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제10장 뻔뻔스럽다

2022. 2. 5. 16:39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뻔뻔스럽다

 

"작은 토비"라는 이 별명은 왠지 모르게 귀에 익은데, 마치 이웃 아주머니들의 입에서 들은 것 같다.

 

상대를 떠올리자 또 아침에 어선 거리에서 풍문으로 들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주웨이싱은 특히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기억했다 : 돈 많은 사람에게 빌붙어, 남자에게 빌붙어, 불결한 속셈, 그리고 상대방이 옆 테이블의 쟝이를 바라볼 때의 신속하고 의미가 뚜렷한 시선.......정보량 과부하!

 

화려한 옷차림으로 여성스럽게 치장하고, 방안에는 온통 남자 스타 잡지들을 놓아두고, 꿈에서 남의 집에 가서도 방 주인이 발견하고 문밖으로 쫓아낼 때까지 쳐다보고 있다. 갖가지 품행은 모두 자신의 성향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한 실마리들을 이전에는 주웨이싱이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작은 토비 무리에 의해 심한 말로 고발되어 다시 연결되자 실로 그를 놀랍게 했다.

 

그 건장한 남자의 뜻에 따르면 과거의 자신은 행동이 단정하지 못했고 상대를 고르는 목적이 불순했다. 밖에서 마구 찾는 것 말고도 결국 목표를 맞은편 창문의 이웃으로 돌렸단 말인가? 그들의 저 혐오스럽다는 태도를 보면, 쟝이는 자신에게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 좋은 구석이 없을 것이다.

 

쓰러진 자신을 도운 것도 아마도 인도주의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난처하다.

 

주웨이싱은 생각이 복잡했다. 

 

"형 기분 좋아?" 룽룽이 갑자기 물었다.

 

"?" 주웨이싱은 알아듣지 못했다.

 

"형이 예전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싫다고 했잖아, 그 작은 토비만 빼고. 지금 그 사람이 형을 안아줬으니까 형은 틀림없이 기분이 엄청 좋을 거야!" 룽룽은 "내가 너를 간파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웨이싱은 불가사의하다.

 

룽룽은 센스 있게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고 촌스럽다고 했어, 작은 토비도 비록 가난하지만 초초초 잘생겨서 그랑 자고 싶다고......"

 

나팔 주둥이를 막으러 가는 동작은 여전히 한 박자 느렸고,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거리낌 없는 말은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주웨이싱의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한 얼굴도 다소 난처하게 붉어졌다.

 

자신이 어떻게 초등학생 하나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심지어 초등학생 하나도 알고 있는 얘기라면, 골목 안의 다른 사람들은 또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할머니도 알고 계신 거 아닐까?

 

붉은 얼굴빛이 다시 하얗게 바뀌더니 주웨이싱은 엄숙하게 당부했다. "이건 아주 나쁜 말이야, 앞으로는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지?"

 

룽룽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안심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너보다 훨씬 잘 다룰 수 있다"는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주웨이싱은 손을 떼고 화제를 돌렸다. "내가 모든 사람을 싫어해? 너까지 포함해서?"

 

"응, 형 오늘 처음으로 나한테 웃어줬어. 예전엔 나만 보면 살찐 돼지라고 욕했잖아!"

 

룽룽은 매우 통통한데, 가족의 총애를 가득 받은 몸무게이고 어린 시절엔 정상적인 체형이다. 자신이 거기 대고 악담을 했을 줄은 몰랐던 주웨이싱의 마음은 또 한 번 칼에 찔렸다.

 

"미안해." 그는 서둘러 말했다. "나는 너무 예의가 없었어. 네가 나를 용서하기 전에는 끊임없이 너에게 사과할 수 있어."

 

"용서해 줄게, 나 화난 거 아니야." 룽룽은 도량이 넓었다. "왜냐면 형은 잘생겼으니까. 피리 부는 것도 듣기 좋아, 우리 반 구쟈쟈랑 똑같아."

 

주웨이싱은 쟈오 아주머니의 손자가 자신의 플루트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신경이 조금 느슨해졌는데 또 초등학생의 연쇄 칼질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형이 다른 사람 욕하는 거에 비해 나한테 하는 건 듣기 좋은 편이야." 룽룽은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형아가 용리 누나는 우거지상, 용푸 형아는 빚쟁이, 량 가 할머니는 죽지도 않는 늙은이, 송 아줌마는 수다쟁이, 마작관 사장은 촌녀......"

 

유난히 기억력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최근 몇 년 동안 주웨이싱에게서 천박한 말을 반복해서 들어선지 룽룽의 말은 주웨이싱에 의해 강제로 끊어질 때까지 물 흐르듯 줄줄 이어졌다.

