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제8장 어선 거리

2022. 2. 1. 12:10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어선 거리渔舟街

 

이번에 걷고 나서야 비로소 영갑리에는 아직도 불법 건축물이 줄지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있는 두 군데 큰 폐허는 전부 철거되어 남은 기와 잔해뿐이다. 이따금 말라빠진 유기견들이 그 사이를 누비며 뜨거운 태양 아래 뒷다리를 뻗고 당신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겹겹이 쌓인 엷은 먼지를 일으켜 세태염랑의 극에 달한 퇴폐적인 노련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다음에는 백여 미터의 긴 거리가 있는데, "어선 거리"로 불린다. 만약 영갑리가 황혼의 노인이라면 유동 시장은 떠돌이 아동이고, 이 어선 거리는 대도시 틈에 맹목적으로 이사해온 중, 청년이다. 큰 문화도 추구도 없이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이 생활이다.

 

길거리에는 각종 불법 점포로, 분식과 과일, 철물 잡화 등이다. 단 두 개의 가게만이 멀쩡한데 휴대전화 디지털기기를 파는 곳과 축전지 차를 팔고 타이어를 수리하는 곳이다. 거리는 시끌벅적하고 아주머니 아저씨의 걸음걸이는 한가하며 직장인들은 바쁘게 걷는다. 여름 방학으로 방목된 어린이는 공포스럽고 날카롭게 웃으며 길가에서 서로 쫓고 쫓기고 있다. 사람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달리 쓰며 각자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거리 앞쪽으로 고개만 들면 거상 백화점의 삼십 층이 넘는 웅장한 빌딩을 우러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 디스플레이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명품 광고를 번갈아 상영하며 아득히 멀고 영예로운 광채로 보잘것없는 중생을 굽어보고 있다.

 

영갑리 담당 파출소도 어선 거리에 있었다. 길끝 모퉁이에 위치한 세월이 느껴지는 작은 건물이다.

 

주웨이싱은 그곳에 가서 신분을 밝히고 장 씨 성을 가진 경찰의 응대를 받았다.

 

"이제 괜찮아?" 경찰은 의외라는 듯 그를 보았다. "내가 병원에 몇 번 가봤지만 너는 아는 것 없이 누워만 있지, 내가 물어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어."

 

사무실 바깥방에 앉아 장 경관은 주웨이싱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그의 말투는 약간의 친숙함을 띠고 있어 마치 이전에 주웨이싱과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주웨이싱이 말했다. "대부분 회복됐어요."

 

기억을 잃은 것을 장 경관도 당연히 알았지만 의심스럽게 주웨이싱을 훑어보며 그다지 믿지 않는 것 같다.

 

주웨이싱은 그가 보기에 안색이 너무 태연했다.

 

장 경관이 말했다. "너......많이 변했어."

 

주웨이싱은 머리 위의 작은 거즈를 만졌다. "머리를 깎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야." 장 경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매일같이 형형색색의 상대와 접촉하여 사람 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들어오는 것을 본 순간부터 장 경관은 이 소년이 과거와는 딴판인 것을 느꼈다. "너 예전엔 말투가 이렇지 않았잖아, 사람 쳐다보는 눈빛도 안 이랬어."

 

"저는 예전에......어땠어요?" 쟈오 아주머니를 제외하고 주웨이싱은 마침내 두 번째 인물에게 자신의 과거를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주 학생 너 기분 나빠하지 마, " 샤오장 경관은 차를 몇 모금 마시며 언어를 조직했다. "넌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어. 어떤 면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고, 행동이며 됨됨이도 분별이 없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 사고도 없었을 거야......"

 

주웨이싱은 등을 곧게 폈다.

 

샤오장 경관은 그를 바라보았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과학기술관 뒤편 경랑 호텔이고 여기서 아주 가까워, 십몇 분 거리야. 나도 사건 전 과정을 따라갔는데 조사와 확인을 반복한 결과 너 외에 제2의 책임자는 없었어."

 

주웨이싱은 눈을 내리깔았다.

 

"너는 그날 동기 몇 명과 함께 '오산' 술집에서 밤 9시까지 술을 마신 뒤 혼자 경랑 호텔로 가서 10시 전후에 호텔 5층의 중공 화원 발코니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어. 동기들 중 한 명이 네가 술집을 떠날 때 기분이 별로 안 좋았고, 서둘러 떠나는 게 마치 무슨 사람을 찾으러 가는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우리가 네 휴대전화를 조사했는데 그때 너에게 연락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우리는 또 오산 술집과 경랑 호텔의 CCTV도 확인했는데 술집에는 빛이 어둡고 사람이 너무 많아 네가 누구와 교류했는지 추적할 수가 없었다. 경랑 같은 고급 호텔에 너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을 텐데 CCTV와 프런트 데스크에는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어. 호텔 측에서 밝힌 유일한 가능성은 네가 그들의 직원 통로를 이용했을 거라는 건데, 다만 네가 어디서 이 길을 알게 됐는지, 또 어떻게 끼어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어. 이후 경찰은 중공 화원 앞 CCTV 영상에서 널 찾아냈고 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봤지만 현장에 제2의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어. 네가 병원에 들어갔을 때의 주정과 검사 결과를 통해 다른 약물에 의한 환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었고, 경찰은 네가 추락한 것을 일반적인 음주 사고로 확정했다."

