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제12장 플루트 연습

2022. 2. 19. 18:25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플루트 연습

 

주웨이싱은 며칠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갑자기 플루트 케이스를 들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가 보고 물었다. "어디 가니?"

 

주웨이싱이 말했다. "입구, 플루트 연습하러요, 저녁 먹을 때 돌아올게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웨이싱이 또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돌아올 때 사 올게요."

 

퇴원해서 돌아온 주웨이싱은 매우 점잖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성실하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원래 저속한 사람이 예절을 따르기로 결정하는 데는 학습 과정이 있어야 한다. 언어, 신체, 행동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행된다. 그러나 주웨이싱은 아니었다. 그의 행동거지와 말투, 심지어 표정과 눈빛까지 하룻밤 사이에 천지가 뒤집혔다. 자연스럽고 적당해서 마치 타고난 것처럼, 억지로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직접 그를 키운 게 아니었더라면 아이를 바꿔 기른 줄 알았을 것이다.

 

할머니는 시선을 그의 얼굴에 몇 초 동안 멈추고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어선 거리에 식료품 가게가 있는데 건면 두 근만 사 오거라. 내일 아침에 네 형 먹이게, 걔가 좋아하는 거야."

 

주웨이싱의 반응은 시원했다. "좋아요." 할머니가 그를 집안일에 참여시키기를 원하는 것은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할머니는 그의 차분한 얼굴을 보고 과거 그가 형에게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을 봤다면 벌써 뛰어올라 집을 헐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 줄게." 할머니가 말했다.

 

주웨이싱은 거절했다. "지난번에 주신 데서 아직 백 위안이 남았어요. 충분히 쓸 수 있어요."

 

외출하자마자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그늘에 모여 채소를 따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주웨이싱은 돌아서 피해가려고 했는데 뜻밖에 한 할아버지가 그를 멈추게 만들었다.

 

할아버지는 차막 앞에 앉아 있는데 엉덩이에 작은 걸상을 하나 놓고 손에 신문을 세워 들고 있다.

 

이 화면이 익숙해서 주웨이싱은 발걸음을 늦추고 할아버지 뒤로 걸어가 기웃거렸다. 신문에 스포츠 복권이 가득 실려 있었다.

 

주웨이싱은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물어진 건물과 골목 안의 인물, 혹서의 풍경에 기시감이 가득했다.

 

왜 며칠 전의 꿈과 완벽하게 겹치는 것일까? 착각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자신에게 예지력이 생긴 것 같지 않은가? 너무 우습다.

 

엉뚱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진지하게 궁리해본 후 주웨이싱은 이 할아버지가 전부터 여기 앉아서 스포츠 복권을 보는 습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꿈속의 그 장면들, 자신이 영갑리를 돌아다니며 송 아주머니를 만나고, 마작관을 보고, 같은 복도의 상투를 튼 노인이 채소를 따는 것을 보는 것은 모두 머릿속에서 예전의 기억이 번쩍 떠오르는 것으로, 괴력난신이 아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407호까지 달려가 이웃을 엿보는 비과학적인 상황은 꿈의 황당무계한 요소다.

 

이는 자신이 천천히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일까? 잊었던 과거가 다시 기억나는 것일 수도 있을까? 그 주징징의 인품을 생각하면 주웨이싱은 기뻐할 일인지 알 수 없다. 마치 인격이 분열된 정신병자처럼 정상적인 부인격이 생겼지만 비뚤어진 주인격이 돌아와 자신을 삼킬까 봐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심정이 복잡하다.

 

주웨이싱이 자신의 신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웃었다. "웨이싱도 복권을 샀어? 번호가 뭐냐? 량 할아버지가 대신 봐주마."

 

웨이싱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보시면 돼요."

 

이렇게 몇 걸음 꾸물거리다가 맞은편 송 아주머니한테 기회를 잡혔다. 샛길을 사이에 두고 쌀을 고르던 송 아주머니가 허공을 가르며 그를 불렀다.

 

"웨이싱아, 너 이틀 전에 또 쓰러졌다며? 괜찮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지."

 

옆에 있던 천 아주머니도 그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래그래, 그날 작은 토비가 너를 안고 왔어. 너는 인사불성으로 걔 몸 위에 늘어져서, 우리도 보고 놀라 죽을 뻔했잖아. 너희 할머니도 놀라 죽을 뻔하셨을 거야."

 

"구급차를 불렀어야지." 송 아주머니는 분명히 이 골목 소식을 여러 사람과 함께 돌아본 것이 처음이 아닐텐데, 여전히 의견이 많았다. "쟝이 같은 어린 나이에 모르는 게 정상이야. 어른들은 알아야 해, 내가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뇌진탕으로 혼미해서 스스로 말을 못하면 안아올게 아니라 병원에 데려다 줘야 해."

