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9. 16:08ㆍ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이게 다 뭐야?
주웨이싱은 룽룽에게 30분 동안 과외를 해주고 무심코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는 괜찮으셔?"
"집에서 자고 있어." 룽룽은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는 낮에는 우유가게에 가고, 밤에는 네 시간 동안 가사 도우미 일을 하시는 거야?"
룽룽은 고개를 저었다. "우유가게는 닫았어. 엄마는 낮에는 아빠를 돌봐야 하고 밤에는 나가서 일해야 해서 가게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
"영업을 안 해도 임대료를 내야 해?"
룽룽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은 그에게 말하지 않지만, 집이 그렇게 작으니 아이는 사실 모두 알았다.
주웨이싱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룽룽을 끌고 큰방을 나왔다.
형은 테이블에 앉아 TV를 보는 데 정신이 팔렸다. 할머니와 쟈오 아주머니는 대충 이야기를 끝냈다. 주웨이싱은 쟈오 아주머니가 한 손으로는 붉은 지폐 몇 장을 쥐어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는 몰래 눈물을 닦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는 한결같이 놀라지도 않고 얼굴에 아무 표정이 없었다.
주웨이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쟈오 아주머니, 우유 가게가 어선 거리 몇 번지인가요?"
쟈오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했다. "어? 가게......웨이싱 우유 사려고? 우리 가게는......요 며칠 안 열 거야."
주웨이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가게를 닫아도 임대료가 낭비되잖아요. 룽룽 아버님 병이 좋아질 때까지 제가 대신 봐 드릴게요."
"네가?!" 쟈오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그런데 너 다음 주에 개학이잖아? 수업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너......장사할 줄도 모르잖니, 이건 힘든 일이야." 뒷말은 작게 하는 것이 심한 말을 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저는 잘 모르지만 배울 수 있어요. 학교 쪽은 걱정하지 마세요. 수업 계획을 봤는데 저희 대학교 2학년 수업의 대부분은 악기 연습 시간으로 자유로워서 조정할 수 있어요."
쟈오 아주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안돼안돼, 우리가 네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너는 몸도 안 좋으니 많이 쉬어야지."
주웨이싱은 할머니를 힐끗 보더니 목표를 옮겼다. "할머니, 제가 최근에 피리 연습을 하러 다니면서 매일 한두 시간씩 공터에서 서 있어야 해서 체력이 많이 회복됐어요. 장사 쪽으로는 경험이 없으니 차라리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할게요."
주 할머니는 주웨이싱의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보고 조금 얼떨떨해졌고, 또 한 쪽에서 쟈오 아주머니는 다시 눈을 붉히며 작게 "더 이상 너희 집에 폐를 끼칠 수 없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더니, 생각해보고 물었다. "너 정말 도와주고 싶니?"
주웨이싱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만약 손해를 본다면......네가 직접 메워야 한다." 할머니가 말했다.
주웨이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주웨이싱은 쟈오 아주머니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쟈오 가에 간 것이다. 작은 방 두 칸은 각종 생활용품으로 가득 차 있지만 쟈오 아주머니가 일을 잘 하여 집안은 그래도 깨끗한 편이었다.
룽룽의 어머니 허씨는 키가 작고 나이도 많지 않지만 생업에 바빠서 자신의 외모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신경질적인 입가와 검누런 얼굴, 눈꼬리와 눈썹끝에는 주름살이 뚜렷하다. 단 지 한 쌍의 눈동자는 여전히 온화하고 확고한데, 특히 아들과 남편을 바라볼 때 그랬다.
룽룽의 아버지는 컨디션이 더 나빠져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고 온몸이 여위었다. 쟈오 아주머니와 거의 동갑으로 보일 지경이지만 미소는 다정했다. 주웨이싱을 보자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응대하려 했다.
주웨이싱이 빠른 걸음으로 그를 부축해서 돌려보냈다. 두 부부가 모두 피곤한 것을 보고, 그는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주웨이싱이 그들을 대신해 어선 거리 우유 노점을 보겠다고 하자 쟈오 부부의 반응은 쟈오 아주머니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거절이었다.
"우리가 너의 할머니께 폐를 끼치는 걸로 모자라, 어떻게 네 발목까지 잡을 수 있겠니." 쟈오용궈는 큰 소리로 몇 마디 하더니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고 허 아주머니가 쫓아와 등을 두드렸다.
"쟈오 아저씨, 허 아주머니, 저는 말을 예쁘게 못 해요. 이 집 사정은 잘 알아요. 저희 집......특히 저는요, 틀림없이 쟈오 아주머니도 말씀하셨을 거예요." 주웨이싱의 말투는 차분했다. "저는 생계원이 없어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저 자신을 위해서, 할머니와 형을 위해서도요. 그런데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일을 찾는 것도 일이에요. 우유 가게는 저에게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폐를 끼칠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제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할 거예요. 오히려 저는 여러분의 신뢰를 얻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 어쨌든......저는 과거에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인상을 주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에게 시도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만약 제가 잘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자격을 박탈하시면 어떨까요?"
그는 말의 뜻이 진실하고 표정이 정중해서 두 부부와 쟈오 아주머니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참만에 허 아주머니가 말했다. "웨이싱 그렇게 빨리 말하지 마. 우리는 당연히 너를 믿지. 우리는 믿어......네가 우유 가게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면 가져가. 우리가 할머니께 빚진 게 너무 많아......그런데 그 노점은 몇 년 동안 장사가 안 돼서 한 달에 몇 푼도 못 벌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나가서 다른 일을 찾지 않았을 거야."
주웨이싱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제가 먼저 상황을 알아보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다시 여러분께 여쭈어 볼게요."