 

말인즉슨, 모두 주웨이싱이 죽음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장 경관은 한숨을 쉬었다. "주 학생, 넌 위험의 가장자리를 헤맨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 진지한 교류를 하는 것도 처음이 아니고. 나는 이전에 너에게 수차례 타일렀어. 이상과 야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넌 아직 어리니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집안 형편이 어렵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안 계셔서 유복한 생활을 동경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너 이 지역에서 매일 오가는 사람들을 봐, 누가 안 힘들어? 누가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고 살아?"

 

"너희 할머니가 너를 어렵게 키웠는데, 넌 U예에 합격해서 전도가 유망한데도 구태여 이웃 거리를 넘보며 온종일 사회의 엉망진창인 사람들과 어울리려 들어. 우리가 아무리 소시민이라고 해도 분수를 모르고 높은 곳만 바라봐선 안돼, 기상천외해도 안돼."

 

확실히 그는 주웨이싱에게 여러 차례 쓴소리를 한 듯, 진심에서 우러난 교훈을 막힘없이 끄집어냈다. 하지만 원래의 소년은 결코 감사히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고 심지어 그가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경관의 말투는 유감스러움과 안타까움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습관적으로 쓸데없는 힘을 써 한바탕 간곡하게 타이른 뒤 경관은 고분고분한 얼굴을 마주했다.

 

주웨이싱의 외모는 이 네 글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장 경관은 자신이 상대를 처음 봤을 때, 고운 용모의 소년의 못마땅한 시선을 기억했다. 마치 이렇게 인민을 위해 애쓰는 직업이 얼마나 사회적 지위가 없는지,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 가늠하는 것 같았다. 이후 몇 차례 더 접촉하며 소년의 그 오만하고 경박함이 외모의 기질과 일체가 된 것처럼 장 경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몇 번이나 심리 건설을 해야 비로소 그가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을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얼굴은 여전히 그 얼굴인데 표정은 정말 공손하고 예의 바르며 눈매는 맑고 차분하고 안색은 신중하고 겸허하다. 장 경관에게 이번에는 이 아이가 자신의 충고를 진지하게 들었다는 것을 거듭 보여 주었다.

 

장 경관은 잠시 멍해졌다가 옆 사무실에서 몇 사람이 나오고 나서야 생각에서 되돌아왔다.

 

잔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크고 작은 두 경찰에게 말했다. "이번에 날더러 파출소에 와서 뭘 하라는 거예요, 내가 A시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지난번에 갔을 때도 전부 규정에 따랐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절차를 아직도 모르겠어요? 매번 돌아올 때마다 엉덩이를 따뜻하게 붙이기도 전에 오라고 부르는데 피곤하지도 않겠냐고."

 

키 큰 경관은 여인의 태도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말했다. "저희도 규정에 따라 여쭤보는 거예요. 안 그러면 이 소송에 주의하지 않는 것 같잖아요."

 

"내가 아직도 당신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여인은 어깨에 걸친 동색의 작은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 오랜 이웃들이 당신들 곤란하길 원치 않은 게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매번 이렇게 협조를 하겠어요. 나 지금 출근 서둘러야 해요."

 

키가 작은 중년 경관은 그녀가 서두르는 것을 보고 황급히 타일렀다. "샤오먀오야, 나도 네가 듣기 싫은 거 알지만 그래도 말해야 해, 네 남편은 당시 졸음운전이었으니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야. 네가 이렇게 오랫동안 버티는 거 정말 의미 없어, 애써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잖아."

 

이 일을 언급하자 먀오 여사는 오히려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졸음운전은 개뿔이! 백 번을 강조해도 난 말할 거야! 우리 라오쟝은 맞은편에서 고속으로 오는 차를 피하려다 도로에서 사고가 난거지, 졸음운전이 아니야! 아니라고! 산자락의 한 늙은 농민이 전 과정을 목격했는데, 당시 라오쟝의 승합차 앞에 파란색 스포츠카가 나타났다고 했어!"

 

"그 나이 든 농민은 주정뱅이였어, 그날은 바람도 강하고 비도 많이 왔는데 그가 어느 산자락에서 그걸 봤겠어? 나중에 자기도 잘못 봤다고 말을 바꿨잖아."

 

"잘못 보긴 개뿔이. 사고 후 내가 그 늙은 농민을 찾아갔었는데 그는 몰래 주운 반사경을 나에게 보여줬어. 파란색! 틀림없이 스포츠카의 반사경이었어,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내가 사람을 찾아 물어보니 그 차종은 적어도 팔백만 이라고 했어! 그는 시골 사람인데 어디서 이걸 얻었겠어? 결국 나는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거울을 당신들에게 제출하려 했는데, 물건이 사라졌어! 늙은 농민도 법정에 오르기 전에 갑자기 말을 바꿨어, 과음해서 잘못 봤다고!? 나는 그가 구라 쳤다고 믿어! 그는 틀림없이 무슨 이익을 얻었을 거야! 스포츠카야! 그런 스포츠카를 몰 수 있는 돈 많은 사람이 뭘 못하겠어?"