 

"잘 알겠어." 자신이 이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도 이웃에게 맞아 죽지 않은 것은 정말 기적이다.

 

"나는 5, 6, 7동 밖에 안 말했어, 앞의 몇 동이랑 어선 거리는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룽룽은 존중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다 말할 필요 없어. 이런 별명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돼. 나는 앞으로 다시는 언급하지 않을 거야. 룽룽이도 다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어때?" 주웨이싱은 간절히 말했다.

 

룽룽은 이 형아의 태도가 매우 생소하고 뜻밖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

 

룽룽이 이에 대해 여전히 은근하게 사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게 느껴져서 주웨이싱은 다시 화제를 돌렸다.

 

"숙제하고 있었어?" 작은 책상 위에 노트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이 말을 듣자 룽룽의 얼굴에 고통이 드러났다. "여름방학 숙제! 오늘 숙제를 아직 다 못했어. 엄마가 돌아와서 날 때릴 거야."

 

"나한테 보여줄래?" 주웨이싱은 아이에게 보답하면서 지식수준을 측정하고 싶었다.

 

다행히 초등학생의 수학 문제는 그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문제를 풀고 간략하게 아이를 가르치자 다시 한번 룽룽의 숭배를 얻었다.

 

"————형아!!!" 흥분자 나팔이 또 나타났다.

 

동시에 아래층에서 룽룽을 향한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 엄마 왔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고, 욕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라 룽룽이 듣기에 기쁘고 또 슬펐다.

 

벌써 7시가 다 되어 가는데 주웨이싱은 더 이상 초등학생에게 자신을 돌보게 할 수 없었다.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룽룽을 온화하게 보내며 앞으로 자주 연락할 것을 약속했다.

 

한 걸음에 세 번을 돌아보는 아이를 보내고 주웨이싱은 또 10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오늘 받은 자극이 천천히 반쯤 소화되었다.

 

이마를 짚고 침대에서 내려와 고개를 들자 맞은편 사람을 마주쳤다.

 

일곱 시의 여름밤은 이미 해가 졌고, 하늘 한 구석의 희미하고 푸른빛만이 407호의 작은 침실에 가득 차서, 방 안의 몇 개의 윤곽과 침대 위의......한 사람의 형체를 비추었다.

 

온몸을 펼치고 긴 팔 긴 다리로 그곳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 같다.

 

이 시각과 이 화면의 유사성은 주웨이싱으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아까의 꿈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나서야 현실과 허상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눈여겨보니 쟝이도 쳐다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남자는 경각심이 높은 게 마치 머리 꼭대기에 두 개의 겹눈이 달린 것 같다.

 

그의 눈빛과 표정은 나른한 것만 빼면 정상인 편이라 꿈속과는 달랐다.

 

주웨이싱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상상력이 풍부한 것을 탓했다.

 

그는 그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고마웠어."

 

말을 마치자 그 사람의 반응을 보지 않고 도피하듯 과감하게 블라인드를 끌어내렸다.

 

********

 

그날 이후 주웨이싱에게 예의를 갖춘 쟈오룽룽은 아무 때나 찾아오기 시작했다. 쟈오 가와 주 할머니는 처음에는 불가사의하게 두 사람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가 차츰 무감각해져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주웨이싱은 룽룽의 아버지가 10년 전 한 차례 규정 위반 조작으로 작업장에서 심각한 산업재해를 당해 노동력을 잃었고 회사의 막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부득이하게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쟈오 아주머니도 가정부로 일하며 보조해 주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주 할머니의 구제를 빌어 가장 힘든 몇 년을 견뎌냈다.

 

그날 룽룽이 떠난 지 한 시간여가 지나서야 할머니와 쟈오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왔다. 함께 돌아온 사람은 천람광장으로 갔던 주웨이천이었다.

 

은행에 사람이 많아 늦게 간 할머니는 번호를 받지 못했는데, 도중에 쟈오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주웨이천은 아침에 깨끗한 옷을 입고 외출했는데 돌아올 땐 온몸이 얼룩덜룩했고, 뒷 옷깃에 액체가 튀어 주름마다 끈적끈적하게 뭉쳐있었다. 그 궤적은 자신이 끼얹을 수 있는 것 같지 않아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한 티가 났다.

 

주웨이싱이 더위만 먹었을 뿐이니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강하게 어필한 뒤 할머니와 쟈오 아주머니는 더 강요하지 않았다.

 

주웨이천이 벗은 셔츠를 들고 할머니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쟈오 아주머니가 가서 씻으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고 직접 수돗가에 서서 묵묵히 비벼 꼼꼼하게 씻기 시작했다.

