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68)
-
연자 제8장
쪽쪽💛 롼청은 퇴근 후 계단을 오르자마자 입구에 몰려 있는 검은 그림자에 깜짝 놀랐다. 음향센서등이 켜지고나서야 두 아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열쇠는 목에 걸고, 다음부터는 잊지 마." 롼청은 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에서 친종의 바짓단을 먼저 만져보더니 즉시 말했다. "빨리, 양말 벗고 발 담그렴. 축축한 채로 있다가 감기 걸리면 안돼." 또 돌아서서 롼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도 가." 양말을 벗은 친종의 발은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그는 롼쓰와 함께 작은 의자에 앉아 발을 담갔다. 발이 물에 닿자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 롼쓰가 벽에 기대 소리를 질렀다. "아빠! 저녁으로 탕면 먹어요!" "저녁은 훠궈 먹을 거야. 국수를 더 넣을게." 옷을 갈아입은 롼청은 부엌에 들어가 채소를 씻고 육수..
2020.11.05 -
연자 제7장
피아노 일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롼쓰는 친종의 우유를 빼앗아 먹었고, 그의 차계란까지 먹어치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직 깨닫지 못했는데, 리친양이 거실의 커튼을 열어젖히고 나서야 두 사람은 눈이 온 것을 알아차렸다. 발코니에서 보니 주변 집집마다 난간에 하얀 덩어리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롼쓰는 닥치는 대로 손에 쥐고는 앞서 나가던 친종의 뒷목덜미 속에 집어 넣었다. 때마침 목도리를 두르려던 어린이는 추워서 이를 딱딱 부딪히며, 짧은 손이 도저히 뒤의 눈덩이에 닿지 않아 옷 속에서 녹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롼쓰는 먼저 복도를 나섰다. 종려나무 돌담에는 새 눈이 깔려 있고, 나뭇가지 마른 잎도 희끗희끗하게 눌려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하얗고 보송보송하게 변한 잔디는 늦..
2020.11.03 -
연자 제6장
부자 늦가을이 나뭇잎을 휩쓸고 가자, 롼쓰가 고개를 들었을 땐 도시 전체가 마치 하룻밤 사이에 적막한 잔가지만 남은 것 같았다. 그들은 두터운 외투를 입기 시작했고, 자전거 바퀴로 낙엽을 '바삭바삭' 밟으며 눈이 오길 기다렸다. 수요일 봉사 활동 시간에는 3학년도 밖으로 나가 쓰레기를 주워야 했는데, 친종 그들은 담임선생님과 함께 양로원으로 갔고 롼쓰와 쿵자바오는 저셴(择贤)가에 배치되어 각자 소매에 붉은 표시를 달아야 했다. "광장까지 전부 우리가 해?" 쿵자바오는 빗자루를 받쳐들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느 세월에 다 해, 우리 둘이 그냥 이부자리 하나 펴고 여기 살자." "넌 그럼 배를 움켜쥐고 조퇴 신청하러 가든지." 롼쓰가 말했다. "리닝이 보고 있어." "하필," 쿵자바오가 몸을 곧게 ..
2020.11.02 -
연자 제5장
이야기 보름 뒤 자전거가 생긴 롼쓰는 학교가 끝나면 자전거 보관소 옆에서 친종을 기다렸다. "학습기를 팔까 생각중이야." 함께 동생을 기다리던 쿵자바오가 아이스바를 깨물며 말했다. "저금해서 휴대전화로 바꾸려고." "네 엄마한테 가서 얘기해." 롼쓰는 아이스바를 들고 아직도 나오지 않는 친종 쪽을 보고 있었다. 그는 포장지의 물을 닦으며 말했다. "얘네 반은 수업을 늦게 마치나? 이렇게 오래 지나도 나오질 않네." "영어수업은 질질 끄는게 정상이지. 그분은 지난번에도 점심 때 나를 붙잡아놓고 단어를 외우게 했어." 쿵자바오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다고 내가 외울 수 있겠어? 쿵자위도 못 외울 걸. 걔 기억력은 아침에 신발도 반대로 신을 정도라고." 그는 하소연을 끝내고 물었다. "넌 어떻게 생..
