데 결국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평범하고 가장 폐물스러운 생활조차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쟝위둬는 이불 속에 웅크린 채 휴대전화를 야옹의 뱃살에 기대어놓고 소설을 보고 있었다. 죽 읽다가 소설이 결제를 요구하자 그는 앱을 닫고 시간을 보았다.
두 시다. 또 불면의 밤이 될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베개 밑에 쑤셔넣고 머리를 이불 밖으로 내밀어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 뒤 야옹도 다시 꺼내어 베개 위에 올렸다. 하지만 야옹은 그리 내키지 않는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너 몸에 고양이 냄새 나는 거 알아? 털도 있고, " 쟝위둬는 이불을 젖히고 작게 말했다. "난 방금 안에서 코에 털을 묻힌 걸 참느라......"
야옹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꼬리를 말더니 바로 잠을 잤다.
"너......" 쟝위둬가 그것을 혼내려는데 거실에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먼저 깜짝 놀라 머리맡에 있는 칼을 만지고나서야 비로소 소파에 청커가 잠들어 있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동작을 멈추고 다시 소리를 들어보았다. 청커는 마치 코를 훌쩍이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감기에 걸렸나?
그럴리가. 이불은 두툼했다. 그가 덮기에 더워서 청커에게 던져준 것이다.
궁리를 하던 중 청커가 또 코를 훌쩍였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게다가 휴지 상자에서 휴지를 꺼내는 소리도 들렸다.
"내 이불에 콧물 묻히지 마." 쟝위둬가 말했다.
밖에서 청커의 동정이 사라지더니 잠시 후에야 그는 또 코를 훌쩍였다. "안 그래."
쟝위둬는 아무렇게나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하긴 했지만 청커의 대답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때 코를 풀려고 깨어 있었다 해도 일반적으로는 흐리멍덩한 상태라 그의 말을 꼭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 말엔 콧소리가 너무 심해서, 만약 감기라면 아주 심하게 걸렸을 것이다......
쟝위둬는 일어나서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
거실은 커튼을 쳐놓아 매우 어두워서 청커가 원통으로 감긴 채 소파에 누워 있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너 감기 걸렸어?" 그가 물었다.
"시발!" 청커는 갑자기 소파에서 튕겨올랐다. "너 왜 나왔어?"
"난 네가 내 집에서 병들어 죽을까봐 겁나서, " 쟝위둬가 말했다. "혹시 춥냐? 거실은 난방이 안 돼, 너 추우면...... 침대에서 자."
청커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청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추측이 가능해서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소파에서 잘게."
"난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 청커가 말했다.
"감기에 걸린 게 아니면 이 기척은 뭔데?" 쟝위둬가 말했다.
"난 그냥......" 청커는 머뭇거렸다. "조금 감기야."
쟝위둬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손을 뻗어 거실 불을 켰다.
불이 켜지는 순간 청커는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시발놈아, 꺼!"
쟝위둬는 그를 보고 멍해지더니 다시 불을 끄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너 울었어?"
"울었다, 빌어먹을 류샤바오 때문에!" 청커는 조금 짜증을 냈다. "잠이나 자."
"내 류샤바오에 대해 무슨 의견이라도?" 쟝위둬가 물었다.
"아 ㅅ비ㅏㄹ!" 청커는 매우 화가 나서 이불을 홱 젖히고 소파에서 뛰어내리려는 듯했다.
쟝위둬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이제 깁스를 풀 수 있게 됐지만 청커의 무력치라면 손이 움직이기만 해도 그는 바로 한 달은 더 깁스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커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그를 때리지 못했다. 아마 이불을 너무 완벽하게 말았는지, 그는 이불을 몇 번 젖히려 했지만 들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소파에서 반 바퀴를 굴러서야 몸에 눌린 이불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너 포대기 감고 자냐?" 쟝위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발, " 청커는 소파에서 일어나 잠시 서 있더니 다시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이 이불 너무 커, 어떻게 해도 바닥에 끌리잖아."
"바닥이 네 이불을 뺏어가기라도 해?" 쟝위둬가 말했다. "바닥에 닿는 게 어때서."
"더러워지잖아." 청커가 말했다.
"원래 깨끗한 이불도 아니야. 지난번엔 천칭이 덮었는걸." 쟝위둬가 말했다.
"...... 나 갑자기 이거 덮기 싫어졌어." 청커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너 옷도 안 벗었으면서, 더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청커는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가 잠시 후 청커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내가 우는 소리 들었어?"
"아니, " 쟝위둬가 말했다. "추측이었는데 불을 켜고나서야 알아차렸어."
청커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더듬더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 좀 줘."
쟝위둬는 책상 위에 있던 라이터를 집어 그에게 던져주었다.
청커는 라이터를 눌러 튀어오른 불빛에 멍해지더니 잠시 후에야 불을 붙였다. "너 나보다 폐물 같은 사람 본 적 있어?"
"많이." 쟝위둬가 말했다.
"...... 이 대답은 내가 계속 이어갈 수가 없네." 청커는 피식 웃었다.
"본적 없어." 쟝위둬는 대답을 바꿨다. "넌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폐물이야."
"너도 잠이 안 와?" 청커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잡담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