 

"부자들이라고 전부 수단이 뛰어난 줄 알아? 게다가 사고 당시 너희 아들도 승합차에 타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왜 쟝이로부터 파란색 스포츠카 얘기를 못 들었을까?"

 

"그 애는 부딪혀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안 돼? 내 아들이 그렇게 멀리 날아가서 목숨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지 제 아빠 따라갔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 거야. 내가 그를 위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 주겠어."

 

"아이 참, 샤오먀오야......"

 

"나 당신들이랑 얘기 안 해, 다음 달에 A시에 있는 가오 법관에게 다시 가서 말할 거야." 먀오샹쉐는 더 따질 뜻이 없었다. 이런 진부한 말만 되풀이되어 그녀는 진작 싫증이 났을 것이다.

 

경관도 그녀와 논쟁하길 꺼려 사람을 내보낸 뒤 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에게 물었다. "어제 생선 가게 뒤집은 게 쟝이 아니야?"

 

"아무도 신고를 안 했어. 그 생선장수를 찾아봤더니 머리가 찢어지진 않았는데 혹이 나 있었어. 누가 했냐고 물으니 모르는 사람이래. 이 행상인은 U시에 처음 왔는데 누가 손을 댔는지 모르고 주변에 알아봐 줄 사람도 없을 거야. 그런데 누구일 수 있겠어." 두 경관은 속으로 확신하며 마주 보았다.

 

"노점은 쟝이가 건드린 게 아니에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 경관은 주웨이싱의 말참견을 막을 틈이 없었다. "그가 직접 손을 댄 거면 그 노점상 머리에 어떻게 혹 하나만 남았겠어요."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그의 앞으로 장부를 다 적어놨어. 그가 아니면 이런 일이 없어." 키 큰 경관은 찻잔을 받아 들더니 눈을 돌려 주웨이싱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집에서 통제할 수 없는 문제아들은 크게 혼이 나야 얌전해진다니까."

 

눈총을 받은 문제아 주웨이싱 : "......"

 

"네 유심 카드는 우리가 조사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 돌려줄 수 있어. 새 카드를 신청하지 않아도 돼." 장 경관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카드를 꺼내 주웨이싱에게 주면서 또 조사기간 중 발견한 주웨이싱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잘 살고 싶으면 알고 지내던 것들 다 끊어버려. 다른 사람이 다시 찾아도 신경 쓰지 말고. 만약 해결되지 않는 귀찮은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오면 돼. 내가 전화번호 알려줄게." 이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쓰는 것도 그들 지역 민경의 일상인 셈이다. 하지만 눈앞에 마주한 소년에게 장 경관은 평소보다 인내심이 조금 더 많아졌다. 특히 그의 현재 태도 변화를 보고 더욱 그랬다.

 

주웨이싱은 묵묵히 감사의 인사를 거두고 다른 경관들의 깊은 주목을 받으며 떠났다.

 

장 경관은 소년의 앙상하고 곧은 뒷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추락해서 머리가 나빠진 건 봤어도, 어떠게 사람의 기질이 환골탈태할 수가 있지?"

 

파출소에서 나와 주웨이싱은 발길을 돌려 작은 휴대전화 가게로 들어갔다. 할머니 말씀대로 필요한 생필품을 조금 사려 했다. 유심 카드가 있으니 자연히 휴대전화가 필요하다.

 

바로 점원을 찾아가 제일 싼 것을 사고 싶다고 말하자 점원도 놀라지 않고 손바닥만 한 이름 없는 중고폰을 내놓았다.

 

"120, 네고 안 돼요."

 

주웨이싱이 살펴보니 사용 흔적이 역력했다. "90."

 

점원이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고 주웨이싱은 물건을 내려놓고 가려고 했다. 점원은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써봐요."

 

몇 번 더 오간 끝에 주웨이싱은 100 콰이를 주고 이 낡은 휴대전화를 샀다.

 

유심 카드를 장착하고 켰더니 기기가 조용하다. 새로운 전화나 메시지가 없는 건 그동안 경찰에게 일일이 조사를 받아서일 것이다.

 

몸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력이 떨어진 주웨이싱은 일단 돌아가서 다시 연구해보기로 했다. 고개를 들자 길가에 있는 몇 사람이 꽤나 불량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몇 개의 얼굴은 주웨이싱에게 익숙했다. 바로 어제 유동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뒤집은 그 무리였다. 특히 그 파란 털은 시인성이 높다. 무리는 네다섯 명으로, 탕바오를 파는 아침 노점에 둘러앉아 한창 먹고 있었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덩치가 커서 웬만한 깡패나 악질 토호보다 더 설명하기 어려운 기세로 주변 사람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쟝이라는 남자도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았는데 옆에 무척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자가 함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쟝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줄곧 몸을 내밀며 자신과 이야기하려는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게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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