2020.11.01 -
연자 제4장
싸움 새 학기라지만 낯익은 얼굴이 대부분이라 별로 신기하지 않았다. 롼쓰는 여전히 쿵자바오 등과 함께 다녔고 하교 후엔 늘 축구를 했다. 방학 동안 만나지 못한 쿵자바오는 체중이 급증해 두 자릿수 마지막 관문을 뚫는데 성공했다. "이건 네가 없어서잖아." 쿵자바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땀을 줄줄 흘리면서 계단 위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우리 학원은 다 여자애들이라 같이 축구도 못 해. 오래 앉아 있다보면 찔 수밖에 없다고." "감자튀김을 작작 먹었어야지." 롼쓰는 고개를 들어 생수 반 병을 마시고 땀으로 등이 젖은 채 말했다. "일어나. 한 판만 더 하고 집에 가자." "조금만 쉬자 조금만 쉬자" 쿵자바오가 티셔츠를 당기고 물병을 열며 말했다. "학원에서 리닝(黎凝)이란 애를 알게 됐는데, 매일 다..
2020.10.31 -
연자 제3장
조개 결국 할머니가 저녁 때 만든 것은 국수였다.롼쓰와 친종은 머리를 맞대고 면을 빨아들였다. 흔들리는 이는 생각지도 못하고 온 머리에 땀을 흘리며 먹었다. 식사 후 롼셩리를 따라 숲길을 돌며 연못 주변을 산책했다. 롼쓰는 그의 작은 자전거를 밟으며, 친종과 함께 자갈길 위를 덜컹거리며 달렸다.친종은 흔들리느라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롼, 롼, 롼......""똑바로 말해, 부르지 말고!"친종의 이마가 바퀴의 '덜커덩' 소리와 함께 롼쓰의 등에 부딪혔다. 그는 힘겹게 말했다."자, 잠깐 기다려!"롼쓰는 멋있게 브레이크를 잡았고, 중고 자전거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가 물었다."뭘 기다려?"친종은 다리를 흔들며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는 조금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신발이 떨어졌..
2020.10.31 -
연자 제2장
젖니 녀석이 아침에 일어나면 바지를 입는 것부터 이를 닦는 것까지, 롼쓰가 모두 도와야 했다. 친종의 키가 너무 작아서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자, 롼쓰는 그에게 바로 작은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거울을 마주하고 이를 박박 세심하게 닦았다. "랄랄라!" 친종은 치약을 입에 물고 웅얼거렸다. "스스로 닦아요." 롼쓰는 입을 헹구고 수건을 머리에 덮은 채로 노래했다. "랄랄라 하루에 세번씩, 건강하고 하얗고 튼튼해져요. 이 광고를 누가 몰라, 너 빨리 닦아, 다 닦고 밥먹으러 가자." "하얘?" 친종도 입을 헹구고, 작고 하얀 이를 드러내 롼쓰에게 보여주며 기대에 차 물었다. "진짜 하얗고 튼튼해졌어?" 롼쓰는 수건을 끌어내려 그의 얼굴을 마구 문질러 닦고는 사람을 끌어당겨 부엌으로 달렸다. ..
2020.10.29 -
연자 제1장
연자(软刺) 당주경(唐酒卿) 울보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었다. 특히 점심 식사 후 주위가 고요할 때면 사람들은 찜통 안에서 몽롱하게 졸곤 했다. 롼셩리(阮胜利)는 헤진 자국이 있는 낡은 밀짚 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받쳐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앉아 연못의 수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변은 갈대숲이었다. 종종 잠자리 몇 마리가 날아와 수면을 스치며 잔물결을 일으켰다. 노인은 매우 평온하여,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며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네 아버지가 수탉에게 쪼여 도망갔단다'까지 말하자 팔이 무거워졌다. 작은 밀짚 모자가 반쯤 비뚤어진 채로 롼쓰(阮肆)는 이미 그의 팔에 기대 잠이 들어있었다. 롼셩리가 팔을 흔들며 말했다. "일어나, 여기서 자지 말고 돌아가서 자자."물가엔..
202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