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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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 8장【악연】
악연 우타오는 호랑이 가죽을 뜯어 깃발을 만들었는데, 이제 막 절반 뜯자마자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그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장 입장이 곤란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잠시 말문이 막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화장실 안 분위기가 조금 굳어졌다. 때리고 있던 몇 명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타오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잠시 기다리도록 시키고, 그 자신은 앞으로 나가 쉬시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분고분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쉬시린은 팔짱을 꼈다. "아니, 그냥 여기서 말해." 리보즈가 뒤에서 말참견을 했다. "형님아, 이 말투도 널 위해주는 건데, 네가 이런 식으로 구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 "내 코에 구멍이 안 뚫렸다고, 너더러 숨 쉬어 달라고 할까?" 쉬시린..
2020.07.17 -
과문 7장【집단구타】
집단구타우타오가 누군가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면 쉬시린은 상관없었지만 여전히 그의 명분이 걸려 있다면 더 이상 친구라기엔 부족하다. 월요일 아침, 원래 쉬시린이 당직을 서야 했다. 그는 과일 한 봉지와 간식 한 봉지를 들고 와서 조원들에게 나눠주며 "알람이 고장 나서 못 일어났다"는 핑계를 대었다. 또 웃는 얼굴로 겸연쩍어하며 친구들을 모두 유쾌하게 달래 주어 아무도 그가 게으름을 피웠다고 따지지 않도록 했다. 일을 끝낸 후 그는 정신을 딴 데 팔며 영어 교과서를 아무 데나 펼친 뒤 독경하듯 "중얼중얼"하는 무리에 끼어들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우타오 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더우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완벽하게 교실 뒤편 창문가의 난이 된 것처럼, 발아래에서 뿌리가 내려 처음부터 교실 안에서..
2020.07.15 -
과문 6장【암조】
암조우타오는 낮에 쉬시린과 자주 놀아서 사이가 좋았다. 그는 집이 멀었다. 쉬시린은 가끔 그의 기숙사에 먹을 것을 챙겨서 놀러가곤 했다. 자주 왕래하면서 체육 특기생들과 낯익은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쉬시린을 친절하게 대하고 훈련하지 않을 때는 우타오에게 끌려와서 같이 공놀이를 하기도 하고, 나가서 군것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쉬시린은 이들과 깊은 친분도, 충돌도 없었다. 우물물은 강물을 침범하지 않는 법이다. 그는 확실히 기숙사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본 적은 없었고, 쓸데없는 참견으로 우타오에게 물어보기도 불편했다. 쉬시린은 고개를 돌려서 더우쉰의 책상을 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물건이 너무 많아 무거워서 여름, 겨울 방학이나 시험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만 골라서..
2020.07.13 -
과문 5장【학부모 상담】
학부모 상담 금요일 수업 사이 시간, 쉬시린과 더우쉰은 방과 후 싸움 때문에 나란히 칠리향의 사무실로 불려 갔다. 쉬시린은 지난 몇 년 간 정말이지 이런 체면 깎이는 일로 창피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세심하게 반성해 보았으나 자신은 이 건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결국 더우쉰이 너무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전학 온 날부터 쉬시린은 이 사람과 자신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 후 차이징과 또 뤄빙의 일로 점차 원한이 쌓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양적 변화에 질적 변화가 생겨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변했다. 칠리향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말해봐! 쉬시린, 너는 단지서가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싸웠어?" 쉬시린의 아래턱이 은근하게 아파왔다. 싸울 때 부..
2020.07.08 -
과문 4장【충돌】
충돌쉬시린은 1반 학급위원회의 단지서이자 학교 농구팀 소속이었다. 평소 의리를 중시하여, 종종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친구들이 농구장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가 친해지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친해지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그는 거의 그들 반의 마지막 세 줄의 멋대가리 없이 크기만 한 소그룹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안색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친놈." 쉬시린은 생각했다. 그 주변의 좋은 인연들은 비굴하게 얻은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얼굴을 차가운 엉덩이에 붙이는 취미는 없었기에, 처음에 더우쉰에게 느꼈던 호감은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는 순식간에 더우라는 성을 "호의를 무시한 괴짜" 란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더우쉰, 그도 아마 ..
2020.07.08 -
과문 3장【더우쉰】
더우쉰 복도로 뛰어든 쉬시린은 2층으로 뛰어올라가, 한 발로 교실 뒷문을 걷어차 열고 들어갔다. 쉬시린은 그대로 누군가가 뒷문에 걸어놓은 교복 외투를 벗겨내어 위에 붙은 먼지를 대충 털어낸 뒤 갈아입었다. 자신의 외투는 돌돌 말아 가방에 집어넣어 책상 아래로 던지고,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걷어올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차이징의 안경을 벗겨 자신의 콧등에 올려서——외모 변신에 성공했다. 차이징 : "...... 대변활인이야?"쉬시린 : "과찬이야——이 옷은 누가 뒤에 걸어둔 거야?"차이징 : "'외할아버지'인 것 같아." "외할아버지"는 앞 책상에 앉은 형제의 별명으로, 성은 라오老——즉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나오는 "노두자"의 노이며, 전체 이름도 매우 간단하여 "라오청老成"이라고 불린다. 《..
2020.07.06 -
과문 2장【좋지 않은 시작】
1부 - 쪽파青葱 좋지 않은 시작 13년 전, 꽃가게의 어린 청년은 아직 뚜렷하고 곧은 수염을 기르지 못했고, 더우쉰은 아직 세상을 증오하는 중2병 전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쉬시린은, 그 자신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확실히 가성비 좋은 곰아이였다—— "저리 가 저리 가." 쉬시린은 그의 집 개를 발끝으로 걷어차고, 개의 주둥이에서 책가방을 빼앗아 가방의 구석에 드러난 담뱃갑을 다시 밀어 넣었다. 개가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히스테릭하게 그를 향해 짖었다. "도도豆豆"라고 하는 개는 대충 보면 여우개, 셰퍼드, 중국 토종개 등 여러 가지 혈통견 같았는데, 즉 여러 가지 의미의 잡종이었다. "사람은 천차만별이지만, 개는 충성스럽고 간사하며 현명하고 어리석다"는 말이 있다. 도도는 개 중에서도 망나니였..
2020.07.06 -
과문 1장【재회】
프롤로그 재회 연말이 가까워졌다. 가는 눈이 천천히 내렸다. 서둘러 귀가하던 사람들은 모두 길 위에서 막혀 있었다. 차 안에선 구성진 민요 한 곡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약간 어색했다. 쉬시린徐西临은 한 손을 핸들에 걸치고 앞을 한 번 보았다. 일렬로 늘어선 차의 엉덩이는 마치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브레이크 등이 여기저기서 반짝였다. 언제쯤 이 포위망을 벗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또 옆을 한 번 보았다. 조수석에 있는 더우쉰窦寻 선생이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한창 멍해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는데, 더우쉰은 그를 상대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쉬시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갑자기 빼어난 운전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길 가의 작은 ..
202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