쟈오가에서 10여 분 정도 있다가 주웨이싱은 급히 떠났다. 더 있다간 쟈오 아주머니와 허 아주머니가 눈물 몇 방울을 흘릴 것 같았다. 주웨이싱은 이런 짙은 감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할머니의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심지어 차가운 성격이 그로 하여금 더욱 함께 지내기 좋다고 느끼게 했다. 그들은 역시 한 가족이었다.
쟈오가에서 우유 노점 제품의 대략적인 견적서와 입고지를 받고 주웨이싱은 이 사업을 어떻게 안배해야 할지 궁리하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웨이싱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발가에 작은 돌멩이가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익숙한 조작은 그로 하여금 머리를 내밀고 사방을 둘러보게 하였는데, 과연 아래쪽에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두 건물의 통로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1층의 사람들도 일지감치 잠들어 창문에서 희미한 빛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반은 이 사람의 윤곽을 대충 비추었고 반은 그의 그윽한 눈 속으로 녹아들었다.
쟝이는 나른하게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반 남은 담배를 물고 건들건들 턱을 들어 주웨이싱을 보았다.
주웨이싱의 반응은 마치 상대방을 보지 못한 것처럼 힐끗 보고는, 심지어는 그의 얼굴 전체를 보지도 못한 채 옮겨 몸을 돌려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다.
1초도 안 되어 또 무언가가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주웨이싱은 아파서 멈칫했다. 이번에는 돌멩이가 아니라 딱딱한 종이 뭉치였다.
아랑곳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직감적으로 그는 허리를 굽혔다. 주워서 열어보니 구겨진 신문지에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래층의 공격자는 사양하지 않고 큰소리쳤다. "사흘 안에 끝내." 말투는 고압적이며 일종의 시혜성을 띠고 있어 말할 수 없이 밉살스러웠다.
주웨이싱은 등을 펴고 한 손에는 종이 뭉치를, 한 손에는 붕대를 감은 손을 쥐었다. 그 상처는 매우 적절하게 처리되었다. 더 이상 원하지 않아도 아래에 있는 사람의 도움 덕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주웨이싱은 눈을 내리깔고 "응" 소리를 내어 이 인정을 갚기로 했다.
쟝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훤칠한 뒷모습이 복도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천천히 희미한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얼굴에 기쁨이나 노여움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조금 심오해 헤아릴 수 없었다.
주웨이싱은 집에 돌아와 먼저 메일함을 열었는데, 왠지 컴퓨터가 느려졌다. 주웨이싱은 그 틈에 목욕을 하고 돌아왔는데 페이지는 이미 순조롭게 열려있었지만 그는 수신함의 숫자에 깜짝 놀랐다.
3333+읽지 않은 메일......
이게 무슨 큰 기관 인재의 송수신 볼륨이란 말인가?
주웨이싱은 약간 충격을 받은 채 한 통을 열었다.
"마음 깊이 간직한 사랑, 애태워 버리기 힘드니 ; 어느 날엔들 잊으리오, 마음으로 그리워하네......"
주웨이싱은 멍해져서 얼른 꺼버렸다.
제목을 바꾸어 두 번째 메일을 열었다.
"......너는 내 환상 속 날개야, 부러지면 나는 날아갈 수 없을 거야. 너는 내 혈액의 온기야, 식으면 나는 얼어붙을 거야."
주웨이싱은 눈꺼풀이 펄쩍 뛰어 급히 세 번째 메일을 열었다.
"너의 눈은 정말 예뻐, 속에 맑은 비와 산천이 있지. 하지만 내 눈은 더욱 예뻐, 내 눈 속에는 네가 있으니까......"
네 번째, 다섯 번째......
주웨이싱이 남의 프라이버시를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메일들의 제목이 매우 진지해서 리포트며 논문에 비견될 정도라 실수로 지뢰를 밟게 만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다 뭐야?
대충 들춰보니 광고, 공지, 초대와 다른 스팸메일을 제외하고, 메일함의 80퍼센트는 모두 고백 편지였고 보낸 사람도, 계정도 다르다. 중복 발송도 있는데 한 계정에서 최대 200여 통을 보냈는데 거의 하루에 한 통씩 1년을 버텨 그 끈기가 놀라웠다. 오글거리는 시 말고 코믹한 구절도 있고, 심지어 변화구를 이용한 고소장도 있다. 신랄한 필치로 편지를 받는 사람의 안하무인과 유명무실을 비난하며 그의 방자하고 횡포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패도를 욕하며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더니 말미에 와서는 자신도 결점이 많기 때문에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고 결론 지었다.
주웨이싱은 정말 의지가 강해 얼굴에 의문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인기가 조금 과장되었지만 쟝이의 스타일과 매치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모든 우편물은 읽지 않음 상태로, 순수한 진심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메일함의 주인은 안에 뭐가 들었는지 기억도 못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함부로 자신에게 맡겨 고의로 자랑을 하겠는가?
어쨌든 주웨이싱은 개의치 않고 더 이상 마음대로 보지 않았다. 그는 로봇처럼 키워드를 정하고 목표 메일을 찾아 누군가에게 줄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전공을 뛰어넘어 완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임무는 매우 간단했다. 메일의 요구가 상세하며 상대방이 중점을 두는 것은 중학생 작문 수준과 비슷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웨이싱은 순조롭게 마무리 해 전송에 성공했다.
잠들기 전, 맞은편 창문은 줄곧 어두워서 주인이 밤새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작가의 말 :
우유 가게 대리 사장이 곧 출근
세 편의 애정시는 각각 《시경诗经》, 페퇴피와 위광중余光中에서 발췌
(슴 : 시 부분을 맘대로 번역해서 시 같지 않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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