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제15장 조건

2022. 2. 26. 22:42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조건

먀오샹쉐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다 되었다. 쟝이가 침실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긴 건지 멍하니 있는 건지 몰라도 담배를 물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게 보였다.

"점심 사왔어?" 먀오샹쉐는 탁자 위에 놓인 포장을 보았다. "어머, 훈툰? 내가 유동시장에서 볶음면도 사왔는데 너 뭐 먹을래?"

쟝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녀를 상대하지도 않았다.

먀오샹쉐는 그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또 그의 머리를 때리려고 했다. 당연히 쟝이는 예민하게 피했다. 고개를 기울였을 땐 담배꽁초가 그녀의 손을 태울 뻔했다.

쟝이는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먀오샹쉐는 그보다 더 화가 났다. "내가 집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팔백 번은 얘기했잖아, 너 귀가 먹었지!"

"나도 당신한테 외출할 때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말라고 팔백 번은 말했는데, 안 들렸어?" 쟝이의 말투는 고약했다.

먀오샹쉐는 억울했다. "내가 문을 안 잠갔어? 난 잠갔어."

쟝이는 어이가 없었다.

먀오샹쉐가 설명하려 하는데 쟝이가 물었다.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왜, 내가 일찍 돌아오면 안 돼? 너 아직 엄마한테 관심이 있니?" 쟝이의 그 폭약 같은 성질은 누구에게서 유전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신 또 짤렸구나." 쟝이는 긍정문을 사용해 말했다.

"짤리긴 개뿔!" 먀오샹쉐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네 엄마야, 내가 직접 그만뒀어! 하나하나 다 자기가 금파인 줄 알아. 내 앞에서 이것저것 가르치려 들잖아. 어차피 파뿌리 아니야?"

먀오샹쉐는 천람광장 뒤의 한 중형 슈퍼마켓에서 캐셔를 했는데 주민위원회가 소개해 주어 열흘 남짓 하다 지금의 결말이 났다. 쟝이의 표정을 봤을 때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먀오샹쉐의 외모는 그 나이에 매우 출중한 편이다. 비록 문화 수준이 높지 않지만 그녀가 미치지 않았을 땐 성격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라 처음 보면 호감을 준다. 경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급여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으면 먹고 살 만한 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일찍이 거상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천람 광장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고, 심지어 U시 과학기술관 주차장의 관리직도 지냈다. 모두 임금, 환경, 대우가 좋은 장소였지만 결국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무단결근이 아니면 상사와 싸우는 것이다. 점점 널리 퍼지는 악명 때문에 그녀의 취업 범위는 황금상권을 전전하게 되었고,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 주지 못해 빈촌으로 돌아가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들의 무언의 비난에 먀오샹쉐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너 무슨 얼굴이야? 이몸은 원래 거기 오래 있을 생각 없었어, 다음 달에 또 A시로 달려가야 하는데 이 일을 계속하면 무슨 의미가 있어. 게다가 수모도 당해야해, 이몸이 뭐가 이상해!"

말하면서 낡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모았다.

"내 민원이 성사되기만 하면 너희 아버지 소송의 배상금을 돌려받는 게 당연한 수순이야. 적어도 몇 십만 위안은 될 텐데, 우리가 남은 생에 돈이 없을까 봐 겁날까."

쟝이의 대답은 담배를 힘껏 빨아 남은 부분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훌쩍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먀오샹쉐가 뒤에서 말했다. "어디 죽으러 가? 밥 안 먹어? 볶음면 훈툰 다 안 먹어? 내가 버린다?"

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고 내려와 어선 거리에 가서 볶음면을 먹고 배를 채웠다.

공교롭게도 국수집에서 마찬가지로 막 점심을 먹은 아펀阿盆을 만났는데, 지난번 탕빠오 노점 옆에 앉아 나이가 조금 있어보이는, 줄곧 말이 없던 그 사람이다. 두 사람은 아무렇게나 두어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펀은 쟝이를 PC방에 데려가 놀자고 했다. 아펀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지만 이미 옆집 자동차 수리점의 작은 사장이라서 주머니에 여윳돈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쟝이는 분명히 흥이 나지 않았다. 날씨가 흐리고 태양도 뜨겁지 않은 것을 보더니 상대방을 거절하고 발걸음을 돌려 폐허로 가 인가가 드문 곳을 찾아 잠시 있기로 했다.

