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제13장

2021. 7. 20. 00:35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13장

 

쟝위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소파에 눈을 감고 누워 머리를 팔에 벤 채 마치 잠이 든 듯했다.

하지만 청커가 그의 비틀린 눈썹과 계속 움직이는 속눈썹을 보니 잠든 게 아니라 불편한 것 같았다.

아름다운 병美丽的事?

청커는 총호법이 말한 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휴대전화로 아무렇게나 "아찔미眩晕美"를 쳤더니 메니에르 증후군美尼尔氏综合症임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추측해봤을 뿐, 병원에 가본적은 없다고 했지만 그는 이 병과 관련된 설명을 살펴보았다.

돌발성이며 발작을 일으켰을 때 환자는 눈을 잘 뜨지 못하고 몸을 돌릴 수 없다......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하며 서둘러선 안 되고 담백한 저염식을...... 담배, 술, 차는 금기이다......

그는 만약 진짜 이 병이라면 쟝위둬는 아마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 한 가지는 달성했다고 느꼈다. 누운 채로 움직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쟝위둬의 가슴 위에 엎드렸다. 쟝위둬는 움직이지 않은 채 눈썹만 더 찡그릴 뿐이었다. 청커는 얼른 손을 내밀어 고양이를 집어들어 옆에다 놓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곧 다시 올라가려 했고, 청커는 다시 그것을 치워놓았다. 고양이는 집요하게 다시 쟝위둬의 몸 위로 뛰어올랐다. 청커는 고양이를 잡아다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둘 수밖에 없었다.

"야옹 케이지 있어?" 청커가 물었다.

쟝위둬는 끙끙거렸지만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청커는 일어나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에코백을 찾아 고양이를 넣고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무료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양이가는 들어가더니 주머니를 헤집고 단지 두어 번 밖을 내다봤을 뿐 곧 아래에 웅크린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청커는 소파 옆에 앉아 계속 쟝위둬를 바라보았다.

 

이는 매우 기이한 느낌이었다.

그는 여태까지 이렇게 환자를 간호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쟝위둬와 친하지도 않은데 이렇게 침묵한 채 앉아 있으려니 아무래도 좀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 쟝위둬의 평소 오만한 악질 토호와는 천양지차인 가련한 꼴을 보자니 그는 또 한숨이 나왔다. 특히 앞서 쟝위둬의 "고맙다"는 그 말.

그는 무슨 심각한 병을 앓은 적이 없었고, 이따금 별 것 아닌 증상을 겪었을 뿐이다. 집에서는 폐물일지언정 사람을 부를 수도 있었고 뭘 먹고 싶으면 금방 해주는 사람이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

그렇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왠지 몰라도 쟝위둬의 그 고맙다는 말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말도, 눈앞의 이 사람이 매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또 자신이 너무 예민해진 건가 싶어 청커는 피식 웃었다. 현재 자신의 심경은 달라졌다. 그는 아직 천지가 뒤집힌 생활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문을 가볍게 몇 차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칭이 온 듯했다.

청커가 일어나 문을 열려고 하자 줄곧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 가득 땀방울이 맺힌 쟝위둬가 말했다. "먼저 보기부터 해."

"응?" 청커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비로소 반응했다. "오."

그는 정말 쟝위둬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생활에 건달 영역 외에 무슨 위험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쟝위둬의 요구에 따라 먼저 외시경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천칭이야." 그는 밖에 있는 것이 총호법임을 확인하고 손을 뻗어 문을 열며 한마디 덧붙였다. "혼자 왔어."

"응." 쟝위둬가 대꾸했다.

문을 열자마자 천칭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청커는 천칭이 말랐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공간을 차지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삼형, " 천칭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청커를 본체만체 하며 소파 옆으로 돌진했다. "나 왔어, 어때?"

"어지러워." 쟝위둬가 말했다.

"얼마나 됐어?" 천칭은 고개를 돌려 청커를 바라보았다.

"어......" 청커는 얼른 휴대전화를 꺼냈다. "너한테 전화했을 때부터 어지러워하기 시작했어. 한 40분 정도?"

"그럼 좀 더 있어야겠네." 천칭은 욕실에 가더니 물수건을 짜와서 쟝위둬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은 뒤 소파 옆에 서서 고개 숙여 쟝위둬를 바라봤다.