 

"구급차를 부르면 비싼데다 골목으로 들어가지도 못해, 밖에 꽉 막힌 유동 시장을 봐, 차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땐 사람이 다 식었을 거야." 천 아주머니는 현장에서 직접 겪은 증인으로서 발언권이 있었다. "너는 못 봤지, 그때 작은 토비가 웨이싱을 안고 반나절 동안 깨우질 못해 모두를 놀라게 했잖아. 120에 전화하자는 사람이 없진 않았어. 그런데 하나는 차가 막힐까 봐, 하나는 돈을 달라고 할까봐, 하나는 제 시간에 안 올까 봐 걱정이 되잖아. 결국 룽룽이 아빠가 자전거를 밀고와서 자기가 보내는 게 빠르다고 했어."

 

"그럼 결국 왜 안 보냈지?" 족집게를 들고 돼지 털을 뽑던 또 다른 왕 아주머니가 말했다. "주 할머니가 돈이 아까우시대?"

 

"이번엔 이상한 게 주 할머니가, " 천 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작은 토비를 탓하려고 모두들 밖에서 급해 죽을 지경인데, 그는 오히려 직접 사람을 주 가로 안아다 주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가 죽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의사도 아닌데, 이 일을 장난으로 여겼을 수도 있잖아." 송 아주머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작은 토비는 예전에 훈련할 때 이렇게 실신하는 걸 많이 봐서, 한눈에 체력 저하에 더위 먹은 걸 알아보고 한숨 자면 된다고 했지. 모두들 그를 믿지 않으니까 몇 시간 후에 웨이싱이 깨어나지 않으면 바로 사람을 병원에 데리고 가고 병원비도 부담하겠다고 말했어." 천 아주머니는 감탄했다. "너희도 그 모습 알잖아, 거기 서서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데다 표정도 차가워, 누가 감히 그에게 뭐라고 할까. 그래서 그가 사람을 안고 주가로 돌아왔어. 그런데 보니까 작은 토비가 틀리지 않은 것 같아. 웨이싱은 지금 멀쩡하잖아. 막 돌아왔을 때보다 살도 붙었네."

 

"이 말은 뒷북 치는 거지. 만일 정말 일이 생기면 작은 토비가 어떻게 계속 이렇게 무법천지일 수 있을까." 송 아주머니는 매우 동의하지 않고 웨이싱을 향해 말했다. "너 불편하면 직접 그를 찾아가서 계산하고 보양식이랑 과일을 사 달라고 해, 천 아줌마가 대신 증언해 줄거야."

 

"송 아줌마!" 왕 아주머니는 한쪽에서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천 아줌마를 매도하는 건 그렇다 쳐, 어제 마작하다 그녀가 하루 장볼 돈을 따갔다니까. 그치만 너 웨이싱한텐 그러지 마, 걔 이제 막 몸이 나았는데 작은 토비한테 놀라 또 병이 들면 어쩔 거야."

 

"사실 작은 토비가 함부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을 때는 그래도 착해." 천 아줌마는 말을 돌렸다. "사람을 도울 줄 알아. 샤오멍네 가족을 돌봐준지 몇 년이나 됐는지 봐, 그날도 옆에 있는 나쁜 놈들이 웨이싱을 신경 쓰지 말라고 부추겼는데 걔는 듣지도 않고 사람을 안고 올라가서 주가에서 쟈오 아줌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돌아갔어. 그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 안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여자애들이 좋아하겠어. 며칠에 한번씩 골목까지 쫓아오잖아."

 

주웨이싱은 옆에서 한참 동안 묵묵히 들었다. 조금 의외인 것은 그날 쓰러진 후에 이런 떠들썩한 후속도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의외인 것은 쟝이의 너그러움이다. 솔직히 그가 자신을 어선 거리에 버렸어도 정상이다.

 

앞에 있는 아주머니들의 이웃에 대한 관심은 진심이었고, 이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들도 진심이었다.

 

주웨이싱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전 괜찮아요. 저 할머니 국수 사드려야 해서 먼저 갈게요."

 

아주머니들은 그의 인사치레에 얼떨떨해졌다가 사람이 이미 멀리 간 후에야 다시 반응했다.

 

왕 아주머니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많이 변했어. 예전의 그 날마다 소란을 피웠던 그 기세를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아버지 따라 갈 줄 알았더니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줄이야. 말도 잘 듣고 예의도 바르니 이상하기도 하지."

 

"정말 잘못을 고치고 바른 길로 돌아온거면 주 할머니가 고생 끝에 낙이 온 거지. 애를 보니 나중에 작은 토비보다 장래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송 아주머니가 말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신문을 보던 량 할아버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느릿느릿 말했다. "샤오이小翼가 어때서. 내가 보기엔 샤오이가 괜찮아, 그의 어머니는 요 몇 년 동안 집에 붙어있질 않았는데 혼자서 자신을 부양하지, 대학도 다니지, 메달도 많이 따서 우리 U시에 얼마나 많은 영광을 주었는지, 모양도 정신도 1등이야, 그 애처럼 우수한 게 몇 명이나 돼?"