텅 비고 넓고 쓸쓸하고 적막한 낡은 장소, 오늘은 다른 사람이 없고 동정도 소음도 없었고 개 한 마리 없이 그 혼자였다. 쟝이는 늘 있던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비웃는 듯 입을 샐쭉이다 게임을 시작했다.

한 판을 마치자 전화가 울렸다. 쟝이는 이겨서 마침 기분이 좋아서 받았다. 안에서는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형, 라오닝이 방금 널 찾았어......너 이론 수업 리포트 몇 개 안 냈다고......"

쟝이의 대답은 바로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몇 초도 안 돼서 전화가 또 울리고 끈질기게 버텨서 쟝이는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쟝이는 거칠게 대답했다. "너 이 시발......"

일련의 문안 인사를 거치며 거의 반 분 동안 욕을 했다.

저쪽 라이양도 억울했다. 그가 발산을 마치고 나서야 불쌍하게 입을 열었다. "이 형, 나한테 덤벼도 소용없어. 라오닝의 성질 잘 알잖아.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너를 찾지 못하면 그를 찾을 수 밖에 없어. 그가 너를 찾지 못하면 우리를 찾을 수 밖에 없어. 우리는 너를 찾을 수 밖에 없어. 그 리포트는 내용이 뛰어날 필요는 없어. 글자수만 채우면 돼......우리는 네가 참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학교에서는 감히 이 총잡이를 할 사람이 없어. 자오원만 빼고......라오닝한테 그렇게 많이 혼나고도 굳건하잖아. 다만, 그가 오늘 너에게 물었더니 네가 그의 도움이 필요없다고 했다며? 그게 진짜 안 되겠으면 내가 다른 학교 사람을 찾아줄까? 돈을 좀 써도 되긴 하지만 만약 라오닝히 알게 된다면......"

쟝이의 대답은 다시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게임할 기분이 사라졌지만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갈 곳을 궁리하던 중 익숙한 소음이 뒤에서 어른어른 들려왔다.

쟝이는 화면을 누르던 손을 멈칫하더니 소리의 방향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막 오후 5시가 되었다. 날이 아직 매우 밝아서, 멀지 않은 그 소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옆에는 반쯤 열린 플루트 케이스가 놓여 있다. 상대방은 어제의 자세를 유지하고 이곳을 등진 채 두 발을 살짝 벌리고 두 손을 입술 쪽으로 들어올려 한 번, 또 한 번 엉터리 멜로디를 내며 전심전력으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쟝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외라는 듯, 또 엉뚱하다는 듯 잠시 사람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쟝이가 앉을 때 종적을 감추지 않았고 앉은 자세는 분방했다. 어제의 교훈을 주기 전에 주웨이싱은 같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 나타난 것을 일찌감치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지도 않고 침착하게 준비 작업을 할 뿐이었다. 플루트를 닦고 머리 부분을 분리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가다듬고 연주를 시작했다.

쟝이가 그에게 다가가서야 주웨이싱은 동작을 멈추었다. 몸을 돌리니 눈빛이 평온하고 몸도 긴장하지 않아 마치 앞에 나타난 사람이 행인일뿐 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하다.

"무슨 일 있어?" 묻는 주웨이싱의 눈빛은 진지했다.

쟝이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세우고 웃는 듯했지만 눈에서 흉악함이 솟구쳤고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으스스한 창백함과 냉기를 띠었다. 온몸이 무심코 뒤로 물러나자 더 깊은 날카로움이 드러났다.

이전에 만약 조금 불쾌했을 뿐이라면 쟝이는 이번에 정말 화가 난 것 같다.

쟝이가 물었다. "내가 어제 한 말이......헛소리 같아?"

그는 목소리가 워낙 낮아서 고요함 속에서 더욱 듣기 좋고 부드럽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오히려 괴이하고 위험한 느낌이 든다.

주웨이싱은 쟝이가 말하는 걸 보며 손가락을 뻗어 자신의 플루트 케이스에 남은 물품을 뒤적였다. 마치 쓸만한 쓰레기를 고르는 것처럼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주웨이싱이 가볍게 눈을 깜빡이자 긴 속눈썹이 두 송이 떨리는 민들레 같다.

"다시 한 번 폐를 끼쳤다면 다시 한 번 미안해." 주웨이싱은 판에 박힌 말을 하고, 사과한 후 여전히 폐를 끼쳐야 한다. "만약 네가 나를 쫓아내려고 한다면, 그것도 미안해, 넌 그럴 권리가 없어."