"보통 얼마나 어지러워하는데?" 청커는 가다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확실치 않아." 천칭이 말했다. "때로는 30분도 안 돼서 지나가는데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어."

"오." 청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넌 어떻게 좀 더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천칭이었기 때문이다.

 

이 몇 마디를 끝낸 후 집안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쟝위둬는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와 천칭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청커는 이제 좀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와 쟝위둬는 병상을 지킬만큼 친하지도 않았고 천칭도 이미 와 있다. 분명 천칭은 쟝위둬의 이 병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 정적에 그는 입을 열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조금 갑작스럽다.

"너희 둘, " 쟝위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여기 서서 묵념하지 마."

"뭐?" 청커는 천칭을 힐끗 쳐다봤다.

"장례식이라도 해?" 쟝위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또 빠르게 감았다.

"무슨 헛소리야!" 천칭은 정신을 차리더니 소리를 질렀다.

"시발." 쟝위둬는 아마 깜짝 놀란듯 손을 한 차례 떨더니 이를 악물고 욕을 했다.

"그 예...... 커......" 천칭은 고개를 돌려 청커를 보았다. 어떤 이름을 말하려다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커, " 청커는 그 대신 말해주었다. "너 못 고치겠으면 그냥 관둬, 예거면 예거지, 애쓰지 말고."

"넌 가도 돼." 천칭이 말했다.

"...... 그래." 청커는 천칭과 쟝위둬의 관계가 이렇게 가까운 것은 그들 두 사람의 동곡이곡의 대화 방식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외투를 들고 입구로 걸어갈 때 천칭은 갑자기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고생했어. 고마워."

"천만에." 청커가 말했다.

"아침 아직......" 천칭이 테이블 옆으로 가더니 거의 건드리지 않은 도시락을 정리해 넣었다. "아직 안 먹었지? 가져가서 데워 먹어. 점심은 안 해도 될 거야."

"아니야." 천칭은 서둘러 말했다. 이 물건들, 특히 그 류샤바오는 그는 정말 먹고 싶지 않았다.

"왜?" 천칭이 물었다.

"뭐가 왜야?" 청커가 말했다.

"너 아침도 못 먹었으면서 왜 안 들고 가?" 천칭이 말했다.

"난......" 청커는 재차 핑계를 대기가 어려웠다.

"갖고 가. 먹기 싫으면 밖에 나가서 버려." 쟝위둬가 쉰 목소리로 고통을 띤 채 말했다. "여기서 미루지 말고. 나 좀비 돼서 일어나겠어."

 

청커는 천칭이 들고 있던 음식 두 봉지를 받아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입구 밖에서 이것들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조금 배가 고파서 이것들을 낭비하지 않았다. 류샤바오를 먹지 않더라도 다른 게 많았다.

건물 아래 막 도착했을 때 그는 멀리 복도 끝에서 시동이 꺼지지 않은 레인지로버 한 대를 보았다.

번호판 끝 자리 888.

청이의 차 두 대 모두 뒷번호는 888이다. 청커는 줄곧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미신을 맹신하는 건지.

집안 분위기 탓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매일 아미타불을 외우셨다......

 

차 옆으로 가서 기사가 조수석 문을 열고 안에서 청이가 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비로소 생각을 홱 거두었다.

"너 왜 여기 있어?" 그는 청이를 바라봤다.

"형이 연락도 안 받고, 물건도 안 가져가서, " 청이가 말했다. "내가 가져다주는 수밖에 없잖아. 매일 사용해야 할텐데 불편할까봐."

"내가 묻는 건 내가 여기 있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았냐고?" 청커가 다시 물었다.

"넌 내 형이야, " 청이가 말했다. "네가 어디 있든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기사는 차의 시동을 끄더니 또 차에서 내리며 무표정하게 청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련님."

청커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기사의 이름은 허위안으로, 청이를 몇 년이나 따랐지만 청이의 심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청이는 심복이 없다. 그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허위안은 청이를 매우 잘 알았고 그와 같은 전선을 펼쳐 청이가 태도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허위안이 그를 대신해 표현했다.

 

"물건 내려요." 청이가 말했다.