 

주웨이싱은 그녀의 가늘지만 곧은 뒷모습을 보고, 또 오늘 수확이 많다며 옆에서 즐거운 주웨이천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쟈오 아주머니도 한쪽에서 슬며시 눈을 붉혔다.

 

주웨이싱은 장 경관의 말을 떠올렸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 누가 안 힘들고, 누가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느냐는 말.

 

그날 밤, 주웨이싱은 침대에 누워 깊이 반성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함부로 돌아다녀선 안 된다. 작은 상처라도 만약 또 병원에 가서 돈을 마구 쓴다면 일이 커진다. 그의 첫 번째 임무는 먼저 몸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 후 가능한 한 빨리 수입원을 찾아야만 집안의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엉뚱한 생각으로 인한 해프닝이라든가 난처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가자. 넘어가지 못하면 날을 잡아 사람들에게 사과를 할 것이다. 용서를 바라긴 힘들겠지만.

 

그래서 요 며칠 주웨이싱은 블라인드를 내리고 방에서 얌전히 쉬다가 가끔 방을 청소하고 룽룽에게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

 

반 시간 만에 숙제를 마친 쟈오룽룽은 지금 휴대전화를 들고 주웨이싱 곁을 꿀벌처럼 열정적으로 빙글빙글 돌며 몸의 살을 출렁이고 있었다.

 

"구쟈쟈는 이 옷이 보기 싫다고 했어, 노점에서 한 벌에 30 콰이래." 자오룽룽은 주웨이싱이 침대에 가득 놓아둔 화려하고 천한 것들을 보며 그의 반 꽃의 평가를 전했다. 말을 마치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주웨이싱의 표정을 살폈다. 형의 성질이 한꺼번에 많이 좋아졌지만 룽룽은 여전히 그를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

 

주웨이싱은 옷장에서 자신의 옷을 꺼내 주웨이천이 플라스틱 상자에 모아둔 낡은 옷 사이에 집어넣었다. 접는 게 그다지 능숙하지 않았다.

 

"괜찮아, 네가 나 대신 물어봐줘, 어디서 이런 옷들을 30 콰이에 팔 수 있는지, 안 되면 20 콰이라도 좋아."

 

룽룽은 그대로 전하고 잠시 후 말했다. "구쟈쟈가 못 팔 거래. 이 옷은 보기 싫은 것만 아니라 짝퉁 명품이라 아무리 싸도 원하는 사람이 없을 거래. 그 애 엄마네 옷가게에서도 필요 없대. 형아, 왜 짝퉁 명품을 입어?"

 

솔직하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말이 다시 한번 성인의 값싸고 추한 허영의 가면을 벗겼다. 주웨이싱은 손에 아직도 두툼한 옷감을 문질러 보더니 솔직하게 인정했다. "내가 예전에는 뻔뻔했기 때문이야."

 

룽룽은 뜻밖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 말했지?" 주웨이싱이 물었다.

 

룽룽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속상해?"

 

주웨이싱 : "아니, 왜냐 하면 그들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했으니까."

 

룽룽은 아무래도 아직 어려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

 

주웨이싱은 그의 통통한 손을 보았다. "휴대전화 누구 거야?"

 

룽룽 : "아빠 거, 매일 두 시간씩 빌려줘."

 

"이런 메신저는 어떻게 써? 가르쳐 줄 수 있어?" 주웨이싱은 룽룽의 화면을 가리켰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지식과 기능에 대해 전혀 인상이 없다. 예를 들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초등학생에게 쉽게 추월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역시 초등학생은 활약을 시작해 어른을 이겼다. 한바탕 호랑이처럼 맹렬한 조작 끝에 룽룽은 주웨이싱 대신 그의 낡은 중고 휴대전화에 필수 앱 몇 개를 설치하고, 그전 휴대전화의 계정과 비밀번호도 모두 찾아냈다.

 

"대단하다, 고마워." 주웨이싱은 진심으로 칭찬했다.

 

"이건 간단해. 우리 반 친구들도 다 할 수 있어." 룽룽은 얼굴을 붉히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형아, 여긴 연락처에 있는 사람한테 메시지를 보내고, 모멘트를 눌러봐......와, 형아 친한 친구가 7백 명이 넘네! 잉, 이 사람 사진은 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

 

"룽룽!" 주웨이싱은 매우 빠르게 반응해 화면을 잠갔다. "너희 어머니께서......밥 먹으라고 부르셨어."

 

"아? 엄마 오늘 늦게 돌아온다고 했는데."

 

"그녀가 정말 너를 불렀어." 주웨이싱이 강조했다.

 

룽룽은 망연자실하다가 주웨이싱의 확신하는 시선 속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얼떨떨하게 떠났다.

 

어린이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웨이싱은 휴대전화를 다시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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