 

"예전에는 우수했는데, 지금은......" 왕 아주머니는 말하려다가 또 멈추었다.

 

량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영예는 평생 가는 거야. 예전과 현재를 가리지 않아."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서로 두 눈을 마주치더니 어떤 사람이 빈정거렸다. "우수하기로 치면 어르신네 용리 용푸가 최고로 우수하지요. 이 동네에서 어르신네 집보다 아이를 더 잘 가르치는 집이 없어요. 연달아 두 명의 우등생을 내놓고."

 

"그래그래, 특히 용푸, 내 손자가 그 애 반만 닮아도 웃음이 나올텐데."

 

이런 아첨을 듣고 량 할아버지는 인사치레만 하는 듯 몇 번 웃음 소리를 내고 또 고개를 숙여 신문을 보았다.

 

……

 

이쪽 주웨이싱은 영갑리의 낡은 건물을 가로질러 플루트 케이스를 들고 중간에 아직 철거가 끝나지 않은 폐허로 갔다. 권법이 손에서 떠날 날이 없고 노래가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다고 하는데, 플루트를 계속 연습하기로 결정한 이상 매일 시간을 들여야한다. 그의 현재 연주 수준과 플루트의 관통력으로 볼 때, 골목에서 연습하는 것은 틀림없이 민폐를 끼칠 것이기에 주웨이싱은 다른 장소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골라서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데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져 있고 아무도 없고 텅 비어 독주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시멘트 벽 아래에 자리를 잡고 주웨이싱은 플루트 케이스를 열고 강좌에 따라 면포와 청소 막대로 플루트를 기초적으로 정돈했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피리는 이미 광채가 났지만 산화되어 검은 부분은 회복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주웨이싱은 요 며칠을 틈타 플루트의 등급을 알게 되었다. 재질에 따라 가장 나쁜 것은 구리, 다음은 은이다. 그리고 약간의 구리와 은 합금도 있는데 보통 수천에서 수만까지 다양하다. 그의 이 제품은 은으로 육칠천 위안 정도이고 아마추어용으로 쓸 수 있다. 전공 분야에서는 참혹하고 녹이 슬기 쉽다. 더욱이 자신은 관리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조건의 제한이 아니라도 음질은 정말 참을 수 없다.

 

은보다 더 좋은 것은 금은 합금, 다음으로 14K금, 24K금, 마지막으로 백금이다. 플루트 한 자루에 십만, 수십만은 업계에서 매우 평범하고, 명인급은 모두 백만 이상이다. 재질에 따라 음색이 다르고 문외한이 듣기에도 천차만별이다. 어쩌면 주웨이싱도 몇 년 후 몇 십 년 후의 어느 날 이런 고가의 보배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제는 그가 끝까지 버티고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꿈도 꿀 수 없다.

 

플루트 전체를 꺼내지 않고 플루트 머리만 뽑아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주웨이싱은 연주를 시작했다. 기초가 있었지만 태반을 잊었다. 근육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초보자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배우기로 했다.

 

이는 얼치기에게는 사실 매우 어렵다. 기초가 제로인 학생보다 더 어렵다. 이전의 연주 습관은 좋은 것은 도움이고 나쁜 것은 오도였다. 마치 색을 칠한 밑그림에 다른 사람이 다른 기법으로 색채를 더하는 것처럼, 때로는 한 장을 다시 그리는 것보다 더 번거롭다.

 

플루트의 이른바 "처음부터 시작"이란 피리의 머리부터 부는 것이다. 피리를 분리해 머리만 불며, 계속해서 울리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면 며칠이면 해낼 수 있고, 대부분은 몇 주, 심지어 몇 달이 걸린다. 주웨이싱은 지금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계속해서 울릴 수는 없었다. 그는 아직 연습할 것이 많다. 동시에 자세와 균형, 입모양, 호흡까지 주의해야 하는 그의 플루트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렇게 끊어졌다 이어졌다 무미건조하게 30분 동안 연습을 계속 했더니 여름의 황혼이 점차 깊어졌다. 짙은 푸른빛에 금귤 빛이 겹쳐져 먼 곳 지평선을 메웠고, 마치 구름을 정교하게 물들인 것 같다. 몽롱함이 폐허를 가득 채웠다.

 

둔한 소리가 주웨이싱을 집중된 연습에서 끌어냈다. 주먹만한 돌멩이 하나가 힘껏 주웨이싱의 발가에 부딪히더니 땅에 떨어져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주웨이싱은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다 뒤쪽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벽 옆에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알고 보니......누군가 계속 거기 앉아 있었다?!





작가의 말 :

누가 엿듣고 있었을까요?

모 인물이 십여 장을 소홀히 넘어갔는데, 사실은 이유가 있어요. 다음 장에서 정면으로 등장할 거예요.

PS: 이 글은 음악 관련된 부분이 조금 있을 거예요. 아주 조금. 저는 프로가 아니에요. 막 썼어요. 너무 진실로 여기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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