허위안이 트렁크를 열자 뒷 좌석 모두 내려져 있었고, 큰 박스 몇 개가 쌓여 있었다. 무엇을 담았는지 모르겠지만, 박스에 담기지 않은 것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컴퓨터, 모래 그림판, 다 쓰지 않은 모래,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

왠지 모르게 청커는 이것들을 보았을 때 갑자기 옷이 찢겨나간 채 거리에 전시된 듯한 난처함과 수치감이 들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그의 침실과 서재에 있던 것으로, 단독으로 볼 때면 모든 물건이 평범하여 다른 사람 눈에 띄어도 되지만, 이 물건들은 그의 소유이고 이미 이런 관계로 연결된 물건들을 이렇게 전시당하자 전혀 다른 느낌이 되었다.

 

청이는 그의 방에 들어갔다. 아니, 청이뿐만 아니라 허위안도 들어갔을 것이다. 결국 청이는 직접 물건을 옮기진 않았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이 그의 방에서 왔다갔다 하며 사방을 살펴보고 그의 물건들을 하나씩 들춰보며......

"필요없어." 청커가 말했다.

"좀 현실적이 될 수 없어?" 청이가 그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물건 전부 필요한 거야, 전부 새로 살 수는 없잖아? 얼마나 쓰려고? 예전처럼 돈 문제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어?"

청커는 아무 말 없이 눈썹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내가 네 방에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고 있어, " 청이가 말했다. "여러 해 동안 나도 들어가지 않았잖아? 네가 이렇게 가버린데다 다른 사람과 연락도 안 하는데 내가 어쩔 수 있겠어? 내가 들어가서 물건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아버지가 도와주기라도 바라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할게." 청커가 말했다. "이것들 나는 필요없어. 누가 나한테 보내줄 필요도 없고. 내가 나올 때 어떤 상태였다면, 그냥 그 상태인 거야."

청이는 그를 바라보며, 눈빛이 점차 차가워지더니 한참 후에야 또 웃음을 지었다. "컴퓨터는 아무래도 가져가야겠지, 이렇게 개인적인 물건도 필요없어?"

"난 네가 아니야." 청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웃음을 띠었다. "내 컴퓨터에는 비밀로 해야할 어떤 사적인 내용도 없거든."

청이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사라지더니 잠시 그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허위안에게 손짓을 했다. "쓰레기장으로 가요."

허위안은 트렁크 문을 닫고 청이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청커는 몸을 돌려 복도로 들어갔다.

"청커, " 청이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살면서 너처럼 이렇게 전도유망한 사람은 처음 봤어. 잘 버티길 바라. 아버지에게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비는 거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청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로 들어간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누르지 않고 바로 비상통로 문을 밀어젖히고 들어갔다.

그는 청이가 어떻게 자신이 이곳에 사는 걸 알게 된 건지는 몰랐다. 하지만 아직 층수는 모를 것이다. 아래층의 경비원은 매우 엄중하여 그의 허락이 없으면 낯선 사람에게 그의 방 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는 왜 청이에게 그가 구체적으로 어느 층에 살고 있는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계단을 선택했다.

어쩌면 쟝위둬에게 물이 든 것일까?

미친놈의 전염성은 이렇게 강하구나......

 

비상통로는 조금 답답했다. 며칠에 한 번씩 청소를 하는데도 공기중에 먼지가 자욱하고 시멘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비록 창문이 있긴 하지만 창밖에는 다른 건물의 측면이 보일 뿐, 고개를 숙여도 들어도 바닥부터 하늘까지 회벽 뿐이었다.

눈빛을 거두니 어둠 속도 여전히 잿빛이었다.

청커는 한숨을 내쉬고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올라갔다.

이는 그가 살면서 처음으로 1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인데, 아침 식사 두 봉지까지 들고 있다.

매우 피곤하고 무릎도 좀 시큰거렸지만 그는 도중에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을까봐 걱정이었다.

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가?

모르겠다. 만에 하나 청이가 아직도 밖에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면?

그는 웃기 시작했다. 미친놈아.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한숨을 돌렸다. 마침내 도착했지만 열쇠를 꺼내자 그는 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넣어 비틀기만 하면 그는 문으로 들어가 소파에 몸을 던져 쉬면서 봉지 안의 음식을 데워 먹고 잘 수 있지만, 오히려 문에 기댄 채 도저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다.

그는 줄곧 청이가 어떻든 더 이상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청이는 다시 그를 한달 전으로 되돌려놓았던 것이다.

온 사람이 의기소침해져 마치 집을 막 나온 그날 같았다.