주웨이싱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정말 제한되어 있고, 가까스로 주위에서 적당한 곳을 찾았기 때문에 주웨이싱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상대방이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주웨이싱은 이해하고 양보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쟝이의 반대 방식은 무리하고 거칠다. 주웨이싱은 이런 토비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어리석지 않았다. 강경하게 맞선다면 결말은 재무뿐만 아니라 건강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 두 가지는 그에게 현재 가장 소중한 것이고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인내심과 신중함, 중재가 필요하다.

"나한테......권리가 없다?" 쟝이는 너무 웃긴 농담을 들은 듯 분리된 플루트 일부를 들고 손바닥에서 매끄럽게 돌려 두 줄의 아름다운 은빛을 그은 뒤 입이 넓게 벌어졌다. 볼에 작은 보조개까지 드러나 더욱 앳돼 보인다. 그러나 쟝이의 눈망울엔 웃음기가 없어, 위아래 두 얼굴은 마치 생생하게 분리된 것 같아 더욱 무섭다.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라도 살기가 주도하면 무섭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 남자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주웨이싱은 마음이 팽팽해진 것을 인정했다. 특히 상대방이 천천히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는 몸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애를 써야 했다.

쟝이의 손에 들고 있는 플루트를 훑어보고, 그가 케이스에 넣은 다른 손을 훑어보며 주웨이싱이 물었다. "너 나한테 다시 무력을 사용하려고?"

이는 고기용 돼지 한 마리가 솥에 들어가기 전에 백정에게 "나를 죽일 거야?"라고 묻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말이다.

쟝 백정의 가슴은 또 주웨이싱과 맞닿았는데 그 말을 듣고 체면을 세워주어 잠시 생각했다. 그 사이에 턱이 간지러웠는지 악질적으로 주웨이싱의 피리로 긁고는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내 말을 귓전으로도 안 들어서 화가 나게 만들었거든." 쟝이가 말했다.

자신의 말에 응하기 위해 그의 손이 동시에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플루트가 날아갈 것 같자 쟝이의 손목이 튀어나온 두 손에 꽉 붙잡혔다!밀 빛 피부에 열 개의 창백하고 긴 손가락이 감겨, 황금빛 석양 아래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주웨이싱의 손바닥은 얼음처럼 매끄러웠고 쟝이의 부풀어 약동하는 맥박에 붙어 있다. 마치 냉천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 차가워서 그의 손가락 신경도 따라서 수축했다.

쟝이의 동작은 잠시 멈추었지만, 단지 잠깐일뿐, 그는 그 손을 힘껏 뿌리쳤다!

주웨이싱은 몇 걸음 비틀거리며 상대방의 손에 들려 있던 플루트를 무사히 품에 안았다.

똑바로 선 후, 주웨이싱은 안색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조건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쟝이는 주웨이싱에게 잡혔던 손을 꾹 쥐었다 펼치며 불편한 듯했는데 이 말을 듣고는 멍해졌다. "뭐?"

주웨이싱이 설명했다. "네가 나에게 이곳을 이용해 플루트를 연습하게 해주면, 나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할게."

"너? 보상?" 쟝이는 웃음 소리를 냈다.

"나는 너의 뜻을 알아." 주웨이싱은 그의 비웃음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넌 단지 내가 꺼지길 바라지, 네 시선에서 꺼지고, 네 생활에서 꺼졌으면 하잖아. 난 할 수 있어."

쟝이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자신의 손목에서부터 마주한 사람의 얼굴로 옮겨갔다.

주웨이싱은 진지했다. "난 할 수 있어. 현실이든 인터넷이든 내가 먼저 연락해서 다가가지 않을 거야. 너의 친구와 동기들, 난 아무와도 친해지려 하지 않고 방해하지 않을 거야.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땐 최대한 멀리 떨어질 거야. 내가 매일 몇 시간씩 이곳을 이용할 수만 있으면 돼. 물론, 네가 없을 때 말이야. 난......너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

이는 과거 주징징에게는 달갑지 않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주웨이싱에게는 그야말로 더 바랄 게 없다. 그는 쟝이도 동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손해를 보지 않고 자신을 철저히 벗어날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그러나 쟝이는 듣고도 관심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작가의 말 :
Q : 왜 5층에서 떨어졌는데 우리 웨이싱은 죽지 않았나요?
A : 머리가 딱딱해서.[각주:1]

 

 

 

 


  1. 头铁 고집이 세다는 의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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