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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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 제7장
제7장 자신의 가족들에게 폐물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청커는 대부분 시간에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조금 불만을 견딜 수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자신이 폐물이라는 것에 대해 참신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새로 산 침대 시트를 위에 깔아놓는데 이미 15분이 걸렸다. 왼쪽을 당기면 오른쪽이 짧고 오른쪽을 당기면 왼쪽이 짧았다. 게다가 중간에는 영원히 파도처럼 주름이 졌다. 어떻게 잡아당겨도 적어도 세 번의 좌절을 겪고 온몸에 땀이 나도록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허리의 베인 상처가 조금 아프기까지 하는데도 평평하게 펴지 못했다. 결국 그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불 커버를 들어 보더니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 채 침대 위로 이불을 한번 털어 덮은 후 다시 이불 위에 깔았더니 아주 좋았다. 베..
2021.07.04 -
해약 제6장
제6장 청커는 쟝위둬가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천칭도 다리를 휘저으며 뒤를 따라 나갔다. 그가 한시름 놓으려던 참에 천칭이 문으로 "쾅" 하는 소리를 내서 그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가 한참을 앉아서야 정신을 차렸다. 사실 천칭이 문을 닫는 소리는 조금 울렸지만 그가 완전히 무방비일 때 달려든 건 아니었다. 소리가 작지 않았어도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반응했는지 모른다. 아마 불안 때문일 것이다. 껍데기가 하나라도 어쨌든 껍데기이고, 잃어버리면 안전한 척할 여건마저 갖추지 못한다. 청커는 안전감에 관한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자신에게 이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직면"할 필요가 있을 때, 무엇을 직면하든 막론하고 그랬다. 그가 집을 나올 때는 맨몸에서 옷만 더 입었을..
2021.07.04 -
해약 제5장
제5장 쉬딩의 이 집 안에서는 아마 소파가 제일 편안할 것이다. 청커는 며칠을 소파에서 잤는데 집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푹 잤다. 집에 있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는 이전에 맥도날드에 엎드려서도 아주 달콤하게 잤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얼굴을 문지르고 침실쪽을 한번 살펴보았다. 침대 위에 이미 사람이 없었고 쉬딩의 짐도 이미 치워져 있었다. "쉬딩!" 그가 소리쳐 불렀다. 쉬딩이 이 집 안에 없음이 확실해지자 그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느릿느릿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는 이전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고, 평소 시간제 직원이 주기적으로 와서 치웠던 곳이었다. 하지만 청커가 산 물건은 확실히 조금 많았다. 그는 생활용품을 거의 사지 않고, 보통 다 쓰면 어머니가 바꿔..
2021.07.04 -
해약 제4장
제4장 청커는 지하철역 지도 앞에서 대체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자신이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 분을 사용했다. 이는 그가 난생처음 지하철을 타보는 것이다. 사람이 정말 겁이 나게 많아 감탄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자신이 쉬딩의 그 집 근처 지리의 특징을 알고 있어서 다행일 뿐이었다. 아니었으면 그는 자신이 어느 역에 내려야 할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사람들이 차 안으로 밀려들 때 청커는 그대로 밀려 기둥에 붙어 섰다. 배 쪽에는 한 누님의 손이 기둥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는 분노한 누님의 "넌 왜 이렇게 소질이 없어 기둥을 끌어안고, 다른 사람 손이 너한테 눌리는 데도 물러설 줄을 모르느냐"는 눈빛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자신의 몸을 뒤로 움직여 기둥에서 떨어지려 했다. ..
2021.07.04 -
해약 제3장
제3장 아침을 먹고 쟝위둬는 큰돈을 번 척하는 말라깽이더러 다 먹지 못한 음식을 포장해가라고 강요했다. "먹을 걸 이렇게 잔뜩 들라니......" 말라깽이는 내키지 않았다. "난 아직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은데, 아니면 삼형......" "난 싫어, 나 다이어트 해." 쟝위둬는 손을 내저었다. "밥 필요한 애들 있잖아, 길고양이니, 개니, 쥐니, 만나는 놈한테 줘." "그래." 말라깽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나 간다, 삼형." "빨리 꺼져." 쟝위둬가 말했다. 말라깽이가 물건을 들고 떠나니 쟝위둬는 방금 사람들과 싸운 건달 꼬맹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보러 가려고 했다. 몇 걸음 떼자마자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천칭은 아주 좋은 사람이다. 머리는 아무래도 잘 안 돌았지만 그래도 지하 세계 제패의 위대한 ..
2021.06.25 -
해약 제2장
제2장 청커는 디제잉하는 사람을 십 초 가까이 보다가 이를 악물고 다가갔다. 허리를 구부리고 돈을 주우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에이!" 청커는 돌아보지 않았다. 엔진 소리를 들은 그는 머리를 아래로 처박고 싶어 졌다. 집중해서 그런지 차가 와서 멈췄을 때까지도 주의하지 않았는데, 이 소리는 정말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목소리는 매우 자성이 있어 그는 듣고 방금 그 칼자국임을 알아차렸다. "너 정말 백 위안 때문이야?" 칼자국은 목소리에 즐거움을 띠고 있었는데, 돌아보니 역시 그의 얼굴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주워, 빨리." 칼자국이 말했다. "조금 더 꾸물거렸다간 다른 사람이 주워갈 거야." 청커는 허리를 펴고 몸을 돌렸다. "그냥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려고." "응?" 칼자국은..
2021.06.25 -
해약解药 제1장
제1장 "폐물!" 청커程恪는 길가의 계단에 앉아 북풍을 맞으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었다. 이는 그가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로, 아버지의...... 아니, 온 가족의 그에 대한 최종 평가일 것이다. 폐물. 청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평가가 제법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숙이고, 팔로 얼굴 앞을 감싸고, 외투를 잡아당겨 얼굴을 가리고, 몸을 돌려 바람을 등지기까지, 담배에 불을 붙이는 각종 자세에도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지 못하자 그는 라이터를 길가의 풀숲으로 던져버렸다. "좆까." 청커가 말했다. 담배 불 하나 붙이지 못하는 폐물. 하지만, 여전히 담배에 불은 붙여야 한다. 필경 그처럼 쓸모없는 폐물은 몇 년째 담배를 끊지 못했는데, 이런 때에 담배를 끊는 것은 더욱 불..
2021.06.25