"시발." 청커는 이마로 문을 인 채 나지막이 욕을 했다.

몇 분 후에야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럴 때는 스스로 정신 차리길 강요해야 한다. 새로운 생활이 아무리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미 시작되었다. 잘 지낼지 못 지낼지는 모두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가스 카드를 꽂은 후 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데우고...... 어떻게 데우지? 모른다. 그 다음엔 먹고, 다 먹으면 한숨 자고, 자고 일어나면......

염병.

청커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관두자. 무슨 카드를 꽂고 무슨 데워 먹긴 개뿔, 잠이나 자자.

무슨 새로운 생활이냐.

웃기고 있다.

 

청커는 자신의 현재 상태라면 내일 오후까지 자는 것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잘못 판단했다. 단 1초도 못 자고 눈만 감은 채 버티다가 뒤통수와 등이 시큰시큰하여 별수 없이 일어나 앉았다.

휴대전화를 보니 두 시간을 버텼다. 역시 대단한 셈이다.

그는 손 가는 대로 연락처를 열어 몇 번 뒤적이더니 마지막에 쉬딩의 이름을 눌렀다.

"저녁에 나와서 술 한 잔 하자." 청커가 말했다.

"저녁?" 쉬딩은 잠시 멈추더니 말했다. "그래, 어디서?"

"몰라, 그냥 나 있는 쪽. 어딜 가기도 귀찮고 택시도 귀찮아." 청커가 말했다. "네가 정해."

"그래, " 쉬딩이 말했다. "내가 데리러 갈게. 동네 입구에 가면 전화할게."

"응, " 청커가 멈칫했다. "너 혹시......"

말을 하다가 그는 또 멈추었다. 쉬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쉬딩은 그가 세든 집이 어느 곳인지도 몰랐다.

"샤오이가 네가 어디 사는지 알았어?" 쉬딩은 매우 날카로워 곧바로 물었다.

"방금 아래에서 날 기다렸어." 청커는 조금 머쓱했다. "다른 뜻은 없어. 그냥 어떻게 그가 내가 사는 건물을 알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알아내려고 해도 알아낼 수 있어." 쉬딩은 웃었다. "너랑 샤오이는 정말이지 형제 같지 않다니까."

"...... 그러냐." 청커는 한숨을 쉬었다.

 

전화를 끊고 청커는 음식을 어떻게 데울지를 알아보고, 전자레인지를 선택했다. 박스에 PP5라고 표시돼 있어 전자렌지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자레인지에 대충 음식을 몇 갑 넣었다. 자신이 이런 생활 상식을 알고 있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어디서 본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 전자레인지는 그가 오늘 처음 써보는 거라 먼저 설명서를 찾아 보려 했는데, 버튼을 봤더니 이 전자레인지는 폐물에 대해 매우 우호적으로 각각의 버튼에 글자가 쓰인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 연구한 후 "만두 데우기"를 선택했다.

정말 친절하다.

다 데워진 음식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마르지 않고, 타지도 않고, 터지지도 않았다......

 

청커는 TV를 켜고 소파에 앉아 천천히 먹었다.

복루의 아침 차는 그는 먹어본지 꽤 오래 됐지만 맛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먹으니 문득 추억에 잠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그는 확실히 추억할 것이 없다.

그냥 맛에 대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이 닭발, 예를 들면 이 샤쟈오, 예를 들면 이 류샤바오......

청커는 자신의 손에 있는 류샤바오를 보았다. 이미 반은 물어뜯은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세 개째 먹는 것이었다.

"...... 망할." 그는 남은 류샤바오 반 개를 내려놓았다.

사실 그는 투정을 부린 게 아니었다. 밥을 먹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교양 때문일 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가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그가 본 것이다.

이런 직관적인 상상이 손에 든 음식과 연관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쟝위둬를 생각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쟝위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아직 어지러울지도, 어쩌면 천칭 덕에 이미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첸 누나가 또 뭐 사라고 했지?" 쟝위둬는 진열대 위의 물건을 보고 있었다.

"즈마장, 톈미엔장, " 천칭이 카트를 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무슨 장이었는데? 두반장?"

"아무거나 하자, 장 가게를 열건가보지. 매번 장을 한 무더기 산다니까." 쟝위둬가 손 가는 대로 장 몇 병을 집어들었다. "몇 병 가져가면 돼."

"너 누나한테 내가 밥먹으러 간다고 말했어?" 천칭이 물었다.

"말했어, " 쟝위둬는 계산대로 걸어갔다. "오늘 일은 누나에게 말하지 마."

"응, 안심해." 천칭이 말했다. "그런데 너 이번 발작은 제대로 못 쉰 거 아니야? 요즘 잠도 부족한 것 같더니."

"대충 쉬었어." 쟝위둬가 말했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지나면 괜찮아져."

"예거도 많이 놀랐을 거야. 아마 그런 장면은 본 적 없을 걸." 천칭이 말했다.

"관둬, 네가 왔을 때 날 보면서 장례 치르는 것마냥, 내 얼굴에 대고 울까봐 겁나더라." 쟝위둬는 계산대 옆에서 목캔디 두 상자를 집어들었다. 어지러운 후 목도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조금 불편했다.

"그치만 나 이 악물고 버티면서 안 울었잖아." 천칭이 말을 하고 잠시 생각했다. "...... 울고싶은 것도 아니었어."

 

루첸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은 매우 편안한 일이다. 쟝위둬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단지 천칭과 네 마리의 개와 함께 소파에 앉아 한 시간 동안 TV를 보고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계속해서 소파에 늘어앉아 잡담을 하면 된다.

루첸의 집에서 그는 가장 느슨했고 밖에 그를 쫓는 누군가가 있는지를 노상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원래 밥만 먹고 돌아가려 했는데, 느긋하게 몇 시간 있다보니 움직이기가 싫어졌다.

루첸이 그들 둘을 보내려 할 때야 그는 일어나서 천칭과 함께 나왔다.

"나 내일은 쉬어." 천칭이 차에 올랐다. "너 데리고 깁스 풀러 갈까? 의사가 풀어도 된다고 했지?"

쟝위둬는 아무 말이 없었다.

풀고 싶지 않다.

갑자기 찜찜한 기분이 들어 그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에서 끊임없이 뒤로 지나치는 등불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내일 데리러 온다?" 천칭이 또 물었다.

"응." 쟝위둬가 대꾸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휴대전화가 그의 주머니 안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어 확인해보니 화면에 표시된 것은 청·저능아·커였다.

"누구야?" 천칭이 물었다.

"예...... 청커." 그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집에 없어?" 청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모르게 듣기에 조금 풀이 죽은 것 같았다.

"거의 다 왔어." 쟝위둬가 말했다. "또 무슨 일이야?"

"또?" 청커는 멈칫했다. "됐어."

"응?" 쟝위둬는 조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뭐가?"

청커는 전화를 끊었다.

"뭐가 문제야?" 쟝위둬는 휴대전화를 눈앞으로 가져와 보았다.

"그가 왜?" 천칭이 물었다.

"몰라."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리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차가 좁은 길로 들어가면서, 그는 습관적으로 수상한 신형이 없는지 양쪽 인도를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청커가 보였다.

"저거 예거야?" 천칭이 오른쪽 인도를 가리켰다.

"응, " 쟝위둬는 손을 뻗어 경적을 눌렀다. "가봐."

청커는 그들과 반대 방향을 향해 느릿느릿 걸으며 인도를 따라 어슬렁거리면서 경적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천칭이 차를 길가에 세우고 전조등을 청커의 얼굴까지 닿도록 흔들었지만 그는 손으로 가린 채 계속 앞으로 걸었다.

"에이, 이 사람, 내가 그랑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오늘 다 털어먹었을텐데." 청커는 또 경적을 한 번 울렸다. "이 경계심은 네 이웃집 그 어린애만도 못하네."

"조금 있으면 내가 널 데리고 가서 네 오랜 꿈을 이뤄줄게. 너 오늘 저녁에 털어다 나한테 갖다바치지 못하면 내가 널 어떻게 때려죽이는지 보게 될 거야." 쟝위둬는 차 문을 열고 딱 차 문 옆까지 온 청커를 잡아당겼다. "이 도련님은 몽유병이세요?"

청커는 그제야 팔을 홱 빼내고 고개를 들었다.

쟝위둬는 그의 몸에서 술냄새를 맡았다. "술을 뒤집어 썼어?"

"아니." 청커가 말했다.

"날 왜 찾았어?" 쟝위둬가 물었다.

청커는 차 문을 붙잡고 그를 보며 마치 결심한 듯 한참 만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열쇠